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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헌 서재 Sep 03. 2018

<매력적인 장(腸)여행>

<매력적인 장(腸)여행> (1)

--“장에 관한 놀라운 이야기”


                                       강 일 송


오늘은 우리 몸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쓴 책을 한번 보려고 합니다.

우리는 흔히 심장, 뇌, 폐, 간 등을 중요시하는 반면 장에 대해서는 조금 관심이 덜가지는

경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 저자는 겉으로는 볼품 없어 보이는 장이 얼마나 매력적인 장기인지 알려줍니다.


저자인 기울리아 앤더슨(1990~)은 독일의 촉망받는 신예 의학자입니다. 프랑크푸르트

암마인에 있는 미생물학 및 병원위생연구소에서 의학박사학위 논문연구를 수행하고 있고

그가 발표한 강의 동영상은 유튜브에 올라 큰 화제를 모았다고 합니다.


두 번에 나누어 내용을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한번 보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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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화관 입구


양치질할 때마다 자주 보게 되는 소화관 입구, 즉 입안에는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놀라운 사실들이 숨겨져 있는 비밀 장소가 있다. 네 개의 작은 구멍인데 이 구멍에서

침이 나온다. 이 구멍 안으로 거슬러 가면 침샘에 도달하게 되는데 매일 약 0.7~1L의

침이 만들어진다. 침에는 칼슘이 많이 들어있는데, 칼슘의 임무는 치아를 튼튼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런 칼슘 분자들이 굳어 치석이 된다.


믿기 어렵겠지만, 침은 걸러진 피다. 침샘이 피를 걸러 침으로 만든다. 적혈구는 입이

아니라 혈관에 필요하므로 걸러져 혈관에 남는다. 하지만 칼슘, 호르몬, 항체들은 피에서

침으로 들어간다. 그래서 사람마다 침이 조금씩 다르고, 그렇기 때문에 면역질환이나

특정 호르몬을 침으로 검사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침에는 모르핀보다 훨씬 강한 진통제가 들어 있다. 이는 2006년에 처음 발견된

성분으로 ‘오피오르핀,opiorphin’이라 불린다. 물론 극히 소량만 들어 있다.

침에 취해선 안 되니까. 극히 소량일지라도 입이 워낙 예민하기 때문에 진통 효과는

충분하다. 껌만 씹어도 입안 전용 진통제를 얻을 수 있고, 오피오르핀의 항우울증

효과를 증명하는 새로운 연구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잠을 자는 동안에는 침이 거의 만들어지지 않는다. 낮이랑 똑같이 0.7~1L를 밤에도

만들어낸다면 베개가 어떻게 되겠는가? 밤에 침이 적게 생산되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이 아침에 입 냄새가 나고 목이 아프다. 그러면 말썽쟁이 박테리아들이 활개를

치고 돌아다닌다. 그래서 아침저녁으로 양치질을 하는 것을 좋은 습관이다.


★ 브레이크 댄스를 추는 식도


식도는 최단거리를 중시하지 않는다. 식도는 비스듬히 기울어 위의 오른쪽 꼭지와 연결된다.

이는 옆으로 살짝 물러남으로써 식도가 압력을 피하게 해준다. 그 덕분에 식사 후에 걸어도

발을 뗄 때마다 트림이 나지 않는 것이다.


식도는 브레이크 댄스를 치듯 꿈틀거리는데 세로로 길게 당기면 전화선처럼 늘어나면서

길어진다. 식도는 힘줄을 통해 척추와 연결되어 있다. 꼿꼿하게 앉아 고개를 뒤로 젖히면

식도가 늘어나고 좁아져 구멍을 잘 막는다. 이런 이유로 과식을 한 후에 신물이 올라오면

구부정하게 앉는 것보다 똑바로 앉는 것이 도움이 된다.


★ 삐딱한 위


위는 생각보다 훨씬 위쪽에 자리를 잡고 있다. 왼쪽 젖꼭지 밑에서 시작해 오른쪽 마지막

갈비뼈에서 끝난다. 그러므로 배꼽 윗부분에서 느껴지는 통증은 위가 아픈 게 아니다.

위통을 호소하는 대부분의 경우 실제로 위가 아니라 장이 아픈 것이다.


위는 한쪽이 다른 한쪽보다 월등히 길어서 휠 수밖에 없다. 그로 인해 안쪽에 주름이

많이 잡힌다. 여기에는 깊은 뜻이 있는데 물을 한 모금 마시면, 물은 식도를 타고

곧장 위의 오른쪽 좁은 면을 지나 소장으로 통하는 물에 도달한다. 반면, 음식물은

위의 왼쪽 넓은 면으로 떨어진다. 그런 식으로 위는 잘게 쪼개야 하는 것과 빨리

내보내도 되는 것을 아주 노련하게 분리한다.

위는 그냥 삐딱한 게 아니라 각기 다른 전문 분야 두 곳을 갖춘 것이다.


★ 구불구불 소장


배 속에는 3-6미터가량의 소장이 아주 느슨하게 구불구불 말려 있다.

소장은 가능한 한 넓은 면적을 확보하기 위해 주름을 만든다. 먼저 육안으로 볼 수 있는

주름이 있다. 이런 주름 없이 충분한 소화 면적을 확보하려면 소장의 길이가 18미터는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니 존경심을 담아 주름을 향해 경례!

소장 점막 안에는 약 30개나 되는 작은 융모들이 걸쭉해진 음식물을 향해 뻗어 있고 융모

하나하나에 사슴뿔을 닮은 당 구성물이 수없이 붙어있다. 이 구성물의 이름은 글리코칼릭스

다. 이들을 모두 펴면 소장은 약 7킬로미터가 된다.


소장에서는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이 비교적 큰 덩어리로 용해되고 내벽에 흡수되어

혈액에 도달한다. 소장의 모든 혈관은 해로운 물질과 독을 검사하는 간으로 통한다.

그렇게 해서 혈액순환계로 들어가기 전에 간에서 모든 위험요소가 제거된다.

우리는 모든 장기에 에너지를 저장한다. 이 에너지는 소장에서 처음 얻는다. 하지만 소화

되기 전에는 오히려 더 쉬 피곤해진다. 또한 많은 피가 소화기관으로 몰리기에

뇌에 피가 부족해져서 피곤해지는 것이다.


★ 쓸모없는 맹장과 대장


맹장은 종종 쓸모없는 장기로 대접받는다. 대장의 중요한 일부분인 맹장이 아니라

사실은 맹장수술에서 그 밑에 달린 ‘충수’를 떼어낸다. 충수는 너무 작아서 음식물을

처리할 수 없을뿐더러 음식물이 거의 도달할 수 없는 곳에 달려 있기도 하다.

하지만 충수는 엄연히 면역 조직 소속이다.


대장은 소장에서 흡수할 수 없는 것들을 처리한다. 그래서 대장에는 융모가 없다.

대장은 융모 대신에 마지막으로 남은 음식찌꺼기를 잘게 부수는 박테리아를 갖고 있다.

충수의 위치선정은 탁월한데 음식을 처리하지 않아도 될 만큼 멀리 떨어졌지만,

낯선 미생물들을 자세히 살필 정도의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잡았다.

충수 안에는 좋은 박테리아만 살리고 나쁜 박테리아는 쓸어버려 좋은 박테리아만

모여 있다. 심한 설사 후 대장에 살던 박테리아들이 설사와 더불어 쓸려나간 뒤,

충수에서 미생물 팀이 출동해 대장을 보호하는 미생물이 널리 퍼져 정착하게 한다.


하지만 맹장수술을 받은 경우라도 너무 걱정 안 해도 된다. 대장의 면역 세포들은

촘촘하지는 않더라도 전체적으로 충수에 있는 것보다 몇 배는 많고, 대장을 지키기에

충분한 능력을 갖췄다. 약국에서 좋은 박테리아를 구입해 대장의 새로운 주민으로

정착시켜도 된다.


대장은 소장에서 넘어온 음식물찌꺼기를 약 16시간 동안 철저하게 작업한다. 칼슘

같은 중요한 미네랄이 대장에서 비로소 흡수된다. 또한 대장과 미생물의 꼼꼼한

협력 덕분에 우리는 에너지가 풍부한 지방산, 비타민K, 비타민B12, 티아민(비타민B1),

리보플라빈(비타민B2)을 추가로 얻는다. 이것은 원활한 혈액응고, 건강한 신경,

편두통 예방 등등 모든 면에서 좋은 일이다.


또한 대장 끝에 있는 직장은 수분과 염분의 균형을 정확하게 맞춰 놓는다. 이러한

섬세한 작업 덕분에 우리는 매일 물 1리터를 덜 마셔도 된다. 대장에서 흡수된

수확물은 소장에서처럼 혈액을 따라 간으로 운송되고 거기서 검사를 받은 후

대순환계로 전달된다.


반면, 대장 끄트머리에 있는 직장의 혈관은 해독 작용을 하는 간을 통하지 않고

곧바로 대순환계로 간다. 기본적으로 이곳에서는 영양소를 흡수할 일이 없다.

그러나 예외가 하나 있다. 바로 좌약이다. 좌약은 먹는 약보다 약 성분이 아주

적지만 대신 빠르게 효력을 낼 수 있다. 해열제나 여타 약으로 간을 힘들게

하고 싶지 않은 사람에 직장에 좌약을 넣어 지름길을 택하면 되는데

좌약은 특히 어린아이와 노인에게 좋다.


★ 변기 위의 바른 자세(?)


배변을 위해서는 놀라운 능력이 필요한데, 두 신경계가 긴밀하게 협력해야 한다.

외괄약근을 의식의 지시대로 최선을 다해 항문을 꼭 닫아두고, 내괄약근은 무의식적으로

활동하는 자율신경계통을 위해 일한다. 음식찌꺼기가 도달하면 내괄약근은 자동

반사로 열린다. 그러나 일단 샘플을 외괄약근으로 보내 수많은 센서로 샘플을 분석

하여 뇌로 정보를 보낸다. 고체인가, 기체인가 등등.

두 괄약근의 자유로운 소통이 막히면 변비가 생긴다.


쪼그려 앉기는 선사시대부터 써온 자연스러운 배변 자세다. 좌변기는 18세기 후반에

화장실이 실내로 들어오면서 비로소 생겼다. 우리 몸은 꼿꼿이 앉은 자세에서는

배변통로가 완전히 열리지 않게 설계되었고, 쪼그려 앉으면 근육이 이완되어 배변

통로가 직선으로 열린다.


대변을 자주 참으면 정맥류, 뇌졸중 혹은 배변 불능의 위험이 확실히 높아진다는 것이

의학계의 정설이다.

좌변기에 앉아서도 쪼그려 앉는 효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상체를 살짝

앞으로 숙이고 양발을 작은 받침대 위에 올려놓으면 된다. 짜잔, 장이 직선으로

펴지고 우리는 편안하게 일을 마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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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우리 몸 장기 중 장(腸)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함께 보았습니다.

장은 뇌나 심장과 달리 음식물을 받아들여 소화를 시키고, 이를 통해 우리 몸을 움직일

에너지를 얻는 일이 큰 기능이지요.

하지만 우리가 모르는 면역에 관한 지대한 역할을 하고 있기도 합니다.


피가 걸러진, 칼슘, 호르몬, 항체 등이 풍부한 침은 밤에는 적게 분비되므로 아침 입

냄새의 원인이 되지요. 그리고 과거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오피오르핀’이라는

진통제가 포함되어 있기도 하답니다.

식도와 위는 정확하게 이어진 게 아니라 비스듬하게 이어져있고 이를 통해 식도의 압력이

줄어 입으로의 역류를 막아주고, 위 자체는 양쪽의 길이가 달라 액체와 고체의 분리

수거가 가능하게 됩니다.


소장은 많은 주름과 융모 등으로 엄청난 넓이의 소화면적을 확보하게 되어 알뜰하게

영양소를 흡수하게 됩니다. 맹장염 수술은 본래 충수절제술이 잘 못 알려진 것인데

충수는 엄청난 면역기능을 가지고 있고, 대장에 제공할 좋은 박테리아의 보관창고로서

역할을 합니다.

대장도 마지막까지 남은 영양까지 장내 미생물과 함께 협력하여 흡수합니다.

대장의 끝은 직장인데, 이곳은 간을 통하여 혈액의 대순환계로 들어가지 않기에 좌약을

써서 효과가 생기는 결과를 낳습니다.


마지막으로 현대인들이 주로 사용하는 좌변기가 변비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였고

선사시대 이전부터 사용했던 쪼그려 앉기가 대변통로를 직선으로 만들어준다고 합니다.

좌변기에서 쪼그려 앉은 효과를 내는 자세를 가르쳐주는 친절도 베풀고 있네요.


오늘 저자는 젊은 의학도로서 우리 신체의 구조를 아주 재미있고 이해하기 쉽게 풀어서

독자들에게 들려주고 있고 많은 독자들의 호응을 받았습니다.

다음에는 장의 면역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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