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일기
나는 자기계발서를 좋아하지 않았다.
자기계발서 특유의 명령형 문장과 그 안의 내용들이 이래라 저래라의 잔소리처럼 다가왔다. '너 나 잘해' 심보가 책을 읽으면서 줄곧 치밀었다. 잔소리가 아니면 독려 또는 권장을 가장한 '자기자랑'처럼 느껴졌다. 나는 이렇게 했더니 성공했다의 공식은 그 사람이기에 통한 것이거나 실은 그가 대단히 운이 좋은 사람이었기 때문일 수 있다는 것을, 작가만 모르는 듯했다. 그걸 읽는 사람은 안다. 그러니 왜 그걸 읽는가. 굳이.
서점가의 베스트셀러 코너를 제법 채운 자기계발서다운 제목들과 평대 한 곳을 가득 매운 유명인들의 사진이 크게 박힌 책표지들을 보면 비웃기 바빴다. 아이고 제목 봐라, 아이고 사진 봐라 하면서.
그런데 요즘은 좀 다르다. '뭐라 그러나 함 보자'의 마음으로 책장을 넘긴다. 아직도 조금은 삐딱한 마음으로 보지만 그래도 그게 손에 잡히고 그게 글로 읽힌다. 서점에 가면 자기계발서 코너도 둘러보고 책장을 넘겨보고는 한다. 음 이런 건 좀 볼만한데의 심산으로.
나이가 들어갈수록 누가 나에게 지적 같은 걸 하지 않는다. 소소한 잔소리도 들을 일이 없다. 그게 편할 줄 알았는데 꼭 그렇지는 않다. 이제 남들은 내가 못난 짓을 하면 나를 피할지언정 나를 고쳐 쓰려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알아서 판단하고 알아서 잘 살아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나이가 먹을수록 나 되게 이상한데 나만 모르는 거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인다.
그런 잘 살고 싶은 욕망과 남에게 잘 보이고 싶은 불안감을 건드리는 것이 자기계발서인줄 알면서, 나는 그걸 읽고 있다. 이제서야. 그 동안 얼마나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살아 왔나 싶고, 왜 이제와서 불안감을 가진 삶으로 돌아선 것인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