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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헌 서재 Sep 05. 2018

<매력적인 장(腸)여행> (2)

<매력적인 장(腸)여행> (2)

--“장에 관한 놀라운 이야기- 장의 면역과 발효이야기”


                                                    강 일 송


오늘은 지난 번에 이어서 “매력적인 장이야기” 2편을 진행해 보려고 합니다.

장은 그냥 소화만 시키는 장기라고만 알았지 이처럼 많은 과학적인 원리가 숨어있고

인간을 위해 많은 역할을 하는지 대부분 모르셨을 겁니다.

오늘은 이어서 장의 또 다른 중요한 역할인 면역에 관해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저자인 기울리아 앤더슨(1990~)은 독일의 촉망받는 신예 의학자입니다. 프랑크푸르트

암마인에 있는 미생물학 및 병원위생연구소에서 의학박사학위 논문연구를 수행하고 있고

그가 발표한 강의 동영상은 유튜브에 올라 큰 화제를 모았다고 합니다.


한번 보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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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생물의 세계


우주에서 지구를 보면, 인간은 보이지 않는다. 가까이 다가서서 보면 사람들이 여러 다양한

장소에 흩어져 사는 것을 알 수 있다. 도시는 환하게 빛나는 하나의 점에 불과하다.

더 가까이에서 인간을 보면, 한 사람 한 사람이 하나의 세계다. 이마는 바람이 부는

작은 초원이고, 팔꿈치는 건조한 황무지, 눈은 짠 바다, 장은 신기한 생물들로 가득한 가장

신비롭고 가장 넓은 숲이다.


인간이 지구에 사는 것처럼 인간의 몸에도 생물이 산다. 우리는 수백 년 동안 큰 세계에

몰두했다. 이제 다시 신대륙을 발견하고 싶다면, 우리 몸 안에 있는 작은 세계를 탐험해야

한다. 우리 몸에서 가장 매혹적인 대륙은 역시 장이다. 이곳만큼 많은 생물이 사는

곳은 없다. 장 연구는 이제 막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과학자들은 2007년에야 비로소 박테리아 지도를 그리기 시작했다. 장은 박테리아 지도에서

압도적인 우위에 있다. 우리 몸 안에서 분주히 움직이는 모든 미생물의 99퍼센트가

장에 산다. 다른 곳에 사는 박테리아 수가 적은 게 아니라 장에 사는 박테리아 수가

어마어마하게 많은 것이다.


★ 생태계 구실을 하는 우리 몸


우리가 아는 박테리아는 세포 하나로 구성된 작은 생물이다. 어떤 박테리아는 아이슬란드의

뜨거운 온천에 살고, 어떤 박테리아는 개의 차가운 코에 산다. 어떤 박테리아는 에너지를

만들기 위해 산소가 필요하고 그래서 사람처럼 숨을 쉰다. 어떤 박테리아는 신선한 공기

에서 죽는다. 우리 몸에서 나는 거의 모든 냄새는 사실 박테리아 냄새다.

사랑하는 사람의 기분 좋은 살 냄새도, 뻔뻔한 이웃집 개의 입 냄새도

모두 박테리아 세계에서 만들어진다.


대부분의 박테리아가 무해하고 더 나아가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서서히 확산되고 있다.

한 사람의 장에 사는 미생물들의 총무게는 2킬로그램에 달하고, 그 수는 대략 100조에

이른다. 대변 1그램 안에 들어 있는 박테리아 수가 지구에 사는 총인구보다 더 많다.

박테리아들은 소화가 안 되는 음식물을 쪼개고, 에너지를 만들어 장을 돌보고, 비타민을

생산하고, 독이나 약을 분쇄하고, 면역 체계를 훈련시킨다. 다양한 박테리아들이

산, 가스, 지방 등 다양한 물질들을 만들어낸다. 한마디로 박테리아는 작은 생산자다.

장 박테리아가 혈액형을 결정하고, 나쁜 박테리아가 설사를 일으킨다.


또한 장 박테리아의 변화는 비만, 영양실조, 신경질환, 우울증, 만성 장질환과 연관이

있다. 달리 말하면, 우리 몸 안에 사는 미생물들에게 문제가 생기면 우리에게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소화관의 윗부분에는 박테리아가 거의 없고 대장과 직장 같은 아랫 부분에는 무수히

많다. 어떤 박테리아는 소장을 좋아하고, 어떤 박테리아는 대장에서만 산다.

우리 장에는 수천 종 이상의 박테리아가 산다. 게다가 여기에는 바이러스와 효모

왕국에서 온 소수자들, 그리고 곰팡이와 다양한 단세포 생물들이 추가된다.



★ 면역 체계와 박테리아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죽을 고비를 만난다. 암 세포가 자라나거나 곰팡이가 피기

시작하거나, 박테리아에 갉아먹히거나, 바이러스에 감염된다. 하지만 기이하게 자라

나는 세포들이 살해되고, 곰팡이 포자들이 제거되고, 박테리아들이 물어뜯기고,

바이러스들이 토막난다. 고맙게도 면역 체계가 수많은 작은 세포들을 보내 이 모든

일을 해치우고 우리를 살린다.


면역 체계의 대부분(약 80%)이 장에 있다. 면역 체계는 박테리아 세포와 인간 세포를

구별하는데, 이것은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다. 어떤 박테리아들은 겉모습이 우리의

체세포와 비슷하게 생겼다. 성홍열 박테리아가 들어와서 면역 체계가 혼란에 빠지면

비슷하게 생긴 무릎 체세포를 공격하는 경우도 있다.

청소년기 당뇨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일어나는 데, 면역 체계가 인슐린 생산 세포를

오인하여 부수게 된다.


뉴욕 실험실의 무균쥐들을 살펴보면 여러 가지 알게 되는데, 이 쥐들은 세계에서 가장

깨끗한 생물이다. 무균 상태에서 제왕절개로 태어나 무균 상자에서 멸균된 먹이만

먹고 자란다. 이런 동물은 자연에서 살 수 없다. 연구자들은 이 쥐들 덕분에 면역

체계가 완전히 실업 상태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 지 관찰할 수 있었다.

관찰 결과 무균쥐들은 종종 과잉행동을 하고 쥐라고 하기에는 너무 부주의하다.

이들은 박테리아를 가진 보통 쥐보다 많이 먹고 소화 시간이 길다. 맹장이 아주 크고

장에는 혈관이 얼마 없고 융모도 빈약하다. 비교적 무해한 병원체조차 이들을

한방에 때려 눕힐 수 있다.


★ 발효와 프로바이오틱스


우리는 매일 수백만이 넘는 살아 있는 박테리아를 몸속으로 들인다. 날음식이나 가열한

음식에도, 손가락을 입에 넣거나 키스를 함으로써 다른 사람의 박테리아를 몸속으로

들인다. 그중 일부는 강한 위산과 소화 과정에서도 살아남아 대장에 안착한다.

추측건대 그들은 무해하거나 아직 발견하지 못한 좋은 일을 할 것이다. 몇몇 소수가

병원체이긴 해도 기본적으로 수가 적기 때문에 이렇다 할 해를 끼치지 못한다.

이런 수많은 박테리아 중 극히 일부만이 철저한 검사를 통과하여 공식기관으로부터

‘유익함’ 판정을 받는다. 이런 박테리아만 ‘프로바이오틱스’ 자격증을 얻는다.


인간은 훨씬 오래전부터 프로바이오틱스 유산균을 섭취해왔다. 이런 박테리아가 없었다면

아마 인류도 없었을 것이다.

남미의 사람들이 임산부를 남극으로 보내 아이를 낳게 했다. 그래야 나중에 그곳 석유를

합법적으로 채취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결과는 아기들이 죽었다. 남극은 기온이 너무

낮아 필요한 박테리아를 충분히 얻지 못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기후가 따뜻해지자

그곳 박테리아들이 신생아를 죽였다.


우리 조상들은 본능적으로 바르게 행동했는데, 좋은 박테리아에게 음식을 맡김으로써

나쁜 부패 박테리아로부터 음식을 보호했다. 예를 들어 좋은 박테리아를 이용해 음식물

을 오래 보관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세계 모든 문화권에는 유익한 미생물로 만든

전통 음식이 있다. 예컨대, 독일에는 사우어크라우트, 오이 피클, 발효시킨 빵이 있다.

프랑스에는 크렘 프레슈, 스위스에는 구멍난 치즈, 이탈리아에는 살라미와 절인 올리브,

터키에는 아이란 요구르트가 있다. 미생물이 없었더라면 이 모든 음식이 존재하지

않았으리라.


아시아에는 이런 음식들이 셀 수 없이 많다. 간장, 콤부차, 된장국, 김치, 인도의 라시,

그리고 아프리카의 푸푸까지 목록은 끝없이 이어진다. 이런 음식에는 미생물의 노동이

들어가는데, 그것을 ‘발효’라고 부른다.

발효시키면 종종 산이 생기고, 그래서 요구르트나 채소에서 신맛이 난다. 발효 과정

에서 산과 여러 유익한 박테리아가 유해한 박테리아로부터 음식을 보호한다.

발효는 음식을 오래 보관할 수 있는 가장 오래되고 가장 건강한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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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장이야기 두 번째 편을 함께 보았습니다.

장은 역시나 우리가 익히 아는 상식을 훨씬 뛰어넘는 대단한 능력의 소유자이고

우리 인간에게 너무나 고마운 존재라는 것을 다시한번 알게 되었습니다.

우주에서 지구를 볼 때 우리 인간이 안 보이듯이, 우리가 우리 몸을 보아도 미생물이

보이지 않지요. 하지만 엄연히 미생물들은 우리 몸의 세포수인 60조 개보다 훨씬

많은 100조 개가 존재하고 엄청난 유전자양으로 인간을 돕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우리 몸의 체취나 입냄새도 자기 몸의 미생물에 의해 결정이 되고, 비만, 우울증,

신경질환 등도 영향을 준다고 하니 놀라울 뿐입니다. 그나마 이제 장의 미생물에 대한

연구는 첫 발걸음을 떼었다고 하니 향후 얼마나 새로운 소식이 전해질지 기대됩니다.


마지막으로 발효와 프로바이오틱스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는데, 우리나라에도 세계적으로

자랑할 만한 김치, 된장, 간장 등의 발효 식품이 존재하고 각 문화권에서도 예외없이

이런 발효식품이 존재를 하고 있네요.


이제부터라도 장의 소중함을 깨닫고, 장내 미생물까지 함께 신경을 쓸 때 우리 건강에

획기적인 도움이 되는 계기가 되리라 생각해봅니다.

좋은 하루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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