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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 뻬드로 Dec 26. 2019

제1장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비창’

단편소설 ‘78년생 박치민’

    어느 가을날, 볕이 공간을 황금색으로 변하게 만드는 주말 오후시간, 동네 공원에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비창’ 2악장이 조용히 울려퍼진다. 벤치에 앉은 한 남자가 그 음률을 흥얼거리다 혼잣말을 한다.


“역시 비창은 빌헬름 켐프 연주가 좋지! 요즘은 조성진이니 예브게니 키신이니 다니엘 바렌보임이니 잘하는 연주자들이 너무나 많아졌어. 그래도 난 빌헬름 켐프가 내 마음을 똑똑 노크하는 것 같아서.” 피던 담배 한 모금을 마지막인 듯 깊게 들이마시고서 불을 끈다. 눈을 지긋이 감고 무언가 생각에 잠기는 듯하다.


내 이름은 박치민. 40대 초반의 남자다.


“아빠가 그립네. 아빠는 늘 이런 주말 오후엔 전축 턴테이블에 베토벤의 LP를 얹고 음악을 듣는 모습이 멋졌어. 자켓 속지에 쓰여있는 내용보다도 훨씬 더 많은 이야기, 그 음악에 대한 이야기들을 음악평론가처럼 들려줬어. 난 그때 초등학교 1학년이어서 그 내용이 뭔지도 잘 모르면서도  턱을 괴고 열심히 들었어. 덕분에 음악과목 듣기 시험은 정말 쉬웠어. 음악만. 헛헛! 아, 갑자기 ‘카핑 베토벤’ 영화보고 싶네” 나는 마치 누구에게 들려주려는 듯이 중얼거렸다.


“선배! 치민이형!”
행복달콤한 꿈에서 깬듯 일그러진 얼굴로 저쪽을 바라봤다. 대학 후배 만상이가 나를 알아보고 걸어오는 것이다.


(다음 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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