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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헌 서재 Sep 13. 2016

<시를 잊은 그대에게>

정재찬

<시를 잊은 그대에게>   정재찬

                       강 일 송

오늘은 시(詩)와 관련된 책을 한번 보겠습니다.

저자는 정재찬교수로 서울대 국어교육과 학부와 서울대 대학원을 나왔고
현재 한양대 국어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인데, 수업방식이 특별하여, 흘러
간 유행가, 가곡, 오래된 그림, 사진, 추억의 영화 광고 등을 넘나들면서
한 편의 공연예술처럼 진행한다고 합니다.
수업의 마지막은 학생들의 기립박수로 끝을 맺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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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책의 전반적 소개보다는 시를 다룬 책이기에
각 장의 첫 타이틀 뒤의 저자의 짧은 글부터 보겠습니다.
생각하지 말고 그냥 그대로 느껴 보시기 바랍니다.~~
  
* 가난한 갈대의 사랑노래
 
  가난한 갈대의 사랑노래는
  지상에서는 결코 들을 수 없는
  천상의 노래인가?

* 별이 빛나던 밤에
  
  어둠이 와야 어둠조차 가릴 수 없던
  참 빛이 드러나리니, 
  별이 빛나는 그날 밤 나는 가장 위대한 우주의 서사시,
  신의 시를 보았던 것이다.

* 눈물은 왜 짠가
  
  남이 울면 따라 우는 것이 공명이다.
  남의 고통이 갖는 진동수에
  내가 가까이하면 할수록 커지는 것이 공명인 것이다.
  슬퍼할 줄 알면 희망이 있다.

* 그대 등 뒤의 사랑

  눈을 떠도 아니 보이고
  눈을 감아도 아니 보이는 것,
  그대 등 뒤에 걸린 커다란 하늘은
  실눈을 뜨고서야 비로소 보인다.

* 기다리다 죽어도, 죽어도 기다리는

  소망이 있는 한
  기다린다는 것은 정녕 행복한 일이다.
  기다릴 사람이 있다는 것도 행복한 일이다.

* 노래를 잊은 사람들

  그들은 취직을 해야 했고, 먹고살기 위해
  아니 살기 위해 살고 있었으며,
  그러다 보니 필경 젊은 시절의 꿈들은 잊힌 채,
  그리하여 아무도 이젠
  노래를 부르지 않게 되었던 것이리라.

* 아버지의 이름으로
  
  아무리 부인하려 해도 내 안에 아버지가 있다.
  아버지에서 벗어나려 한 것도
  끝내 아버지를 닮고 마는 것도
  다 아버지의 그늘 탓이다.

* 어쩌란 말이냐

  사랑 앞에서, 운명 앞에서,
  우리는 속수무책이다.
  어쩔 수가 없는 것이다.

* 겨울, 나그네를 만나다.

  인생이란 이토록 허무한 것인가?
  사랑은, 열정은, 낭만은, 행복은 그저
  잠시 있다가 사라져 버리는 그런 것일까?

* 한밤중에 눈이 내리네, 소리도 없이

  함박눈이 펄펄 날리었다.
  어디고 눈을 맞으며 끝없이 걷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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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의 키팅교수의 말을 빌려 이렇게
말합니다.
“의술, 법률, 사업, 기술이 모두 고귀한 일이고 생을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한 것이지만, 시, 아름다움, 낭만, 사랑, 이런 것이야 말로
우리가 살아가는 목적이란다.“

우리는 대체로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서 열심히 일하고 움직입니다.
의무와 목표만 남은 삶이 어느덧 되어 버린거지요.
하지만 시, 아름다움, 낭만, 사랑은 거의가 감동(感動)과 연관이
있습니다.  즉 의무만 남은 삶은 제대로 된 삶이 아니고 감동이
함께 할 때 삶이 빛난다는 말을 키팅교수의 이야기를 통해 저자는
말하고자 하는 듯합니다.

위 짧은 글들만 가만히 보아도, 도대체가 인간이 자신의 힘으로
자신의 의지로 사는 게 가능하기나 한 것인가 싶을 정도입니다.

가난한 연인이 현실에서 좌절하면서, 천상의 노래를 
부를 수가 있을까요?
그대가 너무나 눈부셔서, 그대 뒤의 그 커다란 하늘은
실눈을 뜨고서야 보인다니요,
아무리 아버지를 부정하여도 끝내 아버지의 그늘에 
갇히고야 마는 인생.
운명처럼 다가온 사랑에 속수무책인 인생..

하지만 또한 역으로
모든 것이 순조롭기만 한 인생이 있다면
그 인생은 행복하기만 할까요?
순조롭지 않기에, 더욱 간절하고 
더욱 눈부시지는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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