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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 뻬드로 Dec 31. 2019

제3장 고양이 춤

단편소설 ‘78년생 박치민’

난 따라쟁이였다.


세 살 위인 형이 태권도를 배우는게 마냥 부러워 태권도장 보내달라고 조르고, 국민 피아노곡 ‘고양이 춤’을 치는 게 보기 좋아서 피아노교습소에 등록했다. 7살 때 시작해서 초등학교 3학년에 멈췄으니 꽤 오래 배웠다. 하지만 지금은 ‘장롱’운전면허증처럼 되었다. 흰 건반으로 도에서 도까지만 가능하다. 누가 피아노를 처보라고 할랴치면 속에서부터 부끄럽고 얼굴이 벌개진다.


“그래. 내 메일 주소가 dovepark78@이었지. 만상이 너 기억력좋다”

“네. 비둘기를 보니 갑자기 기억이. 형, 여기 안내문봐봐요.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지 마라는데, 스스로 먹이활동을 할 수 있게 내버려두라는 거.”


나는 아직도 가끔 피아노를 어느 정도 - 원하는 노래를 간단히 반주하며 노래 부를 수 있는 정도 - 까지 실력을 키워놓지 못했을까 회한에 잠긴다. 고향집에는 아직도 까만 피아노가 그대로 서있는데 말이다.


“야, 나한테 하는 소리냐? 응? 나 요즘 일 관두고 쉬고 있는데, 맛동산 하나 입에 넣어주고 거기다 빗대는거냐고? 이 새끼!”

“아니오. 형! 그런 얘기가 아니잖아요. 너무 나갔네. 응. 너무 넘겨짚으셨어.”

“그냥 웃자고 한 말이야. 임마!”


늘 형이 하는 것이 모두 좋았고, 모두 따라하고 싶었다. 그렇게 살다보면 나도 형처럼 멋있어지겠지 생각했다. 서른이면 내 집도 구하고 차도 한 대 굴릴 줄 알았다. 씁쓸하다. 진득함이 없어서인가.


.....카톡, 카톡.....

“형, 저 집에 가봐야해요. 담에 또 얘기해요. 카톡 드릴게요. 바이바이!”

“야, 갑자기 가냐? 그래. 가라. 난 여기서 닭둘기들과 얘기나누마.”


가끔 피아노가 있는 곳에서 ‘고양이춤’을 친다. 뭔가 뿌듯하면서도 유치한 부끄러움. 내 존재가 세상에 드러나는 쑥스러움때문에 고개를 들기 싫어진다. 결혼도 했고, 자식새끼도 있는데, 난 자립한 걸까? 먹이활동 제대로 하는거 맞나? 아빠를 슈퍼맨인양 올려다보는 아들놈의 기대도 부담스러운데. 남들따라 취직했을 때나 유행처럼 퇴사했을 때나 나는 나인가?


“야옹!”

“넌 뭐냐? 뭐? 너도 과자달라고? 그럼 춤춰봐. 고양이춤. 내가 맛동산 줄게.”

알아들은 듯이 그 놈은 고개를 흔들며 저리로 가버렸다. 내 눈엔 그렇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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