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해헌 서재 Jan 19. 2017

<꽃을 보듯 너를 본다>

나태주

<꽃을 보듯 너를 본다> 나태주

                         강 일 송

오늘은 시집(詩集) 한 권을 보려고 합니다.
광화문 교보문고 글판에 올랐던 유명한 시인 “풀꽃”을 쓴 나태주 시인의
시집입니다.

나태주 시인(1945~)은 충남 서천 출생으로, 공주사범학교를 졸업하고 초등
학교 교사를 거쳐 교장으로 43년간 교직에 머물렀다 합니다.
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후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는 좋은 시
들을 많이 소개합니다.

시 몇 편과 그 소감을 간단히 올려보겠습니다.

===================================================

풀 꽃 . 1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

이 시는 교보문고 광화문 본점에 걸린 시이기도 합니다.
시인의 시 중 가장 유명하다고 하겠지요.
저는 이 시를 보는 순간, 시란 이렇게 짧고도 단순한 문장으로
길고 강한 여운을 남길 수 있구나 라고 다시 한번 생각했었습니다.

우리는 세상을 바삐 살기에, 어떤 사물이나 사람이라도 자세히
오래, 길게 보기가 힘듭니다. 컴퓨터 화면으로 인터넷을 볼 때도
휙휙 넘겨야 하고, 모바일도 누가 더 빠른지 경쟁하는 시대에 어디
자세히 볼 틈이 있을까요?

하지만, 뒷산을 오르든지, 맘먹고 큰 산에 등산을 갔든지 간에 산길을
가다보면 발밑에 이름 모를 들꽃, 풀꽃이 자그마하게 피어 있는 경우
가 많습니다. 이 때, 고개를 숙여 그 꽃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사람은
이미 마음이 여유가 있고 삶이 풍부한 사람일 것입니다.
그런 사람이 풀꽃이 예쁘다고, 사랑스럽다고 말할 수 있겠지요.

다음 시도 한 번 보겠습니다.

=====================================================

사랑은 언제나 서툴다


서툴지 않은 사랑은 이미
사랑이 아니다
어제 보고 오늘 보아도
서툴고 새로운 너의 얼굴

낯설지 않은 사랑은 이미
사랑이 아니다
금방 듣고 또 들어도
낯설고 새로운 너의 목소리

어디서 이 사람을 보았던가.....
이 목소리 들었던가......
서툰 것만이 사랑이다
낯선 것만이 사랑이다

오늘도 너는 내 앞에서
다시 한 번 태어나고
오늘도 나는 네 앞에서
다시 한 번 죽는다

------------------------------------------------

시인은 사랑이란 모름지기 늘 서툴고 낯설아야 한다고 일갈합니다.
참으로 사랑에 대한 통찰이 들어있는 말입니다.
노련하고 익숙한 것은 사랑을 수식하기에는 뭔가 어색하지요?
꼭 첫사랑이 아니더라도 사랑은 늘 돌아서면 다시 보고 싶고
다시 듣고 싶고, 그럴 것입니다.
진짜 사랑을 한다면 늘 불안하고 서툴고 외로움이 따라오기
마련이겠지요.

===============================================

행복

저녁 때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

힘들 때
마음속으로 생각할 사람 있다는 것

외로울 때
혼자서 부를 노래 있다는 것

-------------------------------------

우리 주위에는 행복에 관한 수많은 책들이 있고, 행복론이 있으며
누구나 자기만의 행복에 대한 정의가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시인의 행복은 참으로 단순하고 소박합니다.

집이 비싼 아파트가 아니라도, 넓은 평수가 아니라도 저녁 때
일을 마치고 돌아갈 공간으로서의 집이 있으면 족합니다.
힘들 때, 생각만 해도 힘이 되는 사람이 있으면 그는 이겨냅니다.
또한 외로울 때, 부를 수 있는 노래 소절이 있다면 그는 행복합니다.

================================================

오늘 세 편의 나태주시인의 시를 함께 보았습니다.
시인은 다른 시인에 비해 어려운 시어를 많이 쓰지 않습니다.
너무나 소박하고 단순한 말들을 구사하지만, 어느 시들보다도 그 울림은
더 크게 다가옵니다.

진리는 단순한 데 있고, 작고 소박한 곳에 오히려 더 큰 힘이 있다는
것을 시인은 이 작은 시집으로 우리에게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 하루도 행복한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순간의 꽃> 고 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