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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아~ 하~ 아이디어를 볶아라 (2)

by 맛있는 피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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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우: “내일 저녁 같이 할래?”


잠시 후, 유리에게서 답장이 왔다.


유리: “그래!! 그럼 영미 선배랑 혜리 선배까지 해서 넷이서?”


제우는 피식 웃으며 다시 답장을 썼다.


제우: “아니… 그건 아니고.”


유리는 잠시 고민하더니 메시지가 또 도착했다.


유리: “그럼 마이크랑 셋이서?”


제우는 고개를 저으며 답장을 보냈다.


제우: “아니… 그냥 우리 둘이서. 프로젝트하는 동안 유리씨가 나 챙겨줘서 너무 고마웠어. 그래서 저녁 사주고 싶어서.”


유리는 잠시 멈칫하다가, 메시지를 읽고 환하게 웃었다.


유리: “그래, 그럼 둘이서!”

제우: “먹고 싶은 거 있어?”


잠시 후, 유리에게서 답장이 왔다.


유리: “음… 삼겹살에 소주 마시고 싶어. 간만에 지글지글 고기 굽고, 소주 한 잔 하면서 얘기 나누자.”


제우는 살짝 고민했다.

그는 좀 더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유리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지만, 유리의 소박한 선택을 따르기로 했다. 유리의 배려를 생각하면, 그녀가 원하는 곳에서 편안하게 시간을 보내는 것이 더 의미 있을 것 같았다.


마음을 정한 제우는 다시 메시지를 보냈다.


제우: “좋아! 그럼 삼겹살 먹자.”


다음 날, 제우는 유리에게 톡을 보냈다.


제우: “퇴근 후에 내가 예약한 삼겹살집에서 보자. 난 먼저 퇴근해서 시간 맞춰 그곳으로 갈게.”


일찍 퇴근한 제우는 곧장 백화점으로 향했다.


유리에게 고마움을 표현할 작은 선물을 고르기 위해서였다. 백화점을 둘러보며, 제우는 무엇을 살지 고민에 빠졌다. 액세서리 코너, 향수 매장, 머플러와 가방들… 다양한 물건이 있었지만, 그는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그때, 문득 유리에게 받았던 오르골이 떠올랐다.


집들이 날, 유리가 정성스럽게 포장해 건넸던 오르골.


그때 유리가 이렇게 말했었다.

“이 오르골 소리가 마음을 편하게 해줄 거예요. 제우 씨도 많이 바쁠 텐데, 이거 들으면서 조금 쉬었으면 좋겠어요.”


그 이후로 제우는 매일 밤 오르골을 돌려 그 음악을 들으며 잠들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쌓인 피로감도, 하루하루의 걱정도 잠시나마 오르골 소리에 녹아내렸고, 그 덕분에 그는 편안하게 잠들 수 있었다. 유리가 건넨 오르골은 제우에게 작은 휴식과 위안이었다.


그렇기에 유리에게 주는 선물로 오르골을 선택하는 것이 그에게는 당연하게 느껴졌다. 제우가 느꼈던 위로를, 이번에는 유리에게 전하고 싶었다.


‘그래, 나도 유리에게 마음이 담긴 선물을 주고 싶어.’


제우는 오르골을 고르며 하나하나 멜로디를 들어보았다. 그러다 우연히 아하(A-ha)의 “Take on Me”가 흘러나왔다. 경쾌한 멜로디에 마음이 끌린 제우는 깊이 고민하지 않고 그 곡을 선택했다.


‘이 정도면 유리도 좋아하겠지.’

밝고 신나는 노래가 유리의 미소와 잘 어울릴 것 같았다.


가볍게 선택한 노래였지만, 선물 포장을 기다리던 제우는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멜로디와 가사가 맴도는 것을 느꼈다.

“Take on me, take me on.”

(나를 받아줘, 내가 다가갈게.)


그는 단순히 경쾌하고 밝은 노래로만 생각하며 깊은 의미를 두지 않았다.

‘유리도 이 노래를 좋아하겠지?’

그는 오르골이 완성되길 기다리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I’ll be gone, in a day or two.”

(난 곧 떠날지도 몰라, 하루나 이틀이면.)


그 순간에는 그저 신나는 멜로디로 여겼지만, 이 노래가 담고 있는 메시지가 단순한 즐거움을 넘어섰다는 것을, 그는 나중에야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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