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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훈 Dec 21. 2020

탑 티어로 올라갈 것인가, 변종으로 남을 것인가

경험과 지식을 수익화 하기

긴 이야기의 종점, 마지막 이야기다.


찐 팬을 거느린 오토바이 기업, 할리 데이비슨


미국 오토바이를 상징하는 브랜드 중에 할리 데이비슨이 있다. 할리 데이비슨은 전 세계에 걸쳐 폭넓은 팬덤을 거느린 것으로도 유명하다. 한껏 위로 들어 올린, 얼핏 불편해 보이는 팔을 따라 시선을 옮기면 자랑스럽게 어깨에 새긴 할리 데이비슨의 문신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할리 데이비슨은 고비보다 성공으로 익숙한 기업이다. 하지만 할리 데이비슨은 현재의 영광과는 달리 부도 직전까지 몰렸던 아찔했던 순간이 있었다. 여러 진통이 있었지만, 결국 임직원들이 회사를 인수하면서 지금의 역사를 이어갈 수 있었다.


그런 할리 데이비슨을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기업으로 만든 것은 단연 브랜딩이었다. 당시 미국 시장을 선점하던 저가 모델 중심의 혼다와 달리, 할리 데이비슨만의 감성을 불어넣었다.


그들은 할인을 자주 하지도 않았고, 오토바이를 탈 때 빼고 아무도 입지 않을 거라는 의류를 비롯하여 다양한 라이딩 용품을 출시했다. 오토바이를 계약하는 날, 할리데이비슨의 가죽재킷을 사는 것은 하나의 의식이 되었다.


불량 식품에서 청정 식품이 되다. 청정원


이런 사례는 국내에도 존재한다. 순창 고추장/된장, 햇살 담은 간장, 홍초 등을 성공시키며 우리 식탁에 빠지지 않는 청정원이다. 젊은 세대들은 생소하겠지만 사실 청정원의 전신(前身)은 ‘미원’이다. 미원은 대표적은 화학조미료로, 건강과는 거리가 먼 이미지가 문제였다.


결국 청정원은 자연과 신선함을 전방에 내세워 적극적인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시도했고, 이 글을 읽는 독자들도 아시다시피 많은 팬덤을 거느리게 되었다.

이쯤 되면 글쓴이가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대강 눈치챌 것이다. 하지만 틀렸다. 나는 여기서 ‘브랜딩’을 말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브랜딩을 가능하게 하는 전문성에 대한 것이다.


탑 티어 : 전문가가 된다는 것


사람들은 왜 전문성을 갖고 싶어 할까? 이 답은 매우 명확하다. 바로 자신의 가치를 높여, 시간당 단가, 즉 돈을 많이 벌기 위함이다. 이는 직장인이라고 해서 자유롭지 않다. 회사에서 인정받기 위해, 연봉 협상에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자신의 업무에서는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이른바 탑 티어가 되어야 한다.


독일어로 ‘동물’ ‘짐승’이란 뜻의 티어 tier는 ‘단계’라는 뜻이다. 이는 ‘수준’이란 뜻으로도 사용될 수 있는데, 선풍적인 인기를 끈 Lol(리그 오브 레전드)과 같은 게임에서 실력이 출중한 플레이어를 ‘탑 티어’라고 칭하면서 자주 사용하게 되었다.


탑 티어의 삶은 화려하다. 언급했던 Lol의 세계적 플레이어 페이커(이상혁), 변방이었던 한국 축구를 알린 박지성과 세계적 선수로 발돋움한 손흥민, 피겨 여제 김연아 등을 예를 들지 않아도, 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탑 티어급 전문가들을 예를 들 수 있다. 외국어의 탑 티어라 부를 수 있는 통역가, 공부의 끝판왕인 변호사나 변리사와 같은 사람들이 받는 대우와 수익은 부러울 따름이다.

페이커 이상혁

지금까지 콘텐츠 수익 자동화가 무엇인지, 어떻게 만들고, 어떤 식으로 홍보하며 나아가 그 시도가 쉽지 않다는 것을 설명했다.


사실 우리가 김미경 강사나 김창옥 강사 정도의 네임밸류를 갖고 있다면, 퇴사의 리스크 때문에 주저하거나 수업 관리 시스템(LMS) 구축 가격이 부담되어 온라인 교육 플랫폼과 계약할지 비메오나 티처블에 올릴지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깊은 생각 끝에 많은 글을 써서 퍼널 마케팅을 하지 않아도, 유튜브에 홍보하지 않아도 팬들이 찾아올 것이다. 물론 그들이 이런 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럴 시간에 잘하는 것에 에너지를 쏟는 것이 금전적으로 월등하기에, 부담 없이 직원을 두게 된다.


탑 티어가 될 능력이 없음을 인정한다


한 분야의 실력을 탑 티어 급으로 만든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5년 아니 10년은 잡아야, 자신에게도 타인에게도 떳떳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생각보다 이기적이다.


위에 언급한 사람들처럼 명성을 얻고 돈을 벌고 싶지만, 그들이 걸어온 고난의 가시밭길을 걸을 마음 따위는 없다. 텔레비전 CF에 나오는 김연아를 보고 ‘쟤는 팔자 폈네’라는 생각을 할 뿐, 그녀가 걸어온 과정을 기꺼이 감내할 용기는 없다.


‘동기부여에 대한 그녀의 일침’


직장인 시절, 퇴사를 마음먹을 때 자신에게 끊임없이 물었던 질문이 있다.


‘내가 그들처럼 될 수 없다 할지라도,
그들이 걸어온 고생을 기꺼이 감내할 수 있는가?’


‘그렇다’고 말하기 쉽지 않았다. 성공의 보장이 없는 미래에, 최소 5년이라는 리스크를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때문에 무언가를 결정하는 것도 힘들었고, 하는 도중에는 ‘나와 맞지 않는 길은 아닌가’라는 의심이 끊임없이 솟구쳤다. 그러니 공부를 해도 불안하고, 다른 걸 시도해도 쉽게 집중할 수 없었다.


게임 캐릭터 레벨 49와 레벨 50의 경험치


나는 첫 직장에서 7년을 다녔고, 그것이 나의 마지막 직장이었다. 반도체 회사의 해외 구매팀으로 입사했는데, 영어를 좋아했고 시험보다는 말하기에 집중했다. 해외 기업의 관계자가 방문하거나 해외 오디트 Audit에서는 회의를 진행할 정도로, 당시에는 나쁘지 않은 수준이었다. 덕분에 부족한 학벌과 애매한 토익 점수임에도 입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근무하던 회사의 대부분 구매처는 일본이었고, 그들 특성상 한국 에이전씨를 통해 업무를 진행했다. 실질적으로 업무상 영어로 말할 기회는 일주일에 한두 번에 불과했다. 게다가 조직이 개편되면서 하고 싶던 업무에서 멀어졌고, 결국 이직을 위해 영어 공부에 매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과거에 했던 것을 다시 공부하는 것은 생각보다 고역이었다. 그리고 상급에서 그 위로 올라가는 것은 중급에서 상급으로 올리는 일보다 훨씬 힘들었다. 이는 게임 속 캐릭터 육성의 경험치와 비슷하다. 레벨 10은 레벨 1에서 9까지 올렸던 경험치의 합이다. 만약 레벨 50에 도달하려면 레벨 1에서 49까지 얻었던 경험치를 다시 얻어야 한다.


때문에 토익을 700점까지 올리는 것은 쉬울지라도, 700점에서 800점, 800점에서 900점까지 갈수록 힘들어지는 것이다. 게임 속 캐릭터 경험치에 빗대어 말하자면, 토익 900점에서 950점에 도달하는 것이 900점까지 도달하기 위해 공부했던 노력만큼, 또는 그 이상의 노력을 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대부분 이 시점에서 결단을 내린다.


‘여기서 만족할 것인가?
더 높은 스테이지로 올라갈 것인가?’


스페셜리스트? 제너럴리스트?


나도 같은 고민이었다. 스스로가 만족할만한 영어 수준까지 올리기 위해 지루하고 뻔한 공부를 다시 해야 했다. 그 짜증과 불만이 어느정도 였나면, 잠까지 설칠 정도였다. 결국 선택을 내렸다. 아주 잘하는 것 하나보다 잘하는 것을 두 개 만들기로 한 것이다.


다른 이유도 있었다. 차별성이 없었다. 게다가 열심히 한다 해도 원하는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는 보장도 없었고, 무엇보다 정답이라고 믿고 시간과 노력을 갈아 넣었음에도 기대했던 것과 다른 현실에 맞닥뜨릴 수 있었다. 때문에 스페셜리스트 Specialist가 아닌 제너럴리스트 Generalist를 택한 것이다.


생애주기에 따른 커리어 설정


인간은 유한하다. 30대가 지나면 신체는 정점에서 내려올 준비를 한다. 갈수록 기억력도 떨어진다. 때문에 무언가 새로 시작하기에는 위험이 뒤따른다. 이는 생애주기를 통해 잘 확인할 수 있다. 생애주기의 근거가 되는 학자들은 많지만, 가장 많이 언급되는 학자 중 한 명인 에릭슨에 의해 인간의 생애주기는 8단계로 나눌 수 있다.


유아기 – 전기 아동기 – 놀이기 – 학령기 – 청소년기 – 초기 성인기 – 성인기 – 노인기


우리는 초기 성인기(21-34세)와 성인기(35-60세)에 돈을 벌어 노인기를 지낸다. 물론 의학과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노인기에 접어든 사람도 무리 없이 일할수 있지만, 잠재적 은퇴의 시기라는 것은 우리나라의 정년퇴임 나이를 보면 알 수 있다(한국의 정년퇴임 나이는 60세다). 그래서 가장 돈을 많이 벌 나이에 자산을 축적해야 한다.


즉 커리어를 쌓아야 하는 과정에서 계속 그 커리어를 고수할지, 위험을 감수하고 다른 커리어를 선택할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생각보다 노인기는 빨리 찾아온다.


여기서 다른 커리어를 선택한다는 것이 아예 기존의 것과 다른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시너지를 일으킬만한 커리어를 의미한다. 바로 커리어의 교집합 즉 변종이다. 그렇다면 탑 티어와 커리어의 교집합의 장단점은 무엇일까?


탑 티어 vs 교집합(변종)


탑티어는 한 분야의 높은 전문성을 인정받는 것이기에 직업 만족도가 매우 높다. 구성원들은 협회 등을 만들어 자신들의 이익을 적극 방어하며, 급여도 매우 높은 편이다. 일부는 체력이 허락하는 한 평생 직업으로 삼을 수 있다.


단점은 이 단계에 도달하기 위한 노력의 양이 방대하며, 위기에 취약하다는 점이다. 필자가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인도네시아어를 배우고 있었을 때, 어학원에 중국인 대상으로 가이드를 하는 분을 만났다. 가이드뿐 아니라 중국어를 가르치고 통역을 하는 등, 중국어 분야에서는 탑 티어인 그녀였다. 하지만 사드 배치로 인한 한중 갈등으로 중국어 수요와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하자,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관광객들을 가이드하기 위해 인도네시아어를 배우기 시작한 것이다.


기술의 발달로 쇠락이 예상되는 직업도 있다. 챕터 1에서 언급한 대로 많은 직업들이 로봇과 AI에 밀려 사라질 위험 앞에 있다. 텔레마케터는 마케팅 관련 툴 tool의 발달과 인공지능 채팅 프로그램의 발달로 인해 사라지고, 이는 회계사나 세무사라고 예외는 아니다. 회계사나 세무사가 되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공부가 필요한지 알기에, 안타까울 따름이다.


커리어의 교집합의 장점은 다른 분야의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게 된다. 두 개의 능력이 겹쳐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내거나 틈새시장을 노릴 수 있다. 또한 자신만의 가치를 선보일 수 있고, 이는 강력한 브랜딩이 된다.


경력의 교집합이 주는 이익


몇 번 언급했듯, 필자는 여러 주제로 수업 영상을 만들어 자동 수익화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이걸 생각했던 것은 아니었다. 영상을 만들기 전 수원과 강남을 오가며 스페인어 수업과 세계여행 컨설팅을 진행했다. 유튜브에 올려둔 영상들을 본 인터넷 교육 플랫폼에서 스페인어 영상 제작을 제안했지만, 그때만 해도 ‘내 주제에..’라면서 손사래를 쳤다.


불과 3년 전만 해도, 인터넷에 유료 강의를 올리는 강사들은 다들 탑 티어급 경력을 자랑했다. 스페인어만 해도 최소 5년 이상 해당 언어권에 살거나, 그곳 출신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니 아무리 생각해도 경쟁력이 없었다.


하지만 나에게도 기회는 있었다. 스페인 역사와 문화에 관련한 책을 집필했고, 2년간 세계여행 게다가 스페인어와 세계여행 컨설팅과 같은 강연 경험이 있었다. 무엇보다 이런 것들을 유튜브와 블로그에 꾸준히 올렸다. 이렇다 할 광고를 하지 않았음에도 사람들이 나를 찾았던 것은, 분명 나만이 제공할 수 있는 콘텐츠가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그 제안을 받아들였고, 스페인어뿐 아니라 ‘스페인 역사’ 그리고 ‘세계여행 컨설팅’에 대한 수업도 제작 완료하여 판매 중이다.

판매 중인 인강 리스트

동일한 방향성을 지닌 경력들이라 해도, 연결되지 않으면 빛나지 않는다. 게다가 트렌드와 맞지 않는다면 대중에게 외면당하기 쉽다. 하지만 어떻게든 연결한다면 본인 스스로 가치를 부여할 수 있다. 언어에서도 후순위인 스페인어, 대중성이 낮은 스페인 역사, 수요가 많지 않은 세계여행. 이 세 가지는 각각 홀로 초라한 시간을 보냈지만, 이 세 가지가 합쳐져 나만이 제공할 수 있는 커리큘럼이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강연을 하고 싶어 한다. ‘자아실현’이나 ‘생생한 현장 에너지’ 등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돈이 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걸 느끼게 된 계기가 출간 후 들어온 강연이었다. 강의 제안서에 위 세 가지 주제로 제작했거나 제작 중인 강의 일부를 보여줬고, ‘세계여행 에피소드+스페인 역사/예술+외국어 학습법’이라는 주제로 강의 제안이 들어왔다.


6월에 잡힌 강연이 3개, 정확한 금액은 말할 수 없지만, 합쳐서 대기업 월급 정도였다고 말할 수 있다. 해당 주제로는 처녀 강연이었다. 무엇보다 그 중 하나는 지역 CEO를 대상으로 하는 강연이었다.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생각에 기분이 매우 좋았던 날이었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모두 취소되었다. 이 사례를 통해 말하고 싶은 것은, 꼭 탑 티어를 향한 길만이 정도(正道)는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경력의 리스크 헷징


결국 개인의 선택 문제다.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겠다면 최선을 다해 모든 역량을 목표에 집중하고, 다양한 기회를 창출하고 싶다면 커리어의 교집합을 노릴 수 있다.


다만 너무 하나의 목적에 함몰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것이 유일한 삶의 목표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누군가에게 삶의 방향에 대해 조언할 입장은 안되지만, 점을 향해 달리는 삶은 유쾌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시험과 직장에 목맨 삶, 어쩌면 그토록 콘텐츠 수익 자동화를 원했던 것은 어떻게든 그곳에서 벗어나기 위함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언가 시도를 하는 동안에도 적든 많든 다양한 수익처가 있어야 했다.


내가 2년간 세계여행 동안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통해 깨달은 것은, 삶은 원하는 대로 안되고 희망보다는 현실의 막막함이 더 컸다는 사실이다. 하나 더 말하고 싶은 게 있다면, 당장 직업을 그만둬도 죽지 않는다는 것이다. 세상은 생각했던 것보다 빠르게 변하고 있고, 한국 밖에서 만난 사람들은 이미 직장보다는 직업, 직업보다는 수익원의 다양화를 통해 더 많은 직업을 갖거나 도전을 즐기며 삶을 영위하고 있었다.


내가 만약 그동안 투입했던 노력과 시간 때문에 영어에만 함몰되어 있었다면, 사회가 말하는 삼십 대가 마련해둬야 할 자산을 모으기 위해 직장을 계속 다녔다면, 한국에서는 전망이 없다는 이유로 스페인어와 인도네시아어를 공부하지 않았다면, 두 번이나 원고를 뒤엎었을 때의 상실감 때문에 출간된 책의 원고를 시도하지 않았다면, 그리고 있는 돈을 탈탈 털어 세계여행을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나의 이야기는 나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여러분은 여러분의 이야기가 있을 것이다. 분명한 건 콘텐츠 제작이든 프리랜서든, 나아가 콘텐츠 수익 자동화든 생각만으로는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는다. ‘시도’라는 리스크가 없다면 ‘결과’라는 리턴은 존재할 수 없다.


이제 당신의 차례다. 머릿속에 있는 것을 꺼내 돈으로 만들 수 있다면, 무엇을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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