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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강렬함 속의 부드러움 (5)

by 맛있는 피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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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우는 면을 젓가락으로 천천히 비비며 눈앞에 펼쳐진 작은 걸작을 바라보았다. 노란 계란 조각과 얇게 썬 햄, 그리고 매콤한 빨간 소스가 면 사이사이에 어우러지며, 맛있는 냄새가 주방에 퍼졌다. 코끝을 자극하는 그 향에 그는 입안에 침이 고이는 것을 느꼈다.


‘확실히 계란 넣길 잘했어.’

제우는 속으로 뿌듯한 미소를 지으며 면을 비비던 손길을 멈추고 젓가락을 들어 한 입을 먹었다. 면이 입안에 들어오자마자 부드러운 계란의 식감과 햄의 짭짤함, 그리고 매콤한 소스의 조화가 퍼졌다. 그는 천천히 씹으며 맛을 음미했다.


눈을 감고 있던 제우는 순간 눈을 번쩍 뜨며 속으로 외쳤다.

‘이거 뭐야? 대박인데!’

그동안 힘겹게 먹었던 불닭볶음면의 매운맛은 부드러운 계란과 햄 덕분에 완벽히 균형을 이룬 요리가 되어 있었다. 매운맛은 여전히 남아 있었지만, 더 이상 그를 괴롭히는 적이 아니었다. 오히려 입안에서 춤추는 듯한 풍미로 바뀌었다.


“와, 이거 진짜 최고야!”

그는 혼잣말을 내뱉으며 젓가락질을 멈추지 않았다. 처음엔 천천히 먹던 제우는 이내 그 맛에 푹 빠져들었고, 정신없이 면을 먹어 치웠다. 어느새 빈 그릇이 눈앞에 놓였고, 제우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물을 벌컥 마셨다.


‘휴, 끝났다.’

그는 물잔을 내려놓으며 씨익 웃었다.

‘내가 불닭볶음면을 이겼어.’


그 순간, 휴대폰이 진동하며 카톡 알림이 떴다.

유리와 마이크였다.

“어때, 맛은 괜찮았어?”

그들의 기대 가득한 메시지가 화면에 떠올랐다.


제우는 잠시 고민했다.

솔직하게 대답할까? 아니면 나만의 비밀로 남길까?

그는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타닥타닥 메시지를 작성했다.


“별로야. 진짜 이상한 맛이었어. 절대 이렇게 먹지 마.”


잠시 후, 유리가 답장을 보냈다.

“헉, 진짜? 맛있을 줄 알았는데… 아쉽다.”

마이크도 동조했다.

“에이, 아쉽네, 맛있어 보였는데...”


제우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혼자 피식 웃었다.

‘미안하지만, 이 레시피는 나만의 비밀이야.’


그는 소파에 몸을 기대며 여운이 남은 입안의 맛과 함께 작은 승리를 자축했다. 오늘 하루의 끝은 불닭볶음면이라는 강적을 맛있게 무찌른 자신만의 작은 축제였다.


‘오늘 하루도 완벽했어.’

그렇게 그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편안한 잠에 들었다.

불닭마무리.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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