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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 뻬드로 Jan 09. 2020

닝겐아! 나한테 고맙지?

고양이를 키우면서 얻게된 인간의 '행동풍부화'

"너도 나도 좀 달라졌다"

    

    우리집에 고양이 '콩이'가 온게 2013년 8월 1일이다. 5살 냥이었다. 누군가 해외로 이민을 간다고 고양이를 입양보냈고, 사진만 보고 덜컥 데려왔던 그 집은 생각보다 큰 고양이에 충격을 받았고, 동네 온라인커뮤니티에 올려 당장 데려갈 집을 찾았는데 결정된 거처가 우리집이었다.


    츤데레. 고양이의 평소 모습이다. 아주 순해서 우리집에서 잘 지내왔고 다리에 부비는 것은 기본이지만, 특별한 행동은 없어서 그런가 보다 했다. 3년 동안 계속 그랬다. 하지만 언젠가 갑자기 야옹 야옹 말이 많아지고, 털을 깎아 추울때는 집사(고양이를 돌보는 사람의 통칭)의 로망, '무릎냥이'가 되었다. '개냥이'로 졸졸 따라다니기도 하고, 아무튼 이상하게 바뀌었다.



"너도 살아가느라 고생이 많다"


    닝겐(인간)도 바뀌었다. 고양이의 밤운동인 '우다다'를 하면 엄청 혼내고 귀찮아하고 그랬다가 언젠가부터 불쌍하게 보기 시작했다. 물론 집에서 춥지않게 덥지않게 사료먹으면서 안정적인 생활을 하는 집냥이로서 비교적 행복한 건 사실이지만, 중성화 수술 당한 것도 그렇고, 높은 캣타워 하나 사주지 않아 올라갈 곳도 마땅치 않은 냥이에게 측은지심도 올라온다. 무엇보다도 아무 생각이 없어보이나 지 할말 다하고 간식도 얻어먹는 '천진난만한' 모습, 하루에 20시간씩 잠을 자는 고양잇과 동물의 평화를 보고 있자면 상대적 박탈감에 부양의 의무까지 불뚝불뚝 올라오다가도 "너라도 평화롭게 지내라. 아프지 말고."라고 말을 건네게 된다. 그래도 아직 때때로 얄밉다. 문을 박박 긁거나 밤중에 우다다 해서 잠을 깨우는 때에는.



"이해의 폭이 넓어졌단다"


    고양이의 행동을 겪으면서 동물원의 호랑이, 사자, 퓨마도 사이즈와 디자인만 좀 다를 뿐 같은 것이라는 걸 알게된 것도 아주 큰 소득이다. 길고양이에 대해서도 많이 너그럽고 이해가 많이 된다. 캣맘, 캣대디들이 존경스럽기도 하다. 사람에 대해서도 내가 가진 아량이 아주 조금 넓어졌다. 내 생각의 우리에 갇혀 살다가 두루두루 생각의 반경이 넓어지는 '행동풍부화'가 진행되는 것 아닐까?



"사람보다 나을 때도 있는 것 같아"


    개와 달리 충성심이 좀 약하지만, 영락없는 사람바라기다. 한참 혼났다가도 금방 부비부비하고 벌러덩한다. 사료를 듬뿍 부어놓아도 딱 먹을만큼만 먹고 그 자리를 뜬다. 범죄심리학자 이수정 교수가 방송에서 "난 집에 가면 TV동물농장만 본다. 사람에게는 희망이 없기 때문이다"라고 하는 말이 이해와 공감이 올락말락 한다.



고맙다. 콩이 너란 냥이.

하지만 잊지 마라. 내가 있으니 니가 존재하는게 의미가 있다는 거.    


콩이


우리 동네 잘 생긴 길냥이. 사랑스럽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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