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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마지막화)
푸틴은 사랑의 메신저 (2)

by 맛있는 피츠 Jan 22. 2025

주말 아침, 제우는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지난주에 클라이언트가 이야기한 캐나다 음식 ‘푸틴’이 문득 떠올랐다. 바삭한 감자튀김과 녹아내리는 치즈, 그리고 짭조름한 그레이비 소스의 조합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그거 정말 맛있어 보였는데… 나도 한번 만들어볼까?’ 

제우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제우는 즉시 노트북을 열어 푸틴 레시피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필요한 재료는 감자튀김, 치즈 커드, 그리고 그레이비 소스였다. 감자튀김과 치즈는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문제는 그레이비 소스였다. 레시피를 보니 육수와 밀가루, 버터 등을 이용해 만들 수 있다고 했지만, 요리에 자신 없는 제우에게는 복잡해 보였다.


‘그레이비 소스… 이걸 어떻게 만들지?’ 

제우는 잠시 고민하다가 우선 재료부터 사기로 결심했다.


그는 근처 버거집에서 감자튀김을 넉넉히 주문한 뒤, 마트로 향해 치즈 커드를 찾아냈다. 다행히 치즈 코너에서 커드 치즈를 발견했지만, 그레이비 소스는 여전히 난관이었다.

‘이건… 좀 더 검색을 해봐야겠어.’


한참 고민한 끝에, 그레이비 소스 만드는 법을 아무리 검색해도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지지 않자 제우는 결국 포기했다.

‘아, 이건 너무 어려워…’ 

제우는 속으로 한숨을 쉬며 푸틴 대신 감자튀김에 케첩을 찍어 먹으며 아쉬움을 달랬다.


월요일 아침. 출근한 제우는 정신없이 업무를 시작하려는 참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유리가 다가와 가볍게 말했다.

“제우 씨, 잠깐 나가서 커피 한잔할래?”


제우는 잠시 눈을 깜빡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좋지. 마침 나도 한숨 돌릴 겸 커피가 필요했거든.”


둘은 자연스럽게 사무실을 나와 건물 근처의 카페로 향했다.

카페 안에는 고소한 커피 향이 은은하게 퍼지고 있었다. 하지만 평소와는 달리, 유리는 어딘가 무거운 표정이었다. 제우는 그런 유리를 유심히 바라보며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꼈다. 어색한 침묵이 흐르던 중, 제우가 먼저 입을 열었다.

“유리 씨, 무슨 일 있어?”


유리는 잠시 망설이다가 깊은 숨을 내쉬며 굳은 얼굴로 말했다.

“지난주에 캐나다로 돌아간 클라이언트 기억나지? 그쪽에서 이번 프로젝트 때문에 직원 한 명을 캐나다로 파견해달라고 요청이 왔어.”


제우는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그럼, 이번 프로젝트 일이 많아서 그런가 보네. 누가 가게 되는 거야?”


유리는 눈을 살짝 떨구며 말을 이어갔다.

“그 직원이… 나 아니면 혜리 선배래.”


제우는 잠시 생각하더니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와, 유리씨가 가면 좋겠다! 캐나다 구경도 하고, 푸틴도 먹어보고. 좋은 기회잖아, 꼭 가봐.”


하지만 유리는 여전히 침울한 표정이었다.

“가는 건 좋지… 근데, 그게 6개월 이상일 수도 있어.”


제우는 그 말을 듣고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예상치 못한 답변에 그의 얼굴도 서서히 굳어졌다.


유리는 머뭇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

“일하러 가야겠다. 사무실로 들어가자.”


제우는 유리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묵묵히 자리에 앉았다. 가슴 한구석이 갑작스럽게 먹먹해졌다.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유리가 왜 굳이 따로 커피를 마시자고 했는지, 왜 그렇게 어색하고 무거운 표정을 지었는지. 그동안 말하지 않았지만, 둘 사이에는 분명 뭔가가 흐르고 있었다. 서로 확인하지 않았을 뿐, 그 감정은 어느새 마음속 깊숙이 자리 잡고 있었다.


사무실로 돌아온 제우는 컴퓨터 앞에 앉았지만, 눈앞에 쌓인 업무는 전혀 손에 잡히지 않았다. 머릿속은 유리의 침울한 얼굴로 가득했고, 마음은 점점 복잡해져만 갔다.

‘6개월… 아니면 그보다 더 길 수도 있다고…’

유리가 했던 말이 끊임없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사무실 안은 평소와 달리 무거운 분위기였다. 이를 눈치챈 영미 선배가 일부러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 월요일이라 그런가? 제우씨랑 유리씨 둘 다 얼굴이 왜 이렇게 굳었어? 분위기 너무 별로다.”


그녀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덧붙였다.

“그나저나 캐나다 파견 이야기 들었지? 혜리 아니면 유리씨 중에 한 명 가는 거라던데. 누구로 정했어?”


영미 선배는 살짝 부러워하는 눈빛으로 말했다.

“캐나다라니… 부럽다!”


그때 혜리 선배가 손을 저으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아니요, 저는 안 가요. 영어 울렁증 심한 데다, 김치 없으면 밥도 못 먹는다구요.”

그녀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하며 웃었다.


반면 유리는 여전히 말없이 앉아 있었다. 어두운 미소를 띠며 고개를 살짝 끄덕일 뿐이었다. 영미 선배는 그런 유리를 힐끗 보더니 말했다.

“아무튼, 빨리 정해서 보고해야 한대. 목요일까지가 데드라인이야.”


사무실 안은 다시 조용해졌다. 제우는 그 속에서 조심스레 유리의 표정을 살폈다. 그녀의 침묵은 유난히 무겁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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