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영혼의 향기로운 한 문장”
<센텐스, Sentence>
--“내 영혼의 향기로운 한 문장”
강 일 송
오늘은 남다른 인문학적 감수성, 상상력이 있는 작가들이나 유명인사들에게 그들의 삶을
변화시킨 문장을 골라달라고 해서 모은 책입니다.
이 책을 기획한 기획자는 “한 문장,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흔드는 달콤함”이라는 주제로
원고를 받았으나 쉽게 모이지 않아서 혼이 났다고 하였습니다. 그만큼 각자 치열하게 문장을
고르고 고른 것이었다는 말입니다.
그중 또 제가 몇 문장을 고르고 골라서 보여드리려고 합니다.
한번 보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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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폼 잡지 말고 핵심을 다루라. 그게 창조다.” 김진애, 도시건축가
작동하게 만들면 그게 멋진 창조인 것이다. 제대로 작동하게 만드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
빛 좋은 개살구에 빠지지 말고, 황금빛에 혹하지 말고, 본질에 들어가 보자!
“무에서 무언가 창조하고 싶다면, 우아함 따위는 잊어라. 제대로 작동만 한다면, 그것은
아름답다.” - 아웃오브컨트롤, 케빈 켈리, 1995, 국내 미발간
★ 여행 중 최고는 사람을 향해 가는 여행이다. 거대한 산맥보다 더 장엄하고, 한낮에
퍼붓는 소나기보다 더 예측하기 힘들다. 그리움이라는 후유증이 심각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력있는 사람을 만난다는 건 비교할 수 없는 희열이다.
- 1만 시간 동안의 남미, 박민우, 2007
★ 흠집 많은 중고제품들의 거리에서
한없이 위안받았네. 나 이미, 그때
돌이킬 수 없이 목이 쉰 야외 전축이었기에
올리비아 하세와 진추하, 그 여름의 킬러 또는 볓빛...
- 시집 “세운상가 키드의 사랑”, 유하, 1995
★ 춥지, 하고 말을 걸면
춥네. 하고 대답해 줄 사람이 있는 따뜻함
- 샐러드 기념일, 타와라 마치, 2005
★ 모든 닿을 수 없는 것들을 사랑이라고 부른다.
모든, 품을 수 없는 것들을 사랑이라고 부른다.
모든, 만져지지 않는 것들과 불러지지 않는 것들을
사랑이라고 부른다.
모든, 건널 수 없는 것들과 모든, 다가오지 않는 것들을
기어이 사랑이라고 부른다.
- 김훈의 ‘기어이 사랑이라고 부르는 기억들’ 중
지나고 나면 단 몇 개의 문자로 형상화될 수 있지만, 사랑은 그 순간엔
형용이 불가능한 거대한 어떤 것이다. 실체도 없고, 가질 수도 없지만,
모든 것을 무너뜨리는 폭탄 같은 그것. 그럼에도 우리는 그것을 기어이
사랑이라 부르며 홀린 듯 뒤를 좇는다. -- 송준호, 주간한국 기자
★ 예를 들어, 같은 반에 정말 싫은 녀석이 하나 있다고 치자.
그 녀석은 정말 매우 퍽 참말 무척 진짜로 싫은 녀석이다.
그런데 그 녀석에게는 그렇게 생겨먹을 수밖에 없는 필연성이 반드시 있다.
어쩔 수 없이 그런 인간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 녀석은 지금까지 자신에게 생긴 문제들을 자기 나름대로
열심히 해결하기 위해 그런 인격으로 자신을 만들어 나가는
일이 정말로 필요했던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 녀석이 그 모양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전부 완전히
이해할 수 있다면 그 녀석에 대해 가지고 있던 나쁜 감정은 사라질 것이다.
- 자녀교육과 관련된 일본 서적 중
★ 작은 생물에 미치는 자비심을 잃을 때 이웃 사람에 미치는
사랑을 잃게 되고, 농촌에는 마침내 살벌한 분위기가 감돌게 된다.
모든 사물에 화폐의 척도를 갖다 대고 그 눈금만으로 사물을 평가하게 될 때,
사람은 마음에 있는 두 눈 가운데 한 눈을 감아버린다.
이렇게 되면 사물이 가지는 속성 중에서 보이는 것은 경제 가치뿐이다.
- 소농;누가 지구를 지켜왔나, 쓰노 유킨도,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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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우리 사회 명사들에게 자신에게 큰 영향을 주었던 문장을 추천해 달라고
한 내용을 모은 책이었습니다.
첫 번째는 창조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서울대, MIT 건축과 출신의 김진애
건축사가 고른 문장은 제대로 작동한다면 그것 자체로 충분히 우아하고 아름
답다는 말이었습니다. 거기다가 스스로 덧붙여서 "폼 잡지 마라, 핵심을 다루는
것이 창조다"라고 말합니다.
사실, 사람이나 회사는 생존, 살아있음 자체가 그 어떤 가치보다 더 의미가 있고
가장 아름다운 기적일 수 있습니다. 창조란 것도 너무 거창하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지금 나의 조직이 나의 회사가 제대로 멈추지 않고 돌아가게끔 하는
그 무언가가 창조라고도 할 것입니다.
두 번째는 사람을 향해 가는 여행이야말로 가장 위대한 여정이라고 하지요.
록키산맥보다 험준하고, 아마존강보다 더 넣으며, 태평양보다 더 깊고 그
속내를 알기 어려운 인간의 마음. 하지만 가장 매력적인 것 또한 인간의
마음이라 합니다.
세 번째는 흠집많은 중고제품이 가득 쌓인 중고매장이 모여있는 거리에서 작가
는 비로소 편안함을 느끼고 위로를 받습니다. 자기와 동질감을 느끼는 그
무언가에서 인간은 위로를 받지요. 그는 흠집이 많이 난 중고제품이 마치 힘든
인생을 살아온, 견디어 낸 자기 자신으로 보였나 봅니다.
네 번째는 단순하게도 "춥지?", 했을 때 "춥네." 하고 한마디 던져줄 수 있는 사람
의 소중함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거창한 위로의 말도 필요치 않습니다.
춥지? 라고 물어볼 때 이미 물어보는 사람은 알고 있습니다. 그가 자기를 아무
조건이나 이해관계없이 인정해주고 아껴줄 사람이라는 것을.
다섯 째 이야기는 "칼의 노래"의 명 작가 '김훈'의 글입니다. 사랑만큼 과거부터
현재까지 사람들의 마음에, 입에 그렇게 많이 오르내린 말이나 주제가
있을까요? 그만큼 사랑은 인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관심사고 추구할
무언가였다는 것을 알수 있습니다.
사랑은 닿을 수 없을 때, 품을 수 없을 때 오히려 가장 가치가 있고 빛이
납니다. 우리는 또한 그것을 기어이 사랑이라고 부릅니다
여섯 째는 우리가 살면서 만나는 이유없이 싫고 가까이 하기 싫은 사람들에 대한
통찰입니다. 그런 인간도 어릴 때는 말할 수 없이 귀여운 아기였을 것이고,
부모에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존재였을 것입니다. 나하고, 아니 모든 사람
들과 관계를 잘 할 수 있는 방법을 몰라서, 또는 본래 그런 성격으로 타고나서
모두가 싫어하는 존재가 되었지만, 그도 어쩔수 없이 그러한 모양으로 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존재할 것입니다. 작가처럼 그런 그를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겠
지만, 조금은 부드러운 눈으로 바라볼 수는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마지막으로 작은 생명체에 대한 자비를 잃으면 다른 사람에 대해서도 그러할
것이며 결국은 속한 공동체가 무자비해질 것이라는 말을 합니다.
우리가 동물학대를 반대하는 것도, 생명체 본연의 측은지심도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연쇄살인을 하는 사이코패스들이 처음에는 동물들을 학대하고 눈하나
깜짝하지 않고 죽였던 이들이었다는 사실에서도 연유합니다.
또한 모든 사물, 모든 행위, 모든 존재에 경제적인 척도만을 들이댈 때,
인간의 삶은 한없이 초라해짐을 알 수가 있습니다.
각 명사들이 자신의 영혼을 향기롭게 만들어주었다는 글들을 보고 있자니
덩달아 나의 영혼에서도 향기가 묻어나오는 것 같습니다.
평온한 하루 되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