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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 뻬드로 Jan 24. 2020

이게 다 하루키 덕분입니다

30일 매일 글쓰기를 마무리하며

    기타를 꽤 오래 쳤다. 초6학년 때부터였고, 중딩 땐 에릭 클랩튼의 Tears in Heaven을 너무 좋아해서 수백번을 다시 들으며 '땄던' 때가 있었으니, 그걸 전문용어로 '카피한다'고 하고 '채보한다'고 한다. 오늘 무라카미 하루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를 읽다가 마음에 와닿고 내 얘기 같기도해서 제2회 소설가가 된 무렵 47쪽의 두번째 단락을 카피해서 내 고백을 써보면 좋겠다는 생각에까지 이르러 내 버전으로 고쳐써본다.



    사실을 말하자면, 나는 브런치에 단편소설을 쓰기 시작할 때까지 세계명작동화며 마케팅, 브랜딩, 자기계발서만 마구잡이로 읽어대느라 한국의 현대 소설을 계통을 세워 제대로 읽은 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당시 한국에서 어떤 소설이 읽히는지도 알지 못했고 한국어로는 어떤 식으로 소설을 써야 하는지도 잘 알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대충 '아마 이럴 것이다'라는 어림짐작으로 소설 비슷한 것을 몇 줄 써본 것인데, 다 쓴 것을 읽어봤더니 내가 생각하기에도 별로 재미가 없어요. '에이, 이래서는 아무짝에도 못 쓰겠다'하고 실망했습니다. 뭐랄까, 일단 소설의 형식은 갖췄는데 읽어도 재미가 없고, 다 읽은 뒤에도 마음에 호소하는 것이 없었습니다. 직접 쓴 사람이 그렇게 느낄 정도니 독자는 더더욱 그렇게 생각하겠지요.



    하루키는 만년필과 원고지로 소설을 '자국어'로 쓰다보니 뭔가 미사여구가 많아지고 부사와 수식어가 늘어나며 군더더기가 늘어난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평범하지 않은 것'을 해보자는 생각에 영자 타자기로 글을 쓰고 나서 그것을 '자국어'로 직역 아닌 의역을 했다고 하는데, 그 부분이 왜 그렇게 와닿는지. 하루키처럼 나도 같은 내용의 문장을 영어로 옮겨쓰다보면, 영어실력(단어와 문장력) 탓에 굉장히 단순하고 명쾌하게 쓰게 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한국어 성경을 읽을 때에도 어릴 적부터 접해온 워낙 익숙한 문장이라 '낯설지 않고 궁금하지 않기에' 영문판(kjv, niv)이나 요즘 언어(현대어 성경, 현대인의 성경, 쉬운성경, 메시지 성경)로 읽을때 명쾌하고 쏙쏙 이해되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30일을 작정하고 브런치에 글을 쓴 지, 30일 째다. 직장인임에도 불구하고 내 콘텐츠, 자기계발이 되는 글쓰기를 위한 생각의 근육, 글쓰기 근육을 키우게 된 것에 주변인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며, 30일 째에 읽는 하루키의 소회 - 나에겐 조언이 나를 새롭게 한다. 마지막으로 51쪽의 일부를 내 버전으로 바꿔보며 글을 마치고자 한다.



    짧은 문장을 조합하는 리듬감, 번거롭게 배배 꼬지 않는 솔직한 말투, 자신의 감정이 담기지 않은 적확한 묘사, 그러면서도 뭔가 아주 중요한 것을 일부러 쓰지 않고 깊숙이 감춰둔 듯한 수수께끼 같은 분위기.

    아무튼 그렇게 영어로 글을 쓰는 효과의 재미를 '발견'하고 나름대로 문장의 리듬을 몸에 익히려고 합니다. 그리고 책상 앞에 앉아 영어로 쓴 한 장 분량의 문장을 한국어로 '번역'하겠습니다. 번역이라고 해도 딱딱한 직역이 아니라 자유로운 '이식'에 가까울 겁니다. 필연적으로 새로운 한국어 문제가 나타날 겁니다. 이건 나만의 독자적인 문제, 내가 내 손으로 발견한 문제가 될 겁니다. '아, 이런 식으로 한국어를 쓰면 되겠구나'라고 생각할 거라 기대합니다. 그야말로 새로운 시야가 활짝 열리는 겁니다.



p.s 하루키가 젊은날에 고생하며 난방도 할 수 없을정도로 가난해서 고양이를 부둥켜 안고 잤다는 부분은 정말 꿀잼이었네요. 제목이 저렇게 된 이유는 다른 브런치 선배 작가님의 '이게 다 하루키 때문이다'를 오마주한 것임을 밝힙니다


 

#peterkim #30일매일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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