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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헌 서재 Sep 20. 2016

<흔들리며 피는 꽃>

도종환

꽃   잎


                     도 종 환


처음부터 끝까지 외로운 게

인생이라고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지금 내가

외로워서가 아니다


피었다 저 혼자 지는

오늘 흙에 누운

저 꽃잎 때문도 아니다


형언할 수 없는

형언할 수 없는


시작도 알지 못할 곳에서 와서

끝 모르게 흘러가는

존재의 저 외로운 나부낌


아득하고

아득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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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며 피는 꽃


            도 종 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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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시(詩)를 두 편 올려봅니다.


“꽃잎 ”이란 첫 시를 보겠습니다.


꽃잎 하나가 흙에 떨어져 있습니다.  이 꽃잎도 얼마 전까지 나무에

붙어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있었겠지요.

떨어진 꽃이파리 하나를 보고, 시인은 처음부터 끝까지 외로웠던

자신의 인생사와 나를 포함한 전 생명체의 외로움과 죽음,

그 아득함, 끝없음을 이야기하고 있나봅니다.


예전에 올렸던 천상병의 시 “강물”에서 시인은 말했습니다.

“밤새 언덕에 서서 해바라기처럼 그리움에 피던 그 까닭만은 아니다”

시인들은 흔히 “역설”로 이야기하길 좋아합니다.

“그 까닭만이 아니다” 가 “가장 큰 까닭이다”라고 읽히지 않으신가요?


마찬가지로

“지금 내가 외로워서가 아니다. 흙에 누운 저 꽃잎 때문도 아니다”가

“지금 내가 외롭고, 흙에 누운 바로 저 꽃잎 때문이다” 라고 말하는 것

처럼 제 귀에는 들립니다.


두 번째 시는 너무나 유명한 시이지요.


바람이 불고 비가 옵니다.

꽃잎이 바람에 흔들리고 비에 젖습니다.

시인은 그 흔들리고 젖는 꽃이 우리네 인생으로 비유합니다.


흔들리고 젖으면서 꽃이 피듯이

고난을 당하고 슬픔을 겪어야만 자기만의 꽃을 피운다고 말입니다.


여러분도 인생을 살고 있을진대

필연코 흔들리고 젖으며 살고 있겠지요.


그렇다면


무슨 꽃을 피우기 위해, 어떤 꽃을 피우기 위해

지금도 흔들리고 젖으면서 그렇게 가고 계시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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