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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헌 서재 Aug 04. 2018

<뇌이야기>

<뇌이야기> 딘 버넷

--“엄청나게 똑똑하고 아주 가끔 엉뚱한”


                                            강 일 송


오늘은 우리 몸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중요한 장기인 뇌이야기를 담은 책을

한번 보려고 합니다.


저자인 딘 버넷은 영국 카디프대학교 교수이자 정신의학 및 임상연구과학연구소의

연구원으로 활동중입니다. 영국 가디언의 인기 과학 블로그 “브레인 플래닝”을

운영중에 있고, 뇌에 관한 연구와 글쓰기에 매진하는 과학자입니다.


오늘 그는 우리의 뇌는 완벽에 가깝지만 때로는 제멋대로이고 말썽을 일으키는

예측 불가능한 존재라면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한번 보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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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억 이야기


여러분은 우리의 기억이 전혀 객관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아마도 기억이란 우리가 보고 들은 것에 대한 정확한 기억이라고 알고 있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기억은 뇌가 제멋대로 뜯어고치고 각색해놓은 편집버전

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실제보다 더 나은 사람인 것처럼 인식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 가만, 내가 지금 부엌에 뭘 가지러 왔더라?

“단기 기억과 장기 기억에 대한 이야기”


아마 누구나 한 번쯤은 이런 경험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목적지에 도착했는데, 문득

아무 생각도 안 나는 것이다. 이런 증상은 우리 뇌가 기억을 처리하는 방식이 지나치게

복잡해서 발생하는 이상 현상 중 하나다.


인간의 기억에서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괴리는 단기기억(short-term memory)과

장기기억(long-term memory) 간의 차이에서 온다. 이 두 가지 기억은 상호 의존적으로

작용하지만, 그 특성은 서로 매우 다르다.


단기기억은 오래 남지 않는다. 기껏해야 1분 정도 지속될 뿐이다. 그러나 정보를 실제로

의식적으로 이용하는 일, 즉 현재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것은 단기기억에서 처리한다.

현재 생각하는 것에 대해 우리가 사고할 수 있는 이유는 이들이 단기기억 속에 있기

때문이다.

장기기억은 방대한 정보를 제공해 인간의 사고를 돕는다. 하지만 이때 생각을 하는

주체는 단기기억이다. 단기기억력의 용량이 매우 작다는 사실을 알면 많은 사람들이

놀랄 것이다. 현재 연구 결과에 의하면 평균 단기기억력은 한번에 최대 4개의

‘아이템’까지만 가능하다고 한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것은 ‘아이템’이라는 용어다. 인간은 단기기억력의 한계를 극복하고

저장 용량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을 고안해왔다. 그중 한 가지는

‘청킹,chunking’ 혹은 ‘청크,chunk’라고 불리는 방법인데, 기억할 정보들을 하나의

그룹으로 묶어 단기기억력을 활용하는 것이다.

만약 여러분에게 ‘자동차’, ‘다람쥐’, ‘땅콩’, ‘노래’, ‘공원’이라는 단어를 외우라고 한다면

외워야 할 것은 총 5개의 아이템이다. 그런데 이를 ‘공원의 다람쥐가 땅콩 자동차에서

노래한다.’라고 문장으로 기억하게 하면, 이는 하나의 아이템이 된다.


우리의 단기기억 시스템은 종종 오류가 발생하는데 정보를 제대로 처리하기도 전에

중요한 내용이 날아가 버리는 것이다. ‘가만, 내가 지금 이 방에 뭘 가지러 왔더라?’

와 같은 상황이 벌어지는 이유다.


정보가 장기기억으로 남을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인데 중요한 전화번호와 같은

정보를 의식 상태에서 계속 되새기면 기억이 장기기억으로 남는다. 장기기억은

뉴런과 뉴런 사이에 새로운 연결고리가 생김으로써 이루어지는데 이는 외우고자 하는

특정 내용을 반복함으로써 더 강화된다.


★ 얼굴과 기억


사람의 얼굴은 매우 많은 정보를 담고 있다. 표정이나 눈맞춤, 입 모양 등은 모두

인간이 의사소통하는 기본적인 방법이다. 얼굴 생김새 역시 그 사람에 대해 많은

것을 말해준다. 눈동자 색깔, 머리 색깔, 치아 배열, 골격 등 이 모든 요소들은 그

사람을 인식하는 데 도움을 준다. 따라서 인간의 뇌는 얼굴을 쉽게 인식하고 처리

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특징을 발전시켰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수십 개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으며, 새로운 이름을 외울 때마다

엄청난 노력을 들이지는 않는다. 우리의 기억체계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사람과

이름간의 연결고리를 형성하는데, 그 사람과의 교류가 점점 늘어날수록 연결고리도

늘어나므로 굳이 이름을 의식적으로 반복할 필요가 없게 되는 것이다.


단기기억은 대체로 ‘청각’에 의존하며, 정보를 단어나 구체적인 소리로 처리한다.

이름 역시 청각 정보 중 하나다. 그래서 우리는 무언가의 이름을 듣게 되면, 그

단어를 구성하는 소리의 형태로 받아들인다.


이와 반대로 장기기억은 ‘시각’과 ‘의미론적’ 특성에 크게 의존한다. 따라서 아주

강한 시각적 자극, 예를 들어 사람의 얼굴 같은 자극을 만나게 되면 생소한 이름과

같은 청각적인 자극에 비해 오랫동안 기억할 확률이 높아진다.


이러한 기억체계의 유용함은 친숙한 경우 쉽게 기억을 불러오게 하여 쓸데없이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게 해주고, 냉혹한 자연에서 친숙하다는 것은 적어도 그것이

우리를 죽이지 않을 것임을 의미한다.


정리를 해보자면 우리 뇌는 수백만 년 동안 지나면서 현재의 섬세함을 갖추었지만

그로 인해 엄청난 문제들도 발생시켰다. 컴퓨터를 비유하자면 온갖 구닥다리

프로그램과 다운 받아놓고 보지 않은 영화 파일들이 하드웨어에 가득해서 아주 간단한

프로세스마저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상태 같달까?


아무튼 요점은 뇌는 오류를 잘 일으킨다는 것이다. 뇌는 우리의 의식이 자리하는

곳이며 인간의 모든 경험의 엔진과도 같은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동시에 매우

어지럽고 무계획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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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영국의 뛰어난 뇌과학자이자 틈틈이 스탠드업 코미디언으로도 활약하고

인기과학 블로그를 운영도 하는 괴짜 학자의 재미있는 책을 함께 보았습니다.


저자는 우리 뇌는 슈퍼슈퍼 컴퓨터이긴 하지만 자주 고장과 오류를 일으키는

말썽장이라고 말합니다. 또한 우리 인간의 뇌는 수백만 년 동안 “우리 몸의 생명을

유지”하는 지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적응하고 변신하고 변화하여 왔다고

합니다.


오늘은 뇌의 여러 기능 중 “기억”에 관해서 주로 이야기를 들어보았는데, 단기기억과

장기기억의 차이에 대해서 상세히 알게 되었고, 특히 단기기억은 ‘청각’에 주로

의존하고 장기기억은 ‘시각’과 ‘의미’에 의존한다는 사실은 새로웠습니다.


단기기억을 장기기억으로 넘기기 위해 “청킹”을 하면 효과적인데, 이는 예전에 우리가

여러 내용을 묶어서 스토리식으로 하면 기억이 잘되었던 경험을 이론적으로 뒷받침

해주네요.


그리고 사람들은 여러 정보 중에서 타인의 “얼굴”에 대한 인식률이 높은데 이는

얼굴이 타인에 대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이는 나와 우호적인 사람인가 아니면

적대적인 사람인가를 빨리 판별하여 나의 생존을 도모하기 위한 오래된 장치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뇌과학 공부는 우리 인간을 이해하고 알게 되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 되어가는 느낌입니다.

과거에는 막연히 다양한 현상을 이론적으로만 묶어서 알고 있던 지식들이 fMRI를 비롯한

수많은 현대 검사장비와 과학기술의 발달로 과학적 데이터로 증명하고 학문적 완성을

이루어가고 있지요.


사상 최고의 무더위 폭염에 지치지 않고 건강 잘 유지하시길 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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