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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훈 Mar 22. 2022

대부분 농가는 돈 낭비를 하고 있다

경제적으로 식물을 기르는 방법

내가 비타민을 신뢰하지 않는 이유


매일같이 이어지는 야근, 한주가 멀다 한 주말근무. 나도 한때는 개미지옥이라 불리는 출퇴근길에 한숨짓던 직장인이었다. 그 힘든 일과를 버티게 해주는 약이 두 개 있었는데, 하나는 비타민 그리고 하나는 술이었다. 술이야 백해무익하지만 스트레스를 잠시나마 잊게 해 준다는 측면에서 가성비 최고의 약이었고, 비타민은 수십 가지 좋은 성분이 왠지 나를 지켜줄 것만 같은 신념 같은 것이었다. 이런 믿음 덕분에 출근 전 6알씩 먹던 적도 있었다. 그러다 불현듯 드는 생각 하나,


‘비타민을 먹을 정도로 영양이 부족한 걸까?’


오전 티타임 후 들른 화장실에서, 오장육부의 간택을 받지 못한 샛노란 비타민들과 마주할 때면 그런 생각이 점점 확고해져 갔다. 물론 각 영양소마다 1일 권장량이라는 것이 있다. 그렇기에 겹치지 않게 다른 비타민과 영양소를 조합하는데, 그렇다한들 이것들 모두가 몸속에 저장될 거라 생각하는 건 너무 순진한 생각은 아니었을까. 자양강장제 반 병 이상이 변기를 통해 버려지지 않는가.


제약회사로부터 보복이 두려운 여러 익명의 의사뿐 아니라, 예전부터 공신력 있는 연구진 및 대학에서도 비타민 무용론을 주장했다. 가장 유명한 사례 두 가지를 소개하자면, 미국 하버드대에서 진행한 만 65세 이상 노인 6천여 명을 대상으로 종합비타민과 가짜약을 섭취하게 한 뒤 측정한 기억력, 존스홉킨스대에서 진행한 종합비타민과 미네랄 섭취가 심장마비 또는 심근경색에 미치는 효능이었다. 예상했겠지만 종합비타민은 기억력과 심장마비에 미치는 효능 따위는 없었다. 이러니 비타민을 어찌 믿을 수 있을까.


오히려 많아서 문제


우리는 음식을 통해 섭취 못하는 영양소를 보충하기 위해 비타민을 먹는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OECD 경쟁률 7위, GDP 10위의 경제 대국에서 음식을 섭취하지 못해 양분 결핍이 생기긴 할까? 한 지표는 이런 생각을 신랄하게 비웃기까지 한다. 2020년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비만 유병률은 37.9%다(남성 48%, 여성 27.7%).

영양분이 차고 넘쳐 병에 걸릴 확률이 10명 중 4명꼴인데, 우리는 양분이 부족하다며 불필요한 비타민을 매일 의무적으로 섭취하고 있다. 만약 당신이 비타민 복용을 그만둔다면, 만병의 근원인 비만이 야기할 소화불량, 대사질환,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혈액순환장애, 과체중으로 인한 관절 손상, 우울증 및 자존감 하락과 같은 질병을 피할 수 있을지 모른다.


더 문제는 간단히 생활습관만 바꿔도 될 일을 굳이 비타민으로 해결하려는 자세다. 물론 햇빛을 잘 보지 못하는 직업군의 경우, 햇빛을 쬐야만 생성되는 비타민 D를 챙겨 먹는 것이 좋다. 하지만 대부분 점심 식사 후 잠깐의 짬을 내어 산책이 가능함에도 비타민 한 알로 대신한다. 이처럼 대다수의 영양분을 음식을 통해 섭취할 수 있음에도 왜 사람들은 비타민을 내려놓지 못할까?

먹으면 결국 도움이 될 거라 믿기 때문이다. 모자란 것보다 나을 거라는 맹신, 알게 모르게 부족한 영양분이 있을 거라는 안도감이 몸의 자가 치유를 방해하고 있다. 물론 체내에 고스란히 축적되는 탄수화물이나 지방과 달리, 역할을 다 한 비타민은 체외로 대부분 배출된다. 때문에 다행히도 몸에 과 축적되지 않아 이로 인한 피해는 비교적 덜하다. 하지만 토양은 그렇지 않다.


이론을 모르면 아무것도 못하는 게 농업


우선 이 책을 쓰는 목적이 전문적인 농업지식을 전달하기 위함이 아닌 귀농의 시행착오를 최대한 줄이기 위함이다. 때문에 복합적이고 방대한 양의 농업 기술에 대한 언급은 가급적 하지 않으려 한다. 그럼에도 너무 상식이라 생각하여 따로 가르쳐주지 않는 것들, 때문에 많은 초보 농부들이 큰 대가를 치른 후에야 알게 되는 그런 것들은 종종 언급하려 한다. 그중 하나가 바로 생각보다 많은 농부들이 땅을 만드는데 무언가를 계속 넣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토양은 크게 무기물과 유기물로 나뉜다. 이 둘을 나누는 결정적인 요소가 탄소다. 더 정확하게는 탄소화합물을 뜻하며, 이들은 탄소를 비롯해 수소, 산소, 질소 등과 혼합된 물질이다. 이들의 특징으로는 불에 타며, 생명체 자체이거나 생명체가 만들어 내는 물질이다. 즉 이것이 있으면 유기물, 없으면 무기물이다.

간단한 예를 들자면 무기물은 토양이 되기 전 상태인 더 큰 입자의 흙이나 모래, 광석, 미네랄 그리고 다이아몬드와 같은 금속 등이 있다. 이들을 제외한 유기물은 인간과 동물, 더 나아가 곰팡이나 세균 및 식물의 미생물까지 포함한다. 토양이 건강한지 아닌지는 바로 이 ‘유기물’이 얼마나 풍부한가에 달려있다.


또한 많은 초보 농부들이 착각하는 것이 있다. 바로 ‘식물은 광합성으로 큰다’고 믿는 것이다.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다시 간단히 식물의 생장과정을 살펴보겠다. 식물은 햇빛을 통해 광합성을 한다. 이 과정에서 물과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탄수화물, 즉 포도당을 생성한다. 이 포도당은 밤이 되면 식물이 호흡하면서 단백질로 바뀌어 성장 및 양분 흡수나 광합성을 돕는 에너지원으로 사용된다.

때문에 식물 생장에 가장 필수 요소가 광합성(=태양)인 것은 맞지만, 광합성 동시에 크는 것은 아니다. 때문에 밤에 물을 주면 식물의 호흡에 방해되어 성장에 필요한 에너지를 생성하지 못한다. 물론 적당량을 주어 과습을 방지하면 되지만, 자연 강수가 아닌 강제 관수의 경우 대부분 흠뻑 주는 경우가 다반사다.


모자라서가 아니라 너무 많아서 안 큰다


식물 생장의 필수 원소는 수소(H)·탄소(C)·산소(O)를 비롯해 질소(N)·칼륨(K)·칼슘(Ca)·마그네슘(Mg)·인산(P)·황(S)·염소(C1)·붕소(B)·철(Fe)·망간(Mn)·아연(Zn)·구리(Cu)·몰리브덴(Mo)·니켈(Ni)의 총 17개다(니켈을 제외한 16개라는 주장도 있다). 그중 가장 주요한 질소-인산-칼륨은 아무리 초보 농부라 해도 그 역할을 숙지해야 한다.


간단히 말하자면 질소는 식물의 줄기와 잎, 인산은 뿌리, 칼륨은 생장점 및 생식기관 형성에 관여한다. 그렇다면 이들 성분이 많이 들어간 비료를 넉넉하게 뿌려놓으면 되지 않을까? 절대 그렇지 않다. 과다한 양분이 축적되면 비만 등 병이 생기는 몸처럼, 토양 역시 심각한 문제들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바로 염류집적이다.

자칫 염이란 단어를 소금으로 오해하기 쉬운데, 소금이 아닌 토양 내 산과 염기가 결합된 것을 염이라 칭한다. 특히 알칼리성 성분인 칼륨, 칼슘, 마그네슘, 염소가 과도하게 토양에 남는 현상이며, 물에 녹은 성분들이 토양에 축적되었다가, 물이 증발되면서 표토에 하얗게 돌출된다. 이것을 염류가 모여있는 염류집적 현상이다.


문제는 집적된 염류가 토양에 너무 심각한 손해를 끼친다는 것이다. 우선 길항작용이다. 길항작용이란 생물체 현상에서 그 효과를 상쇄시켜 없애거나 방해하는 작용을 말한다. 특히 칼륨의 경우 흙에 붙어 있는 칼슘과 마그네슘을 밀어낸다. 또한 병해충 발생이 많아지는데, 염류가 집적되어 있을 경우(비료기가 많으면) 선충과 같은 병해충을 유발하기도 한다. 게다가 높아진 염류 농도에 의해 미생물 활동이 저하되어 암모니아 가스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 염류피해가 발생하게 되면 염을 제(除) 하기 위해 물을 가둬두거나 심경 파쇄하는 등의 비용 손실이 발생하니, 과도한 염류가 모이지 않도록 사전에 점검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비료는 비료대로 주고 수확은 기대에 못 미치는, 이른바 ‘앞으로 넘어지고 뒤로 깨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와 다를게 없어진다. 경영비가 늘어나면 좋을게 하나 없다는 것은 농부가 아니라도 안다. 때문에 토양도 인간의 몸처럼 ‘적당할 때가 가장 좋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를 한 단어로 설명해주는 이론이 ‘최소 양분율의 법칙’이다.


이는 19세기 독일 화학자 리비히에 의해 정립된 이론으로, 모든 양분이 넘치더라도 부족한 한 가지 성분에 의해 식물 생장이 결정된다는 뜻이다. 가령 모든 양분이 충분한데 붕소(B) 하나가 부족할 경우, 과일의 배꼽이 썩거나 엽채류나 고추 등의 모양이 못생겨진다. 때문에 과도한 영양분은 농산물에도 농가에도 전혀 도움되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하고, 적게 주는 것이 없는지 철저히 계산 후에 시비해야 한다.


비료 적정량 시비 방법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적당한 비료를 계산하고 시비할 수 있을까? 우선 병을 알기 위해서는 병원에 가서 검사를 하듯, 땅의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첫 번째 할 일이다.


1. 무료로 검사해라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 했다. 즉 본인 농지의 토양상태를 안다면 거의 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는 각 시군 농업기술센터를 통해 알 수 있다. 각 농업 기술센터에서는 무료로 토양검정을 제공하는데, 약 2~3주면 결과를 받아볼 수 있다.


물론 200평 정도 되는 하우스 기준으로 10~20개의 포인트에서 흙을 담았을 때, 얼마나 정확한 데이터가 나올지는 의심스럽다. 하지만 토양을 분석할 도구를 별도로 구비하지 못했다면, 토양의 상태를 알아보는데 이보다 나은 방법은 없다고 본다.


주의사항으로는 파종 전 로터리를 쳤을 때 흙이 가장 잘 섞이므로 이때의 흙으로 검정받는 게 제일 좋다. 그렇지 않을 경우, 흙을 사선으로 파낸 뒤 특정 부분만 채취하는 것이 아닌 표피-중간-아랫부분을 골고루 담는 것을 추천한다.


2. 비료가 만능은 아니다


만약 당신의 작물이 시들기 시작한다면 어떤 방법을 취할 것인가? 대부분은 질소 부족이라며 요소 또는 복합비료를 살포할 것이다. 하지만 작물은 복잡계이기에 베테랑 농부라 할지라도 한 번에 증상을 알아낼 수 없다.

물론 질소 부족일 수 있다. 하지만 칼슘 결핍일 수도 있고, 해충 피해일 수 있다.


만약 질소 부족이 아닌 칼슘결핍임에도 질소비료를 뿌렸다면 작물의 칼슘결핍은 더 심해질 것이다. 반대로 해충에 의한 피해였다면, 적절한 방제 타이밍을 놓쳐 해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갈 것이다(해충은 질소를 매우 좋아한다).


때문에 특정 현상이 발생했다면 비료가 아닌 좀 더 근본적인 것, 환경적인 부분을 먼저 점검해주는 게 좋다. 이런 경우 아주 높은 확률로 토양에 배수가 나쁘거나, 환기 불량으로 습도가 높은 경우가 많다. 이때는 잦은 관수를 멈추고 환기를 시켜줘야 한다.


물론 이런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이론 공부를 게을리하지 말아야 하고, 시행착오도 거쳐봐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농작물은 많이 준다고 해서 좋은 게 아니라, 적당히 주는 게 제일 좋다.


3. 토양의 물리성을 높여라


흔히 ‘흙을 만든다’는 것을 양분을 보충해주는 개념으로만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이는 반만 맞은 것과 같다.

식물이 성장하기 위해 영양분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결국 물과 햇빛이 가장 중요하다. 충분한 햇빛을 받을 수 있도록 밀식해서 파종하지 않고, 제때 적당한 관수가 필요하다. 물은 흙속으로 들어가 뿌리의 양분이 된다. 미생물이 만든 입단 구조 사이의 틈, 잘린 뿌리나 잎 따위의 유기물이 썩으면서 만들어진 공간 등으로 물이 지나가고 그 길을 따라 뿌리가 성장한다.


다시 말해 땅속에 공기와 물이 드나들 통로가 많고 적으냐에 따라 뿌리의 성장이 결정되는 것이다. 하지만 농사를 짓다 보면 계속해서 흙속 공간은 사라지는데, 트랙터와 같은 고 중량의 중장비가 지나가면서 공간을 압착하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물이 아래쪽으로 흐르지 못해 정상적인 뿌리 활착을 어렵게 만든다. 때문에 많은 농가에서는 땅속으로 깊게 뿌리내리는 콩과 녹비작물을 심어 물리성을 개선시키는데, 네마장황 및 헤어리베치가 일반적이다. 특히 겨울 녹비작물인 호밀은 뿌리가 2m까지 자라기에 토양의 물리성을 높이는데 매우 효과적이다.

헤어리베치

이밖에 연작피해를 막기 위한 윤작(동일한 작물이 아닌 다른 작물을 심는 행위), 이론에 입각한 자신만의 시비량 확보, 한 번에 대량 살포가 아닌 관수 때마다 소량씩 시비하는 것 등이 작물의 성장 및 경제성 모두를 높이는 가장 정확한 방법이다.


반복하지만 농사 역시 결국 먹고살자고 하는 것들이다. 아무리 질 좋은 상품이 나온다 해도 과도한 비료 시비로 경제성이 떨어진다면, 이는 경제활동으로써 가치가 없다. 적당함의 미덕이 인간뿐 아니라 식물에게도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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