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일기
아이는 올해 8살이다. 자란 만큼 고집도 커지도 눈치도 커졌다. 육아가 더 어려워진 면도 있지만 대체로는 점점 수월해졌다. 혼자서 밥 먹기, 화장실 가기(뒤처리 하기), 옷 입기, 양치하기 같은 것들이 가능해졌다. 그렇지만 아이는 뭔가를 혼자 하기가 어려울 때는 힘을 내어 스스로 해보려 애를 쓰고 그 과정을 놀이로 생각하지만, 그걸 익히고 나면 흥미를 잃고 그걸 스스로 하지 않으려 한다. 늘 말로 설득과 실랑이 같은 걸 하게 된다.
요즘 같은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에서 아이를 키우는 건 실로 대단한 일이다. 아이는 정말 꾸준하게 부모의 시간을 요구하고, 그 요구에 부모의 사정 따윈 봐주지 않는다. 부모의 입장에서 그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아이 앞에서는 "내가 요즘 좀 바빠" 같은 변명 따위는 통하지 않는다.
특히 나는 아이가 한 명이지만 작금의 사회에서 다자녀를 둔 부모는 표창감으로 칭송받을 정도다. 그건 미래사회를 책임질 일꾼을 생산해 내 준 고마움을 칭송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여러 아이를 키울 부모의 고단함을 같은 부모로서 격려하는 것이기도 하겠다.
대한민국 평균의 부모가 일생을 통 틀어 육아에 들이는 시간은 어느 정도 될까. 아이가 8살인 지금, 나의 체감상으로는 7년 정도 쓸 것 같다. 7년 동안 그중 3년 정도를 육아에 썼고, 나머지 4년 정도는 앞으로 아이가 커 가면서 채워지지 않을까. 그렇게 시간을 계산해 내게 된 근거 같은 건 없다. 순전히 그런 느낌이라는 거다.
그럼 다자녀의 부모는 얼만큼 육아에 시간을 쓸까. 이것도 순전히 내 느낌이지만 집에 아이가 1명 있을 때는 7년, 그 이후로는 아이가 1명씩 더 생겨날 때마다 1년씩 추가되는 것 같다. 이미 아이가 살고 있는 집에서는 다른 아이가 생겨도 크게 시간을 들일 게 없다. 육아의 대부분의 시간은 '그저 같이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채워져 있으니. 다 같이 시간을 보내면 된다.
그렇게 보면 이왕 아이를 낳을 거 여럿을 키우는 게 생산적이고 삶을 훨씬 더 충만하게 하는 것 같지만, 잘 따져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에서 이미 육아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 부모에게 1년의 시간만이라도 더 붙는 건 굉장한 노력이다. 마치 10개의 팔굽혀펴기보다 11번째의 팔굽혀펴기가 훨씬 힘이 많이 드는 것처럼.
아이는 자기만의 무한한 우주를 가지고 커간다. 그건 외동이건, 형제 많은 집의 막내이건, 똑같이 생긴 세 쌍둥이 중의 하나이건 그러하다. 무한대에 무한대를 더하는 건 그저 무한할 뿐이다. 그 무한한 우주를 지키는 부모라면 몇 개의 무한함을 지키건 칭찬과 격려를 받을 충분한 자격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