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자기계발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해헌 서재 Sep 20. 2016

<새기고 싶은 명문장(名文章)>

박수밀, 송원찬

<새기고 싶은 명문장(名文章)>  박수밀, 송원찬


                        강 일 송


오늘은 고전 속에서 우리 마음에 힘을 줄 수 있는 문장들을 한 번 보려고 합니다.

인생의 전환점에서 머뭇거릴 때, 큰 결정을 앞두고 의지를 다질 때, 사람에

상처받고 일에 지쳐 위로가 필요할 때, 수천 년을 지나 우리에게 전해진 오래된

선현의 말씀은 큰 힘이 됩니다.


저자는 현재 한양대학교 동아시아문화연구소 연구교수로 있는 박수밀교수와 한양

대학교 문학부 전담교수를 맡고 있는 송원찬 교수입니다.


한 번 보겠습니다.


------------------------------------------------------------


◉ 세상살이는 나그네처럼, 관직생활은 손님처럼 하자

   ; 재세여려 재관여빈  (在世如旅 在官如賓)


조선 후기의 청성 성대중(1732-1809)은 어려서부터 총명하고 문학에 남다른 두각을

나타낸 인물이었다.  하지만 그는 서얼 출신이었고, 서얼은 신분상승이 제한되어

있었다.  다행히 서얼의 진출 제한을 없애자는 운동이 일어나고 뛰어난 능력을 인정

받아 규장각에 진출하게 된다.


관직에 진출은 했지만 당파를 이루어 무리를 지어 움직였고 그는 양반도 서민도 아닌

어정쩡한 신분으로 어디에도 낄 데가 없었다. 조금만 행동거지를 잘못하면 금세 뒷말

이 나왔다. 어딜 가든지 조심스러웠고 그의 능력을 인정해 주는 사람은 없었다.


그는 좌우명으로 명대후일(名待後日), 이부타인(利付他人), 재세여려(在世如旅),

재관여빈(在官如賓)을 써붙여 놓고 삶의 자세를 가다듬었다.


이름이 당장 드러나지 않아도 좋다. 내게 주어진 일을 묵묵히 하다보면 언젠가 이름은

드러날 것이고 이익이 생기면 상대방에게 양보하고, 이익을 얻는 대신 사람을 얻자.

세상살이에 얽매이지 말고 나그네처럼 초연하게 살자. 인생은 잠깐 왔다가 덧없이 가는

구름과 같다.  직장생활에서는 손님처럼 조심조심 행동하자.  함부로 권위를 내세우지

말고 늘 신중하게 일을 처리하리라.


인생을 살아가는 일은 나그네가 길을 떠나는 것과 같다. 먼 길을 떠나려는 나그네는

서둘러 들메끈을 매지 않는다.  삶이란 집에서 머물며 지내는 일 같지만, 저 멀리

죽음이 있고 그 죽음을 향해 허허롭게 나아가는 것이다.

서둘러 도착하려 하지 말고 발길 닿는 대로 천천히 둘러 보며 갈 일이다.


◉ 안목이 크면 천지가 작아 보인다.

   ; 안대건곤소 (眼大乾坤小)


사람은 자신이 보고 들은 세계 그 너머를 생각하지 못한다.  자신이 경험한 세계

밖으로 나아갈 때 생각이 열리고 새로운 깨달음으로 나아간다.

인간은 바다를 보고 나서야 냇물이 작다는 것을 깨닫는 존재이다.


성인인 공자도 동산에 오르고 나서야 조국인 노나라가 작다는 것을 알았고, 태산에

오르고 나서야 천하가 작다는 것을 비로소 깨달았다.

큰 세계를 경험하여 안목을 키우면 지혜가 더욱 자라고 생각이 더욱 커져서 이전의

것이 작게 느껴진다.


안대건곤소 (眼大乾坤小),  심고대악비 (心高垈岳卑)


안목이 크면 천지가 작아 보이고, 마음이 높으면 태산이 낮아 보인다.


이 글은 이황의 제자인 박수일(1553-1597)의 좌우명이다. 임진왜란 때 의병으로

활동하다 정유재란 때 죽은 절의의 인물이다.   이 글은 높은 뜻과 넓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 되자는 뜻을 담고 있다.  사람은 많이 보고 많이 들음으로 생각의

지평을 넓힐 수 있다.


안목을 키우고 인식의 지평을 넓히면 태산 같던 상황도 작아 보인다.

커 보이던 고민거리도 작게만 느껴진다.   인간은 자신이 본 만큼만 행동할 수

있는 존재이다.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가 더 높은 기상을 기른다면, 큰 산과 같던 문젯거리가 한갓

동산을 넘는 일과 같아질 것이다.



◉ 비난과 칭찬에 흔들릴 필요 없다

  ; 불필동어훼예야 (不必動於毁譽也)


살다보면 어떤 일에 대한 의도와 결과가 꼭 일치하지는 않는다.

선의로 한 일이 꼭 좋은 결과가 나오지는 않으며, 나쁜 짓을 했다고 꼭 나쁜 결과를

얻는 것도 아니다.


별 뜻 없이 꺼낸 말이 왜곡되어 예기치 못한 비난이 따르기도 하고, 아무 생각 없이

한 행동이 칭찬을 받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과 관련하여 조선 후기 학자인 윤형로(1702-1782)는 이렇게 말한다.


“생각지 못한 비난에 걱정할 것 없고, 과분한 칭찬에 좋아할 것 없다.  내가

비판받을 행동이 있으면, 반성하여 고치면 된다.  내가 본래 잘못이 없으면 저들의

괜한 비방을 무엇하러 따지겠는가?  사람이 행실을 닦는 데 비난과 칭찬에

흔들릴 필요가 없다.“


우리들은 남들의 평가에 일희일비하다 기운을 빼앗기고 좌고우면한다.  내가 나로

당당히 살지 못하고 남들이 나를 어떻게 평가할까에 조마조마해 한다.

중요한 것은 남들의 평가가 아니라 나 자신이 바로 서는 것이다.


남들이 근거 없는 비난을 하든 과도한 칭찬을 하든 상관하지 말고 나 스스로가

바로 서야 한다. 나 스스로에게 떳떳하다면 남들의 평가 따위는 뭐가 중요하라!!


----------------------------------------------------------


오늘은 고전 몇 문장을 살펴보았습니다.

우리는 살면서 참으로 많은 일들을 겪고 살게 됩니다.

가지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듯이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인생길에서

예상치 못한 희노애락이 끝없이 펼쳐집니다.


이에 먼저 이 세상을 살다간 선현들의 지혜는 상황에 따라 나한테 어쩜 이리

맞는 말을 해줄 수 있을까 할 정도로 무릎을 치게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첫 번째 문장을 보자면, 세상살이를 나그네처럼 하고 관직생활은 손님처럼 하자고

합니다.   나그네는 어디 매이지를 않습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다시 신발끈을 매고

어디론가 떠나니깐요.   현실에서 이렇게 훌쩍 떠나긴 쉽지 않지만 마음만은 나그네처럼

가져서 너무 한가지 문제에 매이지 않아야 하겠습니다.


관직생활의 벼슬은 잠시 한낮에 머무르는 구름과도 같다고 합니다. 현재 나를 불러주는

그 직함이 영원할거라고 생각하는 순간 불행이 찾아옵니다.


두 번째 문장은 안목을 키우자고 합니다.  사람은 본 만큼 알고 아는만큼 행동하기

때문이겠지요.  지난 시간 이야기한 여행과 독서를 통해서 새로움과 낯섬을 끊임없이

경험하는 것이 안목을 키우는 최고의 방법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세 번째의 글은 남의 눈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체면문화의 우리 민족에게 참으로 필요한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농경문화의 특징이라고도 하고 동양문화의 공통된 현상인 체면

문화는 때론 사회를 안정시키고 질서를 잡는 데는 도움이 되겠지만, 개인에게는 끊임없이

타인과 비교하게 하고 허례허식을 부추기는 성향을 낳게 만듭니다.

남들의 평가에 일희일비하기 보다는 자신의 마음이 따르는대로 움직일 수 있는 대범한

마음과 용기가 필요하리라 생각됩니다.


오늘은 3가지 문장을 이야기해 보았습니다.

오늘 하루도 힘찬 하루가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일생에 한번은 고수를 만나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