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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헌 서재 Mar 15. 2018

<메마른 마음에 단비같은 시 한 편이 필요할 때>

<메마른 마음에 단비같은 시 한 편이 필요할 때>

“시인이 추천하는 명시 100선”中


                                  강 일 송


오늘은 시집(詩集) 한 권을 보려고 합니다. 다양한 “사랑”에 대한 주제로 시인들이

추천한 시를 모은 것으로, 타고르, 괴테, 릴케와 하이네, 셸리, 푸시킨, 파블로 네루

등 최고의 시인들의  세계를 초월해서 사랑받는 주옥같은 명시들입니다.


엮은이는 김옥림 시인으로 현재 대학과 언론 매체, 기업 등에서 전문 강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시집으로 <나도 누군가에게 소중한 만남이고 싶다>, <따뜻한 별 하나 갖고 싶다>,

소설집 <달콤한 그녀>, <마리>, 에세이집 <사랑하라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아침이

행복해지는 책> 등등 다양하게 있습니다.


그중 몇 편 골라 나름의 감상으로 풀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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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순간만이라도

            - D. 포프헤


단 한순간만이라도

그대와 내가

서로 뒤바뀌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그대가 알게 될 테니까요.

내가 그대를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 지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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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고금을 통해 사랑만큼 모든 인류에게 관심을 갖게 하고 공감하게 하는 주제가 있을

런지요. 사랑하게 되면 모든 관심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가있고, 모든 세상이 아름다웠

다가 또 캄캄해졌다가 하지요.


이 시도 많이 알려진 시입니다. 아주 짧은 시지만 시만이 가질 수 있는 함축과 진한 호소력

을 이 시는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마 시인은 상대방보다 더욱 자신의 사랑이 더 크다고 생각하나 봅니다. 아니면 일방적

짝사랑일수도 있겠네요. 서로 바뀌어서 내 사랑을 느끼고 알게 하고 싶은 절절한

마음이 잘 전해옵니다.


두 번째 시도 한번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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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은 아픔을 위해 존재합니다.

                - 칼릴 지브란(1883-1931)


사랑이 그대를 손짓하여 부르거든 따르십시오.

비록 그 길이 어렵고 험하다 해도

사랑의 날개가 그대를 품을 때에는 몸을 맡기십시오.

비록 사랑의 날개 속에 숨은 아픔이

그대에게 상처를 준다 해도

사랑이 그대에게 말하거든 그를 믿으십시오.

비록 사랑의 목소리가 그대의 꿈을

모조리 깨뜨려놓을지라도

왜냐하면 사랑은 그대에게

영광의 왕관을 씌워주지만 또한

그대를 십자가에 못 박는 일도

주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랑은

그대의 성숙을 위해 존재하지만

그대를 아프게 하기 위해서도 존재한답니다.

사랑은 햇빛에 떨고 있는

그대의 가장 연한 가지들을 어루만져주지만

또한 그대의 뿌리를 흔들어대기도 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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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계 출신의 미국의 시인이자 예술가인 칼린 지브란은 사물의 본질을 꿰뚫고 있는

눈을 같고 있어 보입니다. 그는 다른 시(詩)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에서도 보여주었듯이

현대 심리학과 과학이 발전하기 전에 이미 사람 사이의 거리의 중요성에 대해 영적으로

확실하게 인식하고 있었지요.


사랑은 중간이 잘 없습니다. 미지근한 사랑은 전혀 사랑답지 않지요. 또한 사랑은 양쪽의

극단인 최고의 기쁨과 엄청난 아픔을 동시에 지니고 있습니다. 시인은 영광의 왕관과

십자가의 고통이 함께 한다고 표현합니다. 살랑거리는 산들바람처럼 가지를 흔들기도

하지만 태풍처럼 뿌리째 뽑을 정도로 불기도 하는 것이 바로 사랑입니다.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이 사랑으로부터 자유로울 자는 없을 것이고, 시인은 사랑이 그대를

부르거든 주저하지 말고 따르라고 말합니다. 인간의 숙명이겠지요. 사랑에 대해서는~~


다음 세 번째 시도 한번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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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대가 없다면

             - 호이트 엑스턴


장미꽃들이 달빛과 어우러져

즐겁게 춤추는 아름다운 모습도

그대가 함께 하지 않는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어요.


내 곁에서 걷고

내 마음 안에 살고 있는 그대가 없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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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를 읽으면 13세기 페르시아의 시성(詩聖) 루미의 시가 바로

떠오릅니다.


봄의 과수원으로 오세요

           루 미 (1207-1273)



봄의 과수원으로 오세요.

꽃과 술과 촛불이 있어요.


당신이 안 오시면

이것들이 무슨 소용 있겠어요.


당신이 오신다면 또한

이 모든 것들이 다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아름다운 계절 봄에 과일이 풍성한 과수원에서 꽃과 술과 촛불이 있지만

당신이 안 오시면 소용이 없고, 또한 당신이 오면 이 모든 것들이 당신의

광채로 빛을 잃어버리니 소용이 없다는 이 역설.


마찬가지로 엑스턴의 시도 시대를 뛰어 넘어 똑같은 감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장미, 달빛, 즐거운 분위기도 당신이라는 가장 소중한 존재가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음을 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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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아름다운 사랑시 몇 편을 함께 보았습니다.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한 많은 종교에서 사랑(자비)은 가장 큰 인간이 추구해야 할 가치라고

가르쳐왔고 연인에 대한 사랑이든 인류에 대한 사랑이든 간에 사랑은 인간에게 있어

가장 큰 영향을 미쳐온 감정이자 무언가임에는 틀림없어 보입니다.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는 자기 본위적이지만 사랑은 이를 극복하는 특별한 힘이

있음을 보게 되고, 자신보다 남을 우선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위대함의 본질이겠지요.

자신의 몸을 바쳐 자식을 위해 희생하는 부모님의 사랑,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목숨을

내어 놓는 연인이 바로 그러합니다.


하지만 사랑은 가장 큰 기쁨을 주기도 하지만 반대 급부로 가장 큰 슬픔과 고통을 함께

주기도 하는 아이러니한 존재입니다.

현대 의학이 밝혀낸 페닐에틸아민, 코르티솔, 세로토닌 등의 호르몬이 사랑의 감정을

불러일으킨다고 하지만 이것만으로 사랑을 모두 설명하기는 불가능할 것입니다.


오늘 만난 사랑의 시를 가만히 여러 번 읽어 보는 시간을 가져보시기 바랍니다.

지난 글에서 이야기한 인생을 제대로 살아가려면 “시 한 수의 즐거움은 알아라”고

했듯이 시간을 조금 내어 시와 함께 하는 여유로움과 풍성한 감성의 만찬을 즐겨보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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