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리 선배는 김말이 산을 가리키며 웃음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
“이거… 우리 너무 많이 시킨 거 같은데?”
제우도 김말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설마 이게 1인분은 아니겠죠? 직원분께 한번 물어볼까요?”
유리가 손을 들고 직원에게 물었다.
“저기요, 이거 혹시 1인분 맞나요?”
직원은 메뉴를 다시 확인하고 난 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 고객님이 두 번 주문하셔서 2인분으로 나갔습니다.”
순간 모두의 시선이 유리에게 쏠렸다.
유리는 머쓱하게 웃으며 말했다.
“어… 나 들어오면서 김말이 추가 주문했던 거… 그게 두 번째였구나….”
영미 선배는 배꼽을 잡으며 웃었다.
“아니, 유리야, 우리 이거 언제 다 먹으려고 그렇게 주문한 거야! 이 정도면 김말이 파티네.”
제우도 웃으며 덧붙였다.
“그러게요. 오늘 우리 점심 메뉴는 떡볶이가 아니라 김말이였나 봐요.”
모두가 웃음을 터뜨리며 테이블 위의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제우는 예상외로 김말이가 입맛에 잘 맞았다.
떡볶이를 억지로 먹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아침과는 달리, 지금은 자기도 모르게 미소를 지으며 김말이를 한입 가득 물고 있었다.
식사가 끝나갈 무렵, 접시에는 여전히 많은 김말이가 남아 있었다.
영미 선배가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혼자 사는 제우 씨가 이거 포장해서 가져가야 하는 거 아니야?”
제우는 남은 김말이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뭐, 가져가서 잘 먹을게요. 이렇게 많은 김말이를 식사로 먹어보긴 처음이네요.”
무거운 봉지를 손에 든 제우는 떡볶이를 먹기 싫어했던 아침의 자신이 떠올랐다.
김말이 사건 덕분에 기분이 좋아진 그는 동료들과 함께 가게를 나서며 생각했다.
‘예상치 못한 우연이 이렇게 하루를 즐겁게 만들어 주다니, 나쁘지 않네.’
퇴근 후, 제우는 하루의 피로를 짊어진 채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지하철역으로 걸어가는 그의 발걸음은 여느 때처럼 무거웠다.
‘오늘 저녁은 또 뭐 먹지?’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던 순간, 누군가 그의 어깨를 툭 쳤다.
제우는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어, 유리 씨?”
뒤를 돌아본 제우의 눈앞에는 환하게 웃는 유리가 서 있었다.
“제우 씨. 집에 가는 길이야?”
“응, 맞아. 유리 씨도 퇴근하는 길이야?”
“응! 그런데…” 유리는 살짝 고개를 기울이며 장난기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제우 씨, 집에 가면 또 혼자 저녁 먹을 거잖아. 그러지 말고, 나랑 간단히 뭐라도 먹고 갈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