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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헌 서재 Sep 17. 2016

<나를 흔든 시 한 줄>  

정재숙 엮음

<나를 흔든 시 한 줄>  정재숙 엮음

                         강  일 송

오늘은 “나를 흔든 시 한 줄”이라는 시집을 보려고 
합니다.

누구나 흔들리고, 포기하고 싶은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 시절, 가슴에 와 감동을 주고 지탱하게 해 준 시들입니다.

몇 편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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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    복

          나 태 주

저녁 때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

힘들 때
마음속으로 생각할 사람 있다는 것

외로울 때
혼자서 부를 노래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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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는 참 소박합니다. 

거창한 성공을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저녁이 되어 땅거미가 질 때, 지친 일과를 마치고
따뜻한 밥과 몸을 누일 집이 있는 것만으로 행복합니다.

이 세상에 힘들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을까요?
마음속으로 생각만 해도 얼굴이 피고 기운이 나는 누군가가
있는 사람은 진정으로 행복합니다.

외롭지 않은 사람도 없겠지요?
외로울 때 나를 위로해 주는 편안한 곡 하나 
있으면 이미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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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

           함 민 복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달빛과 그림자의 경계로 서서
담장을 보았다
집 안과 밖의 경계인 담장에
화분이 있고
꽃의 전생과 내생 사이에 국화가 피었다

눈물이 메말라
달빛과 그림자의 경계로 서지 못하는 날

꽃철책이 시들고
나와 세계의 모든 경계가 무너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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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말합니다.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고

앞집과 뒷집을 가르고 있는 담장에도 꽃이 피고
남북을 가르고 있는 휴전선 철책에도 꽃이 핍니다.

심지어 꽃의 전생과 내생의 경계에도 국화가 피었다고
표현합니다.

어디 여기뿐이겠습니까?
문학과 철학의 경계에도 꽃이 피고
역사와 미술의 경계에도 꽃이 피지요.
경영과 음악 사이에도 꽃이 자라고
과학과 인문 사이에도 꽃이 만개합니다.

바야흐로 융합의 시대요 통섭의 시대입니다.
모든 영역이 제 길만 알고 제 고집만 피우면 
아름답고 향기로운 꽃을 피워내지 못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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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같은 사람

                이 기 철

나무 같은 사람 만나면
나도 나무가 되어
그의 곁에 서고 싶다

그가 푸른 이파리로 흔들리면
나도 그의 이파리에 잠시 맺는 
이슬이 되고 싶다

그 둥치 땅 위에 세우고
그 잎새 하늘에 피워 놓고도
제 모습 땅속에 감추고 있는
뿌리 같은 사람 만나면

그의 안 보이는 마음속에
놀 같은 방 한 칸 지어
그와 지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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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같은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잘생기지는 않아도, 믿음직스럽고 넓은 아량이 있고
못 본 척 해 줄 수도 있는 사람.

제 모습 땅속에 숨기고 묵묵히
제 할 일 다하는 뿌리 같은 사람

이런 사람의 이파리에 잠시 앉는 이슬이라도
되고 싶은 시인이 퍽이나 이해가 되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이제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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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3편의 시를 골라서 나름 감상을 곁들여 보았습니다.


좋은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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