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산다는 것>

by 해헌 서재

<오늘을 산다는 것> 김혜남의 그림편지

--“기적이 별 게 아니다. 이렇게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기적이다”


강 일 송


오늘은 정신과 전문의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김혜남 작가의 글과 그림으로 된

따뜻한 문장들을 함께 보려고 합니다.


저자인 김혜남(1959~)은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국립서울병원에서 12년 동안

정신분석 전문의로 일했고, 김혜남 신경정신과의원 원장으로 환자를 보았습니다.

그러던 중, 마흔 세 살의 나이에 파킨슨병 진단을 받았고 엄습하는 절망을 이겨내며

진료와 강의, 책 출간, 두 아이의 육아 등을 훌륭히 해냅니다.

2008년 출간한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를 시작으로 모두 여섯 권의 책을 출간하여

130만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합니다.


한 번 보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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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이란 언어로 내 마음을 전합니다.


편지는 사람의 마음을 설레게 합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이 편지가 쓰고 부치는 수고를

할 필요도 없고 즉각적으로 답이 가능한 문자로 대치되기 시작했습니다. 빠른 전달과 빠른

회신, 쓸데없는 말을 생략한 용건들, 이것은 실용성과 속도가 생명인 현대사회의 맞춤형

소통수단이 되었지요. 그러나 제한된 공간에 시간에 쫓기어 내용은 점점 짧아지고 판에

박은 듯한 비슷한 부류의 말들이 오가기 시작했습니다.


난 문자나 카톡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느린 손으로 한참을 치다보면 이미 주제는 멀리

달아나버리고 뒷북을 치는 기분이 들고 맙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그림문자였습니다.

고맙게도 손바닥 안의 스마트폰에는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기능이 있었습니다.

이렇게 그린 그림은 차츰 나의 마음을 표현하고 전달하는 주된 수단이 되었고, 그림의 내용도

나에게 쓰는 편지의 형태를 띠어가기 시작했습니다.


17년간 앓아 오던 파킨슨병은 진료실 문을 닫게 했고 나의 사회적 활동에 많은 제약을 가져

왔습니다. 하지만 이런 외부세계의 문을 닫혀갔으나, 이러한 그림으로 인해 나의 내부세계의 문은

오히려 열리게 되었습니다.


★ 봄나들이 가요


내리쬐는 햇살과 땅을 밀어 올리는 풀꽃에

내 마음도 들떠 봄나들이 가자고 그림을 그려

남편에게 문자를 보냈습니다.

“그래 시간 내서 가자”는 답이 오곤

몇 년째 감감무소식입니다.

그래서 난 올해도 설레며 기다립니다.

봄은 꽃이 펴서 설레고 만물이 소생해서 설레며,

언젠가는 봄나들이가 있기에 설렘을 더합니다.


★ 커피


아침에 일어나서 제일 먼저 하는 일이

바로 커피를 내리는 일입니다.

그날의 기분에 따라 원두를 골라 조심스레 내리다 보면

방 안 가득히 퍼지는 커피 향이

아침 햇살을 방 안으로 초대합니다.

커피 향은 묘한 매력이 있습니다.

그것은 사람을 무장해제시킵니다.

그래서 손님이 오면 우선 커피를 내놓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침의 커피 향이 우리네 사이에도 흘렀으면 좋겠습니다.


★ 빈둥거림


친구에게 카톡이 왔습니다.

“뭐 해?”

난 얼른 그림을 그려서 보내 주었습니다.

“지구를 등에 지고 버티고 있어.”

“지구를 등에 지고 우주를 바라보고 있구나.”

역시 마음 예쁜 내 친구는 예쁘게도 말해 줍니다.

그렇습니다. 때론 바쁜 손을 잠시 내려놓고

빈둥거릴 수 있는 자유와 여유

빈둥거리는 동안 우리는 잠시 고된 몸을 쉬고

자신이 우주 어디쯤 와 있는지 돌아볼 수 있습니다.

달리기만 하는 바쁜 사람들에게

이 빈둥거림의 재미를 선사하고 싶습니다.


★ 삶과 죽음


죽음은 삶의 일부,

삶 속에 죽음이 있습니다.


죽음은 삶의 끝이 아니라

삶의 또 다른 시작입니다.

삶의 또 다른 이름입니다.


★ 행복


가장 행복한 사람은 바로

모래사장에서 막 모래성을 쌓은

어린아이라 하죠.


★ 불행


그러나 그 아이가 옆에 쌓인 큰 모래성과

자신의 것을 비교하는 순간

그 아이는 매우 불행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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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의사이자 환자이며, 또한 작가인 김혜남 저자의 새로운 책을 한번 같이

보았습니다.


늘 환자를 보던 의사가 주로 60대 이후에 발병하는 파킨슨병을 40대 초반에

얻게되고 처음엔 절망하지만 다시 자신을 추스리고 일어납니다.

그런 저자가 오늘, 전문가는 아니지만 진솔한 글과 그림을 우리에게 전달해주고

있네요.


오늘 그의 글과 그림을 보고 있으니 저절로 따뜻한 봄볕에 앉아 있는 것처럼

마음이 편안해지고 포근해집니다.

봄날 봄볕에서 봄꽃을 보고는 들떠서 남편에게 봄놀이 가자고 말하지만 그래 가자

하고 말한 남편은 수년이 지나도 소식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저자는 봄이 되면 설렙니다.


아침이 되면 제일 먼저 일어나 커튼을 열고, 커피를 내려 마시는 일이 일상인

저자는 방안 가득 채우는 커피향과 아침햇살을 함께 초대해서 화사한 아침을

맞이합니다. 커피향이 사람의 닫힌 마음을 무장해제시키기에 우리가 손님을

맞으면 커피를 내놓는다는 발상이 재밌습니다.


그에게는 아주 친한 친구가 있나봅니다. 그냥 카톡으로 무던하게도 "지금 뭐해?"

하고 물을 수 있는 친구. 그런 친구에게 얼른 지구를 떠받치고 있는 그림을 그려

날려 보냅니다. 한편으로는 힘들게 지구를 지고 있는 모습이지만, 친구의 지적

처럼 한편으로는 지구에 누워서 우주의 별들을 바라보고 있기도 하지요.

때로는 일이 아닌, 목적이 없는 이러한 친구와의 빈둥거림이 어떤 열심의 노력

보다 스스로를 채워줄 것입니다.


이번에는 삶과 죽음을 이야기하는데, 거창하게 말하지 않고 아주 덤덤하게

삶과 죽음은 서로의 일부라고 말합니다. 삶속에 늘 죽음이 있고, 죽음은 삶의

또다른 이름이라고 하지요. 어떻게 본다면 죽음과 잠은 많이도 닮았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매일 저녁 죽고 아침에 다시 사는 것이지요.


마지막은 행복과 불행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이는

모래사장에서 모래성을 쌓는 아이이고, 불행은 옆의 아이가 쌓은 모래성과

비교할 때 바로 다가온다고 하지요. 즉, 비교가 바로 고통이고 불행입니다.


일상생활의 사형선고와도 같은 파킨슨병을 가지고 살고있는 저자가 하는 말

들은 다른 사람의 말에 비해 좀 더 가슴에 가까이 다가오게 느껴집니다.


현재의 일상에 감사하고 하루하루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는 것이 진정 위대한

기적이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오늘도 기적같은 일상의 하루를 보내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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