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예쁜 생각을 너에게 주고 싶다> 나태주
--“세상의 모든 딸들에게 주고 싶은 시(詩)”
강 일 송
오늘은 “오래 보야야 예쁘다 너도 그렇다”라는 아주 감성적이고 유명한 "풀꽃" 시를 지은
나태주시인의 모음집을 한번 보려고 합니다.
나태주(1945~)시인은 충남 서천 출생으로 공주사범학교를 나왔고, 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등단하였습니다.
오늘 시들은 주로 사랑하는 딸에 관련된 시들인데 그의 따뜻한 감성으로 함께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는 이 시집의 서문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세상의 모든 아버지들에게 딸들은 애당초 꽃다발로 왔고 그 향기로 왔다. 딸로 인해
처음 알게 되는 생의 기쁨과 행복을 만나기도 했으리라. 또한 아비가 떠난 뒤에도
가장 오래 함께 울어줄 목숨이 딸이고, 그의 생을 가장 잘 기념해 줄 육친이 또
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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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나태주
돌 지난 딸아이 보드랍고 깨끗한 맨발
그 발로 볼 부비며 느끼고 느끼나니
세상은 그토록 보드랍고 깨끗한 거냐!
내 깨끗함으로 무너지는 하늘을 지켜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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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은 세상의 아버지들에게 하나의 기적이요, 기쁨의 원천으로 다가옵니다.
돌을 갓 지난 딸의 맨발을 직장을 다녀온 아빠는 코에 대기도 하고 볼에 부비기도
합니다. 세상에서 이보다 보드랍고 깨끗하고 향기로운 것은 없을 테지요.
그 깨끗함으로 이 세상을 지킬 수 있다고 시인은 생각하나 봅니다.
다음 시를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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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나태주
너를 안으면 풀꽃 냄새가 난다
세상에 오직 하나 있는 꽃,
아무도 이름 지어 주지 않는 꽃,
네게서는 나만 아는 풀꽃 냄새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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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딸을 안으면 그렇게 포근할 수가 없지요. 어린 딸은 꽃과 이미지가 가장
비슷한 존재입니다. 그 아이에게서 나는 향기는 풀꽃 냄새를 닮았고, 그 향기는
나만이 압니다. 나만 알기에, 다른 이는 아무도 이름 지어 주지 않은 꽃입니다.
다른 사람들도 다 아는 장미꽃이나 백합꽃 같은 꽃의 향기가 아니라 나만이 아는 이름
모를 풀꽃의 향이기에 더 귀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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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길을 걸으며
나태주
세상에 와 그대를 만난 건
내게 얼마나 행운이었나
그대 생각 내게 머물므로
나의 세상은 빛나는 세상이 됩니다
많고 많은 사람 중에 그대 한 사람
그대 생각 내게 머물므로
나의 세상은 따뜻한 세상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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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는 꼭 딸이 아니라 연인으로 대입해도 무방한 시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난 것은
누구에게나 우연이지만 행운이고 운명이기 마련입니다. 그 사람으로 인해 세상은 빛이 나고
아름다운 천국이 됩니다. 물론 천국과 지옥을 늘 가까이 있는 법이라, 사랑하는 사람은 곧잘
고통의 지옥으로도 잘 떨어지지요. 같이 있으면 천국이고 떨어지면 지옥이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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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 화
나태주
우리 딸아이보다 더 예쁜
여자아이를 이적지 본 적이 없어요
그건 나도 그래요
어느 날 딸아이 어렸을 적
사진 꺼내놓고 아내와 내가
구시렁구시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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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제 눈에 안경이라지만, 이 세상에 자기 딸만큼 예쁜 아이는 없습니다. 그것을
이 부부는 어릴 적 딸아이 사진을 놓고 구시렁거리면서 대화를 나눕니다.
저도 예전에 딸아이를 핑클의 “성유리”보다 이쁘다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행복한 착각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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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
나태주
가지 말라는데 가고 싶은 길이 있다
만나지 말자면서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
하지 말라면 더욱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
그것이 인생이고 그리움
바로 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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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에 의하면 사랑은 인생이고 그리움이고 바로 ‘너’입니다.
가지 말라고 해도, 만나지 말라고 해도, 하지 말라고 해도, 사랑한다면 더욱 하고 싶은
것이 사랑입니다. 인생도 마찬가지이지요.
피해야 함을 알면서도 피할 수 없는 것, 안 되지만 할 수밖에 없는 것, 이 모든 것이
인생이고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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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나태주
차는 혼자서 마시는 것이 아니라
둘이서 마시는 것이다
차는 혼자서만 간직하는 것이 아니라
나누어 가지는 것이다
둘이서 마시더라도 가장 좋은 사람과
마주 앉아서 마시고
나누어 가지더라도 가장 좋은 사람과
나누어 가지는 것이다
마주 앉아 차를 마시고
차를 나누어 가지면서
우리에 마음과 나누어 가지는 것이 좋고
사랑도 나누어 가지는 것이 좋다는 것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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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한편 더 보았습니다. 차마심에 대해서 시인은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차는 혼자서 마셔도 좋지만, 둘이서 함께 마시면 더 좋다고 하고, 그것도 가장 좋은
사람과 마주하고 하는 차마심이 가장 좋다고 합니다.
결국 차는 마심이라는 행위보다는 나누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더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겠지요.
오늘 하루도 따뜻한 배려와 사랑, 나눔의 의미를 생각해 보는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