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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의외의 어울림(6)

by 맛있는 피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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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회사에서 제우와 유리는 어제의 즐거운 시간을 뒤로 하고 피곤한 모습으로 일을 하고 있었다. 두 사람의 눈에는 피로감이 가득했고, 약간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쓸어올리며 억지로 일에 집중하려고 애썼다. 어제 마셨던 진저에일 하이볼의 여운이 아직 남아 있는 듯, 약간의 숙취가 가시지 않은 표정이었다.


멀리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영미 선배는 피곤해 보이는 제우와 유리를 힐끗 쳐다보더니, 혜리 선배에게 눈짓을 보냈다. 혜리 선배는 그 신호를 받고 고개를 끄덕이며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둘은 아무도 없는 화장실로 들어가 속닥거리기 시작했다.


“야, 쟤네 둘 좀 이상하지 않아?”

영미 선배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응, 나도 봤어. 오늘 엄청 피곤해 보이더라,”

혜리 선배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영미 선배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

“혹시 어제 우리한테 거짓말하고 따로 만난 거 아냐? 둘이 술 좀 거하게 마신 것 같은데.”


혜리 선배는 팔짱을 끼며 고개를 갸웃했다.

“어쩐지… 오늘 좀 다르긴 해.”


영미 선배는 팔짱을 낀 채 작은 한숨을 쉬며 중얼거렸다.

“뭔가 있어. 느낌이 딱 와.”


혜리 선배도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했다.


그때, 제우는 유리에게 피곤한 표정으로 다가갔다.

“유리 씨, 많이 피곤해 보이는데… 우리 같이 편의점 가서 커피라도 한 잔 사 올까?”


유리는 피곤한 기색 속에서도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같이 가자.”


둘은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해 복도를 걸어갔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잠시 피곤함을 잊으려는 듯 조용히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그 순간, 뒤에서 누군가가 툭툭 치며 말을 걸었다.


“어머, 너희 둘이서만 어디 가?”


뒤돌아보니 영미 선배와 혜리 선배였다. 두 선배는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제우와 유리를 번갈아 쳐다봤다.


제우는 갑작스러운 질문에 살짝 당황하며 대답했다.

“저희 그냥… 피곤해서요. 커피 사러 편의점 가려던 참인데… 같이 가실래요?”


영미 선배는 그 말을 듣고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 당연히 따라가야지! 우리도 커피 한 잔 해야겠네.”


혜리 선배도 옆에서 싱긋 웃으며 말했다.

“좋아, 우리 다 같이 가자.”


혜리 선배도 별다른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편의점에 도착한 네 사람. 제우는 얼음 네 개와 커피를 골라 계산대로 향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유리가 진열대에서 무언가를 발견했다.


“어? 여기 진저에일 있네!”

유리가 환하게 웃으며 캐나다드라이 진저에일을 가리켰다.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진저에일이었다. 그 말을 들은 제우는 순간 어제 마셨던 진저에일 하이볼이 떠올랐다. 그는 살짝 웃으며 유리에게 말했다.


“유리 씨, 진저에일 두 개만 가져다 줄래?”

유리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지만, 별다른 질문 없이 진저에일 두 개를 가져왔다.


제우는 얼음이 담긴 컵을 열어 진저에일을 반쯤 따랐다. 그리고 그 위에 커피를 천천히 붓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영미 선배와 혜리 선배는 동시에 눈을 크게 뜨며 외쳤다.


“제우 씨, 뭐 하는 거야? 진저에일에 커피를 넣는다고?”

영미 선배는 놀란 얼굴로 물었다.


유리도 처음엔 당황한 표정을 지었지만, 곧 미소를 지었다. 어제 마이크의 식당에서 진저에일 하이볼을 마셨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아, 제우 씨가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었구나.’

유리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제우가 만든 음료를 바라봤다.


진저에일과 커피가 어우러진 독특한 음료가 완성되자, 제우는 장난스럽게 컵을 흔들며 말했다.

“짠, 진저에일 아이스 아메리카노. 다들 한번 맛보세요!”


유리와 두 선배는 서로를 바라보며 궁금한 눈빛으로 컵을 받아들었다.

네 사람은 제우가 만든 ‘진저에일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조심스럽게 한 모금씩 마셨다.


그 순간, 입안에 퍼지는 맛에 모두가 동시에 눈을 크게 뜨며 깜짝 놀랐다.

진저에일의 상큼하면서도 은은한 단맛이 먼저 느껴졌고, 이어서 커피의 쌉싸름한 풍미가 부드럽게 어우러졌다. 탄산의 상쾌한 감각과 얼음의 차가움이 목을 타고 넘어가며 예상 밖의 조화를 선사했다.


“어? 이거… 진짜 맛있다!”

유리가 감탄하며 먼저 외쳤다.


영미 선배는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니, 진저에일이랑 커피가 이렇게 잘 어울릴 줄이야. 이거 완전 반전 매력인데? 진짜 맛있네!”


혜리 선배도 커피를 내려놓으며 감탄했다.

“처음엔 괴상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상쾌하고 쌉싸름해서 중독성 있어. 이거 진짜 어디 카페에 메뉴로 올려도 되겠어!”


모두가 예상치 못한 맛에 감탄하며 잔을 내려놓았다. 제우의 갑작스러운 발상으로 탄생한 이 음료는 그들의 입맛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제우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생각보다 괜찮죠? 진저에일이랑 커피를 섞으면 어떤 맛일지 궁금해서 한번 만들어봤어요.”


유리는 다시 한 모금을 마시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거 진짜 독특하다. 상쾌한 탄산감도 좋은데, 커피의 깊은 맛이 더해져서 더 매력적인 것 같아.”


혜리 선배도 공감하며 말했다.

“그러니까! 이런 조합은 상상도 못 했는데, 오히려 너무 잘 어울려.”


영미 선배는 잔을 비우며 웃었다.

“제우 씨, 오늘 새로운 레시피 하나 탄생한 거 아냐? 이거 이름도 정해야 할 것 같은데!”


그들은 제우의 즉흥적인 아이디어로 탄생한 ‘진저에일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계속 감탄을 이어갔다.


그렇게 네 명은 편의점에서 시원한 음료를 나누며 유쾌한 시간을 보냈다. 예상치 못한 음료의 성공으로 어색했던 분위기도, 두 선배가 품었던 궁금증도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듯, 그들 사이엔 편안한 웃음이 퍼져 나갔다.

진저에일아이스아메리카노.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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