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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펠탑을 찾아 나서는 아이들

직업일기

by 교우

어제는 가족들과 같이 카페에 갔다. 뷰가 좋은 카페라더니 과연 서귀포 앞바다와 신시가지, 한라산까지 어느 쪽으로도 막힘이 없이 탁 트인 풍경이었다. 특히 범섬이 정면으로 내려다보였다. 이 동네 어느 곳에서나 범섬이 잘 보이긴 하지만 이렇게 바로 또렷이 보이는 곳이 없을 듯했다. 풍경은 어느 쪽으로도 막힘 없이 구경하기 좋았지만 시선은 자연히 범섬에게로 갔다. 나는 범섬을 구경하기 바빴다.


사람들은 탁 트인 바다보다 섬이 자리 잡은 바다를 더 좋아하고 기억한다. 그 이유를 궁금해하는 나에게 남편은 "피라미드도 그래서 만들었다는 얘기가 있잖아."라고 답했다. 아무것도 없는 사막에서, 사람들은 쳐다볼 게 필요한 것이다.


에펠탑도 어쩌면 그런 존재다. 나는 에펠탑을 실제로 본 적이 있는데 아름답다거나 멋지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건 너무 크고 너무 높았다. 게다가 전체가 다 철골 뼈대였다. 내 눈에 그건 좀 기괴한 모양이었고 어디서든 너무 눈에 띄어 부담스럽기까지 했다. 게다가 에펠탑은 용도가 없다. 사람들이 구경하고 사진을 찍으라고 만들어 둔 상징물일 뿐이다. 등대처럼 빛을 비추기 위해 올린 것도 아니고 송전탑처럼 전기를 배달하기 위해 올린 것도 아니다. 그런 쓸데도 없는 걸 그렇게 높이 올릴 일이었나 싶었다. 실제로 에펠탑은 건설 초기에는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입해서 도시미관을 해치는 흉물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아 해체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고 한다. 도시의 상징이 되어 전 세계의 사랑을 받는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평가다. 사람들은 처음 그게 생겼을 때 어디서든 눈에 띄는 기괴한 흉물로 여기다가 어느 순간 어디서든 볼 수 있는 아름다운 구조물로 여겼다는 뜻이다.


어쩌면 시선을 둘, 이정표가 되어 줄, 구심점을 찾는 것이 인간의 본능일지도 모른다. 그게 없는 곳에서 인간은 불안하고 늘 초초하다.


가족의 삶 특히 아이의 삶도 그렇지 않을까. 그저 상징적인 존재일 뿐 특별한 기능과 효능이 없는 존재이지만, 그런 누군가가 없으면 아이는 방황한다. 시선을 둘 곳 없는 광활한 땅에 놓여진 아이는 늘 초초하고 불안하며, '무엇'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아이는 그 '무엇'을 찾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게 된다. 한편으로 그 '무엇'이 아닌 다른 것들로는 아이를 채울 수 없기에, 다른 것들이 아무리 좋은 기능과 효능을 가졌을지라도 아이에게는 쉽게 무가치해지고 파괴될 수 있는 것일 뿐이다. 그렇기에 따지고 보면 아무 쓸모없는 '무엇'일지라도 아이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 된다.


아이들의 범죄는 분명한 특성이 있다. 아이들이 본디 악해서 발생하는 범죄는 없다. '무엇'을 찾아 헤매는 아이들이 범죄를 일으킨다. 아이들이 선과 악에 무지해서, 또는 아이들이 선과 악에 가치를 부여하지 않을 때, 범죄는 발생한다. 그리고 그 아이들의 범죄는 또 다른 무엇이 없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삼는다. 지킬 것이 없는 아이는 끊임없이 무엇을 찾아 나서기에 누구와도 맞닥뜨리기 쉬울 수밖에 없다. 에펠탑을 찾아 나서는 아이들, 그게 아이들 범죄의 속성이다.


그리고 이건 어른들이 아이들의 범죄를 비난할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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