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78년생 박치민’
“치민 선배! 뭐해요?”
“보면 모르냐? 고독을 씹고 있잖아. 음악도 좋고.”
“형, 진짜 오랜만이다. 요즘 어때요?”
“손에 든 건 뭐냐? 재사용 종량제 봉투에 잔뜩 장봤구만. 맛동산? 좀 줘봐.”
“아, 이거 와이프가 먹고 싶다해서 산 건데......”
“그거 원 플러스 원이네.”
봉지를 뜯어서 내미니, 한 조각 입에 털어 넣는다.
“우와, 옛날 맛 그대로네. 봉지는 조그마한데. 역시 맛동산이야. 입천장 까지는 것도 그대로고. 한 개만 더!”
“네. 더 먹어도 돼요.”
나는 과자 한 조각을 비둘기에게 던져줬다. 갑자기 이 공원에 있던 비둘기가 모두 모여드는 듯 부산스러워졌다.
“형, 아까 내 질문에 대답 안 했어요.”
“난 이 비둘기를 볼 때마다 88올림픽이 생각난다. 내가 4학년 때였지 아마. 굴렁쇠 소년이 막 달려오고 우레와 같은 박수와 함성!”
“오! 형 그거 잠실에서 직접 봤어요?”
“아니지. 오락실에서 뿅뿅하고 있었지 임마.”
“근데 왜 그때가 생각나요?”
“한참 오락을 즐기다가 잠깐 TV를 봤더니 성화가 봉화대에 화르륵 타오르고 있었지. 그 가장자리에 평화의 상징 흰비둘기가 잔뜩 있었거든. 코리아나 네 명 있지? 그 남맨가 그 양반들이 나와서 노래를 불렀지. 괜히 뭔가 차오르더라.”
하늘 높이 솟는 불 우리의 가슴 고동치게 하네
“난 일곱 살 때라서 잘 기억이 안나는데. 그나저나 형 대학교 때 군대 갔다와서 복학해서 이메일 처음 만든다고 뭘로 정하냐고 여기 저기 물어보고 사전 뒤지고 난리도 아니었는데, 그게 dove가 들어가는 거였던거 같은데, 맞죠?”
아, 그걸 어떻게 기억해냈냐? 만상아.
(다음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