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일기
"너무 추웠다"
왜 훔친 돈을 이렇게 모아 놨느냐는 나의 물음에, 그가 답했다.
모은 돈으로 히터라도 사려고 했던 걸까. 그가 말을 이었다.
그는 그렇게 돈을 모으기 전 해 겨울에 아팠다고 했다. 건강으로 인해 막노동을 하기 힘든 체력이 된 데다가, 겨울이 오면서 일자리도 별로 없었다. 그는 꼼짝없이 집에 틀어박혀 하루하루를 보내야 했다.
그런데 그의 집은 해가 잘 들지 않고 웃풍이 심한 반지하 단칸방. 그런 데다가 그에게는 보일러를 켤 돈도 없었으니 페트병에 넣은 따뜻한 물 같은 걸로 추위를 버텨내야 했다.
봄이 와 햇볕과 바람이 따뜻해졌지만, 그의 몸 뼛속까지 스민 추위는 쉽게 녹지 않았다.
그의 말로는, "5월이 돼도 계속 추웠다"고 했다.
그는 그 깊이 새겨진 추위의 기억에 몸서리쳤다.
보통의 절도범들은 훔친 것들을 쉽게 없앤다. 쉽게 얻은 것이기에 쉽게 써버려서 그런 것일 수도 있고, 남겨놔 봤자 자신에게 들킬 위험을 줄 뿐이어서 그럴 수도 있겠다. 여하튼 훔친 돈을 고이 모아두는 절도범은 희소하다.
그렇지만 그는 그 강렬했던 추위의 기억에 압도되어, 다시는 그런 추위에 떨고 싶지 않다는 열망으로, 훔친 현금을 자기 집 이불 밑에 모아 두었다가 잡혔다.
거리의 배고픔과 추위를 견디기 힘들어 일부러 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이 있다. 길거리보다는 교도소 생활이 차라리 낫다는 생각에서 말이다. 그는 추위를 스스로 벗어나보려고 잘못된 방식을 쓰다가 교도소로 갔다. 교도소가 그 추웠던 방보다 그나마 나았는지, 그걸 그에게 물을 수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