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할 시간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장영희 교수의 문학에서 찾은 사랑해야 하는 이유”
강 일 송
오늘은 “문학은 우리가 어떻게 사랑하며 살아가야 하는 지를 알려준다”라고 말한
장영희(1952~2009)교수의 책 한 권을 보려고 합니다.
사랑이란 인간에 있어서 가장 기본이 되는 감성이자 감정이자 모든 관계의 원천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사랑이 문학에서 가장 주된 주제가 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이 됩니다.
장영희교수는 서강대 영문과를 나오고 뉴욕 주립대에서 영문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서강대 영미어문 전공 교수이자 칼럼니스트 등으로 활동하다가 암으로 2009년 57세의
나이로 소천하였습니다.
그의 글을 함께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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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은 살리는 것
어느 학생이 제출한 공책 앞면에 ‘사랑은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는 것’이라는 영문이
인쇄되어 있었습니다. 에릭시걸의 <러브 스토리,1969>에 나오는 말로서, 아마 사랑에
관하여 가장 자주 인용되는 말일 것입니다.
하지만 나는 그 말이 영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나는 오히려 사랑은 미안하다는 말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니, 진정 사랑한다면 미안해하는 마음은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문학의 주제를 한마디로 축약한다면 ‘어떻게 사랑하며 사는가’에 귀착됩니다.
동서고금의 모든 작가들은 결국 이 한 가지 주제를 전하기 위해 글을 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수많은 작가들이 나름대로의 사랑론을 펴거나 작중 인물들을 통해
사랑에 관한 메시지를 전달하였는데, 그중에서 몇 가지를 소개하겠습니다.
죽음보다 더 강한 것은 이성이 아니라 사랑이다.
-- 토마스 만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우리의 인생 과업 중에 가장 어려운 마지막 시험이다.
다른 모든 일은 그 준비 작업에 불과하다.
-- 라이너 마리아 릴케
사랑을 치유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더 많이 사랑하는 것이다.
-- 헨리 데이비드 소로
뭐니뭐니해도 제가 이제껏 본 사랑에 관한 말 중 압권은 <논어>12권 10장에 나오는
‘애지욕기생, 愛之欲基生’, 즉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이 살게끔 하는 것이다.’
라는 말입니다. 겉으로는 단순하지만 사랑의 모든 것을 품고 있는 말입니다.
여기서 ‘산다’는 것은 물론 사람답게 제대로 평화와 행복을 누리는 삶을 의미하지만,
생명을 지키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습니다. 사랑하는 일은 남의 생명을 지켜 주는 일이고,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내 생명을 지키는 일이 기본 조건입니다.
★ 진짜가 되는 길
내가 좋아하는 성 프란치스코의 ‘평화의 기도’ 중에는 ‘이해받기 보다는 이해하고, 사랑
받기보다는 사랑하게 하소서’ 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사실 내가 업으로 삼고 있는 문학의 궁극적인 주제도 결국은 ‘어떻게 사랑하며 살아가는가’
의 문제로 귀결이 되니, 내 삶의 주제는 단연 ‘사랑하라’가 될 것입니다.
사랑하는 일은 막대한 시간과 에너지를 요한다. 누군가를 좋아하고 항상 배려하는 마음,
그 사람이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궁금한 마음, 너무나 보고 싶은 마음 등은
대단한 영혼의 에너지를 요합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고작 차 한두 대 굴리는 석유나 석탄
같은 눈에 보이는 에너지는 아까워하면서, 막상 이 우주를 움직이는 사랑이라는 에너지는
그저 무심히 흘려보내기 일쑤지요.
사랑받는다는 것은 ‘진짜’가 될 수 있는 귀중한 기회입니다.. 모난 마음은 동그랗게, 잘 깨지는
마음은 부드럽게, 너무 비싸서 오만한 마음은 겸손하게 누그러뜨릴 때에야 비로소 ‘진짜’
가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진짜’는 사랑받는 만큼 의연해질 줄 알고, 사랑받는 만큼 성숙해질 줄 알며,
사랑받는 만큼 사랑할 줄 안다. ‘진짜’는 아파도 사랑하기를 두려워하지 않고, 남이 나를
사랑하는 이유를 의심하지 않으며, 살아가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를 가집니다.
한번 생겨나는 사랑은 영원한 자리를 갖고 있다는데, 이 가을에 내 마음 속에 들어올
사랑을 위해 동그랗게 빈자리 하나 마련해 봅니다.
사랑받기 때문에 사랑할 줄 아는 ‘진짜’됨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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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소아마비라는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 많은 역경을 거치며 인생을 살았지만
누구보다도 삶을 사랑하고 사람들을 사랑할 줄 알았던 장영희 교수의 글을 함께
보았습니다.
그는 오늘 책에서 이 세상의 모든 문학의 주제는 “사랑”이라고 말합니다. 사람이 살면서
어떻게 사랑을 하며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여러 가지 변용이 문학작품이라는 것이지요.
문학 뿐 아니라 그 많은 유행가 가사만 보아도 사랑은 빠짐이 없습니다.
그런 사랑에 대한 동서고금의 수많은 글 중, 장교수는 논어의 “애지욕기생”이 최고의
사랑에 대한 표현이라고 단언합니다. 사랑이 자기를 향하고, 이기적일 때 가장 사랑답지
않은 법이지요. 사랑한다면 다른 사람을 이 세상에서 당당히 살아갈 수 있게 아끼고
지켜주는 것이라고 논어는 말하고 있습니다. 2000년이 훌쩍 넘은 고대 중국의 사상
수준은 이렇듯 훌륭하네요. 진리는 결국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도, 미래를 향해
내려가도 이처럼 통용되고 공감할 수 있어야 함을 알게 됩니다.
그는 이 세상을 비록 먼저 떠나 하늘 나라로 갔지만, 그의 글은 아직도 남아 세상 사람들을
깨우치고 있습니다. 이해받기 보다는 이해할 줄 알고 사랑받기보다는 사랑을 먼저 하라고
합니다. 또한 진짜 사랑은 의연하고 성숙하게 하며 용기를 지닌다고 합니다.
멀리까지 아니더라도 지금 현재 가까이 있는 누군가에게 ‘진짜’ 사랑을 하여, 그 사람이
살아갈 힘을 얻게 하는 ‘애지욕기생’의 하루가 되시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