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재 삼
울음이 타는 가을 강(江)
박재삼
마음도 한자리에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강을 보겄네.
저것 봐, 저것 봐,
네보담도 내보담도
그 기쁜 첫사랑 산골 물소리가 사라지고
그다음 사랑 끝에 생긴 울음까지 녹아나고
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와 가는
소리죽은 가을강을 처음 보겄네.
오늘은 박재삼 시인의 대표작인 "울음이 타는 가을강"을 올려봅니다.
박재삼 시인은 일본에서 1933년 출생하여 삼천포로 온 후 자랐는데,
집안 사정으로 중학교에 진학을 못하고 삼천포여중 사환으로
들어가 일하던 중 교사이던 시조시인 김상옥을 만나
시를 쓰게 되었고, 고려대 국문과에 입학 후 중퇴하였다고 합니다.
1955년 <현대문학>에 시 “섭리” “정적” 등이 추천되어 등단하게 됩니다.
친구의 서러운 사랑이야기에 자신의 서러운 사랑이 투영되면서 눈물이 흐르고, 그 슬픔이 가을강까지 전이되어 자연과 하나가 되면서, 슬픔 이후의 카타르시스, 정화를 이루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시인은 어찌나 도란도란 속삭이는지. “그 기쁜 첫사랑 산골 물소리”를 한번
들어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