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일기
어제 집에 지네가 나왔다.
아이와 거실에서 놀다가, 까만 지네 한마리가 아이의 앉은 엉덩이를 향하는 걸 봤다. 나는 놀라 아이에게 "일어서, 일어서, 일로와, 일로와"라고 소리를 질렀고, 아이도 덩달아 놀라 재빠르게 내 명령을 이행했다.
제주에 오면서 지네 출몰 걱정을 적잖이 했다. 나는 이 곳에 오기 전에는 지네를 본 적이 없었다. 지네는 외국에서만 사는 줄로 알았다. 사실 지네는 우리나라 모든 땅에 산다. 내가 도시에 살았기에 지네를 못 봤을 뿐이었다. 제주는 높은 건물과 굳은 아스팔트로 둘러 쌓인 곳이 아니기에, 곳곳에서 지네를 본다고 한다. 그리고 지네는 문다. 지네에 물리면 꽤 아프단다. 물린 곳이 퉁퉁 붓고 통증도 꽤 심하다고 한다.
집에서 지네를 만나기 싫은 나는 지네의 습성을 샅샅이 뒤졌다. 지네박사가 되어 지네와 정이 들 지경이었다. 웃기게도 지네는 천을 좋아한단다. 그래서 방석이나 카페트 아래 같은 곳에서 잘 발견된다고. 정말 외모와 어울리지 않는 취향이었다. 한낱 다리 많은 벌레에 지나지 않는 녀석이 왜 천을 좋아 하는지.
그런데 우리 집에는 천 좋아하는 동물이 하나 더 있다. 우리집 고양이. 맨 바닥에 누우면 큰일이라도 나는 줄 아는지, 늘 카페트 위, 방석 위, 아이가 벗어둔 옷 위, 이불 위 같은 곳에만 몸을 뉘인다. 삼복더위에도 그런다.
우리집 어린이도 매일 밤 이불을 단정하게 펴고 그 속으로 쏙 들어가며 행복해 한다. 아무리 덥다고 잔소리를 들어도, 잠들고 금방 이불을 차 버릴 지언정, 이부자리로 들어갈 때 느끼는 그 촉감이 좋아 그런다.
모든 살아있는 것들이 그런 촉감을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다. 부드럽고 보송보송한 촉감. 그리고 자연에서 그런 촉감을 가지는 것도 살아있는 것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