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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논어(論語)>

by 해헌 서재

<다시, 논어(論語)>

--“논어에서 찾은 정의의 길”


강 일 송


오늘은 “정의,正義”에 관한 이야기를 우리가 잘 아는 고전인 논어에서 건져 올리고 있는

책을 한 권 보려고 합니다.


저자인 박영규교수는 서울대학교 사회교육학과와 동대학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중앙대

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한국 승강기대학교 총장, 한서대학교 국제관계학과 대우

교수를 역임하였고 고전에 빠져 본격적인 인문학자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저서로는 “그리스, 인문학의 옴파로스”, “인문학을 부탁해”, “인문학의 눈으로 본 행복한

국가와 정치” 등이 있습니다.


한번 보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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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어의 오묘함


논어에는 오묘함이 깃들어 있다. 보는 방향에 따라 달라지고 맛과 향기가 천변만화하게

만든다. 그래서 어제 읽은 논어가 다르고 오늘 읽은 논어가 다르다.

논어가 2,50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독자들의 이목을 사로잡은 건 읽을 때마다 새로운

얼굴을 드러내는 역동성과 다양성 때문이다.


★ 모든 영역의 기본은 정의로 통한다.


스포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본기다. 기본기가 탄탄하게 갖춰져야 배팅 파워도 올라가고,

난이도 높은 샷도 구사할 수 있다. 욕심으로 기본기를 건너뛰면 반드시 탈이 난다.

바둑도 마찬가지다. 기초부터 차근차근 밟아야 프로가 되고 국제대회에서 우승도 할 수 있다.

야구의 신 김성근감독도 강조하는 것이 바로 기본이다.


국가의 기본은 "사회정의"와 "국민의 행복"을 실현하는 것이다. 기본에 충실하지 않으면 나라가

기울어진다. 시장도 마찬가지다. ‘공정한 자원 배분’이라는 기본을 놓치면 거래 질서가

무너진다. 가정에서의 기본은 ‘사랑’과 ‘효’다. 부모는 사랑으로 자식을 보살피고, 자식은

효로써 부모를 섬기는 일이 가정의 기본이고 정의다. 기본이 무너지면 부모는 자식을

내다버리고, 자식들은 부모를 외면한다.

이처럼 모든 영역의 기본이 곧 정의다.


★ 정의가 무너진 사회


논어 도입부에 해당하는 학이(學而) 편을 보면 군자가 마땅히 갖추어야 하는 제1덕목이

‘기본’이라 규정하는 대목이 나온다.


“군자무본,君子務本, 본립이도생, 本立而道生”

“군자는 기본에 힘써야 하니 기본이 바로 서야 도가 생겨난다.”


이 문장은 논어에서 헌법 전문과도 같은 강령적 성격을 갖는다. 여기서 말하는 도(道)는

사회적 기강이 올바로 잡힌 세상, 즉 정의로운 세상을 의미한다.

건물의 하부 구조가 튼튼하지 못하면 건물 전체 안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듯 사회도 기틀이

정의롭게 바로 서지 못하면 건강한 생명력을 유지할 수 없다. 공동체를 정의롭고 건강하게

지탱하는 것은 군자의 기본 책무다.

오늘날의 군자란 지식인, 지도층, 공직자다. 이들이 바로 서지 않으면 정의로운 세상을 기대

하기 힘들고 국민의 삶은 불행해진다.


한편, 논어의 안연(顔淵) 편에는 또 하나의 기본 강령이 등장한다.


“군군,君君, 신신,臣臣, 부부,父父, 자자,子子”

즉, 임금은 임금다워야 하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하며,

아버지는 아버지다워야 하고, 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


이는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답고, 아버지는 아버지답고, 자식은 자식다워야 정의가

바로 설 수 있다는 뜻이다. 각자 자신의 위치를 지키지 않으면 국가의 기강, 사회질서,

가정의 화목 등 공동체의 근간이 송두리째 흔들린다.


★ 자기 책임성, 잘되도 내 탓, 못되도 내탓이다.


공자는 수제자 안회와의 대화 도중 사람이 자기 허물을 통절히 깨닫고 보편적 예로 복귀

하는 “극기복례,克己復禮”가 인(仁 )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자기 허물을 스스로 심판하는 건 무척 어렵다. 허물도 내 탓이고, 공도 내 탓이라는 것이

공자의 확고한 도덕적 원칙이다. 하지만 우리는 어떤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잘하면

제 탓이고 잘못하면 남 탓으로 돌린다.


★ 정의는 바로 곁에 있다.


기본은 말 그대로 모든 것의 바탕이다. 따라서 멀리 있지 않고 가까이 있다. 정의도 그렇다.

사람들은 정의의 얼굴을 멀리서 찾지만, 공자가 설명한 정의의 얼굴은 생활 속 가까운 곳에

있다. 논어 술이 편에서 공자는 말했다.


“인원호재, 仁遠乎哉, 아욕인, 我慾仁, 사인지의, 斯仁至矣”

“인이 먼 데 있더냐?, 내가 인을 행하고자 하면 인에 곧 이를 것이다.”


정의는 멀리 있지 않고 거창하지도 않다. 정의를 실천하고자 하는 마음만 있다면 생활 속

작은 일에서도 정의의 얼굴을 발견할 수 있다. 이웃에게 건네는 따뜻한 말 한마디에도

정의의 얼굴이 있고, 가난한 이웃을 위해 내놓는 작은 성금에도 정의의 얼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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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영원한 고전 중 하나인 "논어"를 "정의"라는 시각으로 맞추어 살펴본

책을 같이 보았습니다.


요즘 시대는 "정의", "공정" 등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미국에서는 그다지

큰 이슈를 만들지 못했던 하버드 대학 마이클 샌델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가 우리나라에서 그토록 큰 인기를 끌었던 것은 우리 사회의 모습을 반영하기

때문이겠지요.


정의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정의로움에 반하거나 정의에 목말라

있음을 의미합니다. 오늘 저자는 논어에서 "정의"에 관한 가르침을 뽑아내어

사람들에게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주고 있습니다.

저자는 정의란 "기본"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모든 기술의 기초가 기본기이듯이

한 사회가 제대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정의"라는 기본기가 바탕이 되어 있어야

한다고 일갈합니다.


임금은 임금다워야 하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하며, 부모와 자식도 다 그다워야

함을 이야기합니다. 또한 모든 문제 해결의 시작은 남탓이 아니라 내탓에서

출발해야 함을 말하고 정의란 아주 거창한 것이 아니라 우리 근처의 아주 사소한

것에 담겨 있다고 말합니다.


모두가 나로부터 시작된 작은 실천으로 사회가 바로 서고 국가가 건강해질 것이라

는 저자의 말은 한치의 틀림도 없습니다. 극단적 이기주의, 지역주의, 님비현상

은 이 사회를 어둡고 불행하게 만듭니다. 나보다 힘든 이웃에 따뜻한 미소와

말 한마디 건넬 수 있는 마음,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이 모든 법과 도덕보다

우선하여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오늘 하루도 평안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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