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 - 류시화 -- “시인의 언어로 쓴, 삶이 내게 말하려 했던 것”
강 일 송
오늘은 베스트셀러가 드문 시집으로 베스트셀러가 되고, 시인이자 명상가, 번역가로 우리에게 익숙한 류시화 시인의 새로운 산문집을 보려고 합니다.
류시화(1958~) 시인은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나왔고 1980년 <아침>이라는 시로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등단했습니다. 안재찬이라는 본명을 두고 류시화라는 이름으로 명상서적 번역작업을 하였고 인도 대표 명상가인 라즈니쉬의 주요 서적들을 번역을 했습니다.
시집으로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한 줄도 너무 길다>, <나의 상처는 돌, 너의 상처는 꽃> 등이 있고, 명상집으로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번역서로 <장자, 도를 말하다>, <영혼을 위한 닭고기 스프>, <갈매기의 꿈>, <예언자> 등 많은 저서가 있습니다.
오늘 책에서는 인생에 다 나쁜 것은 없다는 깨달음을 알려주고 있는 글을 비롯하여 많은 감동적인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습니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장차 무엇을 할까 고민하던 중에 친구가 모 언론사의 입사 지원서를 구해 왔다. 그는 함께 지원하자며 내게도 한 장 내밀었다. 잘하면 외국 특파원으로 나갈 수도 있다는 친구의 말이 결정적이었다. 우리는 운이 좋으면 히말라야로 취재를 떠나 성자나 외계인과 인터뷰하는 특종을 터뜨릴 수 있을지 모른다고 농담하며 열심히 지원서를 작성했다.
필기시험은 열흘 뒤였다. 지금도 서울 북악터널 근처의 국민대학교 앞을 지나갈 때면 그때의 일이 떠오른다. 시험장이 그곳이었다. 곰팡내 나는 월세방에서 밤새워 예상 문제집을 풀었다. 드디어 설레는 가슴을 안고 아침 일찍 시험장에 도착했다. 그런데 학교가 이상하리만큼 고요했다. 시험 장소를 가리키는 화살표를 따라 강의실로 가니 텅 비어 있었다. 정문으로 가서 수위 아저씨한테 물었더니 시험은 오늘이 아니라 어제였다고 했다. 날짜를 착각한 것이다. 학교 앞 골짜기에 있는 국밥집으로 가서 아침부터 혼자 술을 마셨다. 사회에 편입될 수 없는 천형을 받은 자신을 한탄하며.
만약 우리가 전체 그림을 볼 수 있다면, 전체 이야기를 안다면, 지금의 막힌 길이 언젠가는 선물이 되어 돌아오리라는 것을 알게 될까? 그것이 삶의 비밀이라는 것을. 우리의 가슴을 뛰게 하는 것은 지나간 길이 아니라 지금 다가오는 길이다.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 삶의 여정에서 막힌 길은 하나의 계시이다. 길이 막히는 것은 내면에서 그 길을 진정으로 원하지 않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우리의 존재는 그런 식으로 자신을 드러내곤 한다. 우리의 계획과는 다른 길로 우리를 데려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길이 우리 가슴이 원하는 길이다. 파도는 그냥 치지 않는다. 어떤 파도는 축복이다. 머리로는 이 방식을 이해할 수 없으나 가슴은 안다.
★ 살아있는 것은 다 아프다.
당신이 만나는 모든 사람은 당신이 알지 못하는 상처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서로에게 친절해야 한다. 다른 사람을 함부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누구나 저마다의 방식으로 삶을 여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르두어를 사용하는 파키스탄과 인도 무슬림 문화권에서는 상대방에게 인사를 할 때 ‘캬 할 헤?’ 라고 묻는다. ‘너의 할이 어떤가?’라는 뜻이다. ‘할’은 흔히 ‘상태’를 의미하지만, 본래는 ‘현재 가슴 상태’를 가리킨다. 얼마나 많이 벌고, 얼마나 일이 많고, 얼마나 넉넉한가를 묻는 것이 아니라 한 인간 존재가 다른 인간 존재에게 ‘지금 너의 가슴에 기쁨이 있는가? 너의 영혼에 생기가 있는가?’ 하는 물음이다.
속속들이 알기 전에는 모두가 평화로워 보인다. 살아있는 것은 아프다. 고통은 한계를 넘을 때 스스로 치유제가 된다고 하는데, 그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어쩌면 우리는 신의 존재를 믿는 것이 아니라 다만 신에게 의지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 자신에게 거는 마법의 주문, 당신의 인생 만트라는 있는가?
전에 알던 한 여성은 음식을 먹기 전에 “맛있어져라, 맛있어져라!”하고 주문을 외웠다. 그렇게 한다고 음식 맛있어져요? 라고 물으면 “그럼요, 이건 강력한 만트라예요!”하고 말한다. 어느새 나까지 전염이 되어 주문을 외게 되었다. 물론 자기최면이다. 하지만 본래 맛은 음식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뇌 속에 있다고 하지 않는가. 예를 들어, 꿀 자체에는 원래 단맛이 없는데 우리의 뇌가 그것을 달게 느끼도록 진화했다는 것이다. 일종의 생존전략이다. 따라서 자기최면은 맛에 결정적 요소이다.
산스크리트어에서 ‘만트라’의 ‘만’은 ‘마음’을 의미하고, ‘트라’는 ‘도구’이다. 문자 그대로 번역하면 ‘마음 도구’이다. 특정한 음절이나 단어, 문장을 반복하면 강력한 파동이 생겨 마음이 초능력에 가까운 힘을 갖게 된다는 것이 만트라 원리이다.
10년 전, 나의 폴란드인 친구 레나타에게 한꺼번에 많은 변화가 밀려왔다. 동료 교수들의 시생과 적대감을 못 이겨 재직하던 대학을 떠나야 했으며, 선천성 심장병이 악화되어 정밀 검사를 받아야 했다. 그때마다 그녀는 마음속으로 말했다. “벵제 도브제!” 폴란드어로 ‘결국에는 다 잘될 거야.’라는 뜻이다. 인생의 전환기마다 그녀를 붙잡아 준 것이 그 만트라였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렇게 되었다. 어느 명상 센터의 벽에 붙어 있던 ‘신이 쉼표를 넣은 곳에 마침표를 찍지 말라.’는 말을 실천한 것이다.
자각하지 못해도 누구나 자신만의 만트라가 있어 그것이 파동을 일으키고 홀로그램을 만들며, 그 홀로그램 속에서 우리는 삶을 만들어 간다. 무의식중에 어떤 단어와 문장을 습관적으로 반복한다면 당신은 만트라 명상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콜카타에서 만난 젊은 여행자는 문장마다 ‘끔찍한’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방문한 장소마다 연이어 ‘끔찍한 사건’을 겪은 듯 했다. ‘끔찍한’ 야간열차를 탔고, ‘끔찍한’ 여인숙에 머물렀으며, ‘끔찍한’ 맛의 음료를 마셨다. 심지어 ‘끔찍한’ 소똥을 밟고, 힌두 사원에서 ‘끔찍한’ 모습의 신과 대면하기까지 했다. 그와 세상 사이에는 큰 벽이 가로놓여 있었다. 그의 여행이 그런 식으로 막을 내리지 않기를 나는 기원했다.
곰돌이 푸에서 푸는 피글렛에게 “오늘은 무슨 날이야?”라고 묻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날이야.”라고 스스로 대답한다. 푸가 즐겨 하는 매일매일의 주문이다. 내 만트라는 ‘숨’이다. 불안할 때, 혹은 감정적이 되거나 화가 날 때, 생각이 무의미한 방향으로 흘러갈 때, 나 자신에게 ‘숨!’하고 말하며 심호흡을 한다. 그러면 감정이 다스려지고, 마음이 안정되며, 지금 이 순간에 온전히 존재하게 된다.
자신에게 거는 마법의 주문, 당신의 인생 만트라는 무엇인가? 그 단어와 문장 안에서 긍정이 발효되고 있는가?
오늘은 시인이자 번역가, 명상가로 문단 내에서도 독특한 위상을 가지고 있는 류시화 작가의 새로운 산문집을 함께 보았습니다.
인도를 좋아해서 인도를 자주 여행하고, 라즈니쉬의 명상집을 주로 번역을 하는 등, 명상가로서의 면모가 강한 저자는 이번 책에서도 비슷한 흐름의 글을 우리에게 선보이고 있습니다.
먼저 제목에 나온 글을 소개를 했는데, 현재 자신에게 일어난 나쁜 일도 길게 보고 먼 후에 다시 보면 오히려 그 일이 축복이 되기도 한다는 깨달음을 알려 주고 있습니다. 지금은 막힌 길이 언젠가는 선물이기도 하며, 어떤 파도는 축복이고 머리로는 이해하기 힘들어도 가슴은 안다고 멋지게 말합니다.
두번째 글은 살아있는 것은 다 아프다, 라는 제목이었는데 살아있는 존재는 모두 겉으로는 좋아보이고 행복해 보여도 다 자기만의 아픔이 있고 고통과 슬픔이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누구나 자기만의 여행을 하고 있고, 다 함께 아픈 존재이기 때문에 서로가 친절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세번째 이야기는 스스로에게 거는 마법의 주문, 즉 '만트라'가 있느냐 라고 질문 하고 있습니다. 말의 힘은 너무도 강해서 마치 마법과 같습니다. '끔찍한'이라는 말을 달고 사는 사람에게는 희한하게도 끔찍한 일만 생기고, '감사하다'라는 말을 달고 사는 사람에게는 희한하게도 감사한 일만 생깁니다. '곰돌이 푸'에 대한 책이 최근 여러 권 베스트셀러가 되었는데, 푸가 스스로 되뇌이는 주문, 만트라는 바로 '오늘이 바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날이야' 였습니다.
류시화 시인의 만트라는 '숨!'이라고 하네요. 이 말을 내뱉으면 언제나 마음이 평안해지고 감정이 다스려지며 온전히 현재에 존재한다고 합니다. 어느정도는 수련이 되고 단련이 된 저자이기에 가능하지 않을까 하지만, 무의식이나 말의 힘, 파동을 이해한다면 한번 시도해볼한 가치는 충분하다는 생각입니다.
저자의 마지막 말이 울림이 되어 다가옵니다. 스스로가 하는 말들이 긍정의 씨앗이 되어 "긍정이 발효"되는 말이 내 입에서 늘 함께 하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