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당신이 옳다>

by 해헌 서재

<당신이 옳다> 정혜신

“마음의 허기를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집밥 같은 심리학”


강 일 송


오늘은 일상에서나 특별한 사건 등에서 받은 트라우마를 입은 환자들을 30여 년간

치료하고 치유하여 온 정신과 의사 정혜신 원장의 새로운 책을 한번 보려고 합니다.


저자인 정혜신(1963~) 원장은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되었으며, 신동아에 ‘정혜신의 인간탐구’, 시사저널에 ‘정혜신의 정신탐험’, 한겨레신문에

‘정혜신 칼럼’등을 연재하였습니다. 저서로는 “남자Vs남자”, “정혜신의 사람공부”,

“당신으로 충분하다.”, “죽음이라는 이별 앞에서” 등 여러 권이 있습니다.


그는 심리전문가나 의사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치유법’이 이 사회에

시급하다고 생각하여 이 책을 썼다고 합니다.

한번 보시겠습니다.


===========================================================


★ 너나없이 아프다.


우리 주위를 보면 너나없이 아프다. 아픈 사람 천지다.

스타들이 흔히 겪기도 하고 소리없이 빠르게 확산하는 현상 중 하나가 “공황장애”,

“공황발작”이다. 이것은 아무 예고도 없이 갑자기 심장이 멈추는 것 같은 느낌이

망치처럼 날아오는 증상이다.


스타들은 대중의 취향에 나를 온전히 맞추어야 하고 이 생태계에서 최종적으로 살아

남은 생존자이다. 스타의 삶은 우리 삶의 축소판이기도 한데, 일상에서 누군가의

기대와 욕구에 맞춰 끊임없이 나를 지워간다는 측면에서 그렇고, 자기 소멸의 벼랑

끝에서 SOS를 치는 삶을 살고 있다는 측면에서도 그렇다.


★ 내 삶이 나와 멀어질수록 위험하다.


‘나’가 흐려지면 사람은 반드시 병든다. 마음의 영역에선 그게 팩트다.

공황발작은 자기 소멸의 벼랑 끝에 몰린 사람이 버둥거리며 보내는 모르스 부호

같은 급전(急電)이다. ‘내가 희미해지고 있어요.’, ‘거의 다 지워진 것 같아요.’

라는 단말마다.


스타가 아니더라도 부모나 배우자의 강력한 기대에 부응하는 것 자체를 자기 삶으로

받아들이며 사는 사람들, 주어진 역할에 헌신하는 것이 자기 삶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고 살아가는 사람의 삶은 스타들의 삶과 매우 닮아있다.

누구든 내 삶이 나와 멀어질수록 위험해진다.


★ ‘네가 옳다’고 말하는 것이 먼저


죽고 싶다 라거나 죽겠다 라는 극한의 감정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속마음을 듣는 현장에서 수도 없이 경험하는 일이다.

그럴 때 “네가 그러면 되느냐, 그러면 안 된다.” 류의 말은 절박한 사람들의

말귀를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는 사람의 반응이다.


나는 그런 때 언제나 “그렇구나, 다 때려치고 싶을 만큼 지쳤구나. 다 불태워버리고

싶을 만큼 화가 나는구나. 그럴 만한 일이 있었나 보구나.” 라고 온 체중을 실어

말한다. 그 다음에 “그런 맘을 들게 했던 그 일이 구체적으로 뭔데?”라고 묻는다.

그가 누구이든 어떤 상황의 하소연이든 예외 없다.


그게 제대로 된 순서다. 당신 마음이 옳다고, 다른 말은 그 말 이후에 해야 마땅한

것이다. 사람 마음을 대하는 예의이기도 하다.

“당신이 옳다.”라는 말을 통해 그 많은 말들은 아침 이슬처럼 사라진다.

“당신이 옳다.”

온 체중을 실은 그 짧은 문장만큼 누군가를 강력하게 변화시키는 말은 세상에

또 없다.


★ ‘충조평판’ 날리지 말고 공감하라.


누군가 고통과 상처, 갈등을 이야기할 때는 ‘충고나 조언, 평가나 판단(충조평판)’을

하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대화가 시작된다. 충조평판은 고통에 빠진

사람의 상황에서 고통은 제거하고 상황만 인식할 때 나오는 말이다.

고통 속 상황에서 고통을 소거하면 그 상황에 대한 팩트의 대부분이 유실된다.

그건 이미 팩트가 아니다. 이럴 때 던지는 말은 기어이 비수일 뿐이다.

그런데 불행히도 우리 일상의 언어 대부분은 충조평판이다.


“그런 생각은 잊어. 너한테 좋을 게 하나도 없어.” - 충조

“그럴수록 네가 더 열심히 하고 배우려는 자세를 가져야지.” - 충조

“긍정적으로 마음을 먹어라.” - 충조

“네가 너무 예민해서 그런 거 아니야?” - 평판

“남자는 다 거기서 거기야, 별다른 사람 있는 줄 아니?” - 평판


하지만 다른 사람들도 이러는 이유가 충조평판을 빼면 달리 할 말이 없어서이다.

충조평판이 도움이 될 거라 믿어서라기보다 아는 게 그것밖에 없어서일 때가 많다.


그때 필요한 건 내 말이 아니라 그의 말이다. 그의 존재, 그의 고통에 눈을 포개고

그의 말이 나올 수 있도록 내가 그에게 물어줘야 한다.

무언가를 해줘야 한다는 조바심을 버리고 지금 그의 마음이 어떤지 물어봐야 한다.

자신의 고통에 주목하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 그것이 치유의

결정적 요인이다. 그렇게 해주는 사람이 중요한 사람이다.

그 ‘한 사람’이 있으면 사람은 산다.


★ 공감 – 빠르고 정확하게 마음을 움직이는 힘


공감은 다정한 시선으로 사람 마음을 구석구석, 찬찬히, 환하게 볼 수 있을 때

닿을 수 있는 어떠한 상태다.

사람의 내면을 한 조각, 한 조각 보다가 점차로 그 마음의 전체 모습이 보이면서

도달하는 깊은 이해의 그 단계가 공감이다.

상황을, 그 사람을 더 자세히 알면 알수록 상대를 더 이해하게 되고 이해하면

할수록 공감은 깊어진다.

그래서 공감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내 걸음으로 한발 한발 내딛으며 얻게 되는

무엇이다.


공감의 위력은 어떤 힘보다 강하다.


===========================================================


오늘은 수많은 환자들을 진료하였고, 많은 사회적 트라우마 현장에서 사람들의

마음을 도닥거려온 저자의 책을 함께 보았습니다.


저자는 어느 순간부터 자신을 정신과 의사라는 타이틀로만 인식하지 않습니다.

자신을 정신과 의사라고 한정 짓는 순간, 모든 타인들은 비정상적인 환자의

영역으로 들어왔고, 이것이 그는 싫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관계를 내려놓자, 비로소 환자가 아니라 사람을 만날 수 있게 되었고

상처 받은 사람들이 더 많이, 더 잘 회복되는 현상이 일어납니다.


혹 이 책의 제목만 본다면, 옳지 않은 사고나 행동을 하는 사람조차도 무조건적으로

옳다라고 한다면 더 큰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이러한 공감이 무조건적인 공감이 아니고, 감정에는 공감해도

행동에는 동의하지 않을 수 있음을 말하고, 때로는 관계를 끊는 힘도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저자가 주장하는 “당신이 옳다.”라는 말은 당사자의 모든 것이 옳은 것이 아니고,

‘충조평판’하는 태도가 아니라, 다정한 시선으로 그 사람의 존재 자체를 바라봐

줄 수 있는 마음의 태도이고, 나도 언제든 당신과 같은 상황에 처할 수 있는 존재

라는 공감의 태도일 것입니다. 이러한 태도가 비로소 닫히고 상처받은 사람의

마음을 열게 할 것입니다.


멀리 갈 것 없이 내 주위의 가족, 친구, 동료들을 이러한 따뜻한 시선으로 잠깐이라도

바라보는 마음의 여유를 가져보시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