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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헌 서재 Mar 11. 2017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

윤동주 유고시집, 1955년 오리지널 디자인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 윤동주
--윤동주 유고시집, 1955년 오리지널 디자인

                                      강 일 송

오늘은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한 시인, 온 국민이 아끼고 사랑하는
시인, 윤동주시인의 1955년 디자인 그대로 2016년 말에 발간된 
책을 한번 보려고 합니다.

윤동주(1917-1945)시인은 만주 간도에서 출생합니다. 평양의 숭실학교
를 다니고 이후 경성으로 유학 연희전문학교를 다닙니다. 이후 1942
년 일본으로 건너가 도쿄 릿교대학 영문과에 입학하였다가 교토 도시샤
대학 영문과로 편입을 하고, 이후 사상범으로 일본경찰에 검거됩니다.
재판을 받아 2년형을 언도받고 후쿠오카형무소에 수감된 후 옥사하게
됩니다.

그의 시 몇 편을  함께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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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시 (序 詩)

             윤 동 주(1917-1945)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194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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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시는 국민시(詩)라고도 할 정도로 가장 잘 알려진 시 중 하나일
것입니다.  이 시는 제목처럼, 시집의 서문에 해당하는 시로서
시집의 전체적인 흐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연희전문학교에 다닐 때 모은 시를 윤동주가 죽고 난 후 유고시집
으로 후배 정병욱이 보관하고 있다가 엮었다 합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윤동주는 참으로 맑고 여린 심성을 가진 사람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이 없을 정도로 깨끗하
기는 참 힘들지요. 그래서 그는 인간의 근본적인 한계에 괴로워합
니다.  그리고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겠다고 하는 것은, 인간
이든 동물이든, 식물이든 생명체는 결국 다 죽기에 모든 생명있는
것들을 사랑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자기한테 주어진 길을 꿋꿋이 걸어가겠다는 각오를 표명합니다.
이 시는 일제의 강압기에 지어졌기에 또한 독립을 향한 다짐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라는 말은 별과 같은 시인의 이상, 꿈, 독립 등이
바람과 같은 장애물, 반대 세력에 의해 고난을 받음을 의미하겠지요.

다음 시를 한번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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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화 상(自 畵 像)

           윤 동 주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 봅니다.

우물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가 들여다 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193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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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는 제목처럼 스스로를 그려본 시입니다.
산모퉁이 돌아 외딴 우물을 찾아간 그는 우물속을
들여다봅니다. 
우물속 물은 마치 거울과 같이 자기를 비추어 주지요.

그 우물 속의 사나이는 저절로 이유없이 미워집니다.
하지만 그 배경은 너무나 목가적입니다.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쳐져 있으며 그냥 바람이 아니라
파아란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그 미운 사나이와 멋진 배경 풍경은 너무나 대비적입니다.
미워져서 가다가 불쌍한 마음이 들어 다시 돌아와
보니 아직 그 사내는 우물속에 있고 다시 미워져 갑니다.
이번에는 가엾는게 아니라 그리워집니다.
여전히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파아란 바람이 부는
가을 풍경속에 그 사내는 추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우물속의 사나이는 물론 시인 자신일 것입니다.
밉다가도 가엾어지고, 다시 밉다가 이번엔 그리워집니다.
가보니 추억으로 남은 그 자신은 그리움의 대상이 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마음의 흐름을 본다면 시인은 아주 맑은 심성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자기에겐 엄격한 사람입니다.
자신의 높은 이상의 기준에 못미치는 현실의 자신이 늘
미운것이지요.
하지만 또한 그런 그가 가엾다가 결국 그리워집니다.
그 배경의 풍경은 동주 자신이 늘 그렸던, 어린 시절 고향인
북간도의 마을 풍경이라 생각이 듭니다.

다음 시 한편 더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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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헤는 밤

              윤동주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 마디씩 불러 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아기 어머니 된 계집아이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루, 프란시스 잼,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이네들은 너무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스라이 멀 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 석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거외다.

                           194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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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시인은 서시에서도 나왔듯이, 별을 모티브로 한 시를
많이 썼습니다. 암울한 식민지 시절, 밤하늘 같은 현실에서 빛을
발하는 별은 그에게 하나의 목표이자 이상이자 꿈이었을 겁니다.
또한 그 별을 보면서 어린 시절의 만주 북간도의 친구들을 떠올립니다.
이국에 있었던 터라 이국 이름의 소녀들도 있고, 강아지, 노루, 시인
의 이름도 떠올립니다.
그리고 가장 그리운 어머니를 부릅니다.

시인은 어둡고 힘든 이 시기에 스스로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부끄러워합니다.  그는 역시 지나치리만큼 맑고 깨끗한 영혼을 
가졌음을 우리는 알 수 있지요.
마지막 시의 문단은 같은 룸메이트인 후배 정병욱이 뭔가 끝부분이
허전하다는 시평을 하자, 추가해서 넣었다고 합니다.

그 문단은 마치 자신의 미래를 예감하는 듯한 글입니다.
그는 일본에서 유학 중 일제의 마지막 발악의 순간에 감옥에 갇히고
2년형을 판결받는데, 이후 의문의 옥사를 하게 됩니다.
조금만 더 참았으면 해방을 맞이했을 텐데 정말 아쉽기 그지 없습니다.
일설에 의하면 매일 의문의 주사를 맞다가 사망을 하였
다고 하는데 인체 실험의 대상이 되어서 희생이 되었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지요.

어쨌든 우리는 귀한 민족의 보물을 잃었습니다.
너무나 별을 사랑했던, 너무나 맑고 아름다운 마음을 지녔던 순수한
애국 시인.  

우리는 그를 "윤동주"라 부릅니다.
그 이름은 우리 민족의 가슴속에 대대로 이어지는 아름다운 이름이
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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