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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원영 Jan 18. 2016

열정을 끌어모아

일찍이 시작한 회사 경험

본 글은 "그래, 시작해보자." 에 이은 2번째 글입니다.


Microsoft 입사는 어떻게 해요?


대학에 입학해 선배들을 알아간 후, 내가 가장 처음 했던 질문일 거다.


돌아온 답변은 "네가? 뭘 할 줄 아는데? 저 선배처럼 중학교 때부터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했어? 물론 그런다고 들어갈 수 있는 것도 아니야. 웬만해선 못 들어가." 였다.

하지만 몇 차례 더 물어본 끝에, 이런 답을 들었다.


너의 커리어를 쌓아. 우선 Microsoft 에는 Microsoft Student Partner 라는 좋은 일종의 교육생 프로그램이 있으니 한 번 해봐. 1학년은 아마 잘 안 뽑을지도 몰라.

그리고 MS 공인 자격증. MCITP, MCSE 같은 것들을 준비하고, 가장 중요한 너만의 프로그래밍 경험과 실력을 쌓아.


그래서 무작정 Microsoft Student Partner(이하 MSP) 가 무엇인지, 어떻게 지원하는지, 무엇을 하는지 등을 찾아보았고 5월쯤부터 Microsoft Office 內 룸에서 세션(일종의 강의)을 신청하고 들었다.

그렇게 찬찬히 MSP 서류를 준비했고, 운이 닿아 서류 전형을 통과했다. 프레젠테이션, 선택 주제 토론에서도 운이 좋았는지 떨어지지 않아 최종 합격을 했다.




부산 IT Expo 에서 설명을 듣는 연구원

학교 공부가 뭐가 필요 있나.


1학년 2학기 시작부터 부산 BEXCO 에서 열린 2012 부산 IT 엑스포에 참여해 학교에 며칠 출석하지 않았다. 이 행사에서 Windows 8 홍보, 시연, 설명에 사나흘 열을 올렸다.

누가 내게 무엇을 준다고 한 적도 없었지만 내가 좋아서 학교 공부를 제2우선순위로 미뤄두고 회사 행사에 참여했다. 사흘간 아침부터 저녁까지 행사가 이어지는 강행군 속에서도 일종의 성취감(?)에 중독되어 정말 행복했다. (물론 주변 사람들이 좋았던 분들이었던 탓도 크다)




2012 Windows 8 App Store

기본적인 프로그래밍 공부는 손 놓지 않았다. 우연히 MSP 이전 기수 형을 만나 더 빠르게 배웠다.

둘이 함께 1박 2일 해커톤에서 애플리케이션을 기획, 디자인, 개발 후 몇 주간 보수 작업을 거쳐 1차 완성 후 Windows 8: The Greatest Application 라는 이름을 가진 마이크로소프트 행사에 제출했다. 그렇게 내 인생 처음으로 행사 첫 번째 수상자에 선정되었다. (2012 the Greatest App)

이번에도 운이 좋아 파트너를 잘 만난 덕이겠거니 싶었다.

아무튼 수상 후, 마이크로소프트에서 페이스북 홍보도 해주고, Windows 앱스토어 첫 화면에 추천 앱으로 띄워주기도 했다. (Editor's Choice 느낌)


이때가 2012년 말(11~12월)이었는데, 그즈음 하여 어쩌다 보니 Nexon 인턴쉽 기회가 닿아 면접을 보고 합격했지만, Imagine Cup 이라는 마이크로소프트 주관 글로벌 소프트웨어 경진대회 참가를 눈 앞에 둬 (티는 안 냈지만) 눈물을 머금고 쿨한 척 포기했다. Imagine Cup(이하 이매진컵) 이 내게 더 큰 경험을 줄 것 같았으니까. 그리고 실제로 그랬고.


경험이라는 것은 좋은 기억이 될 수도, 힘든 기억이 될 수도 있다.

두 가지 상극(相剋)이 합쳐져 내게 더 큰 경험을 선물했다.




Imagine Cup 프로젝트 이미지

이매진컵은 한국 로컬에서 따로 대표를 선발 후, 글로벌 본선에 진출하는 방식이다. 한국 로컬에서도 온라인으로 Round 1 부터 진행되고, 계속되는 라운드를 통과 후 오프라인으로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고 Final 에 진출한다.

Round 1 을 준비하며 서류를 만들었다. 제출 전까지의 초기 아이디어는 '사람의 대변 색상/모양 변화를 데이터 화하여 건강을 체크하는 서비스' 이었지만, 원초적인 기획의 미흡과 팀원 간 소통 문제로 갈등이 깊어져 사나흘 동안의 새로운 (또다시 미흡한)기획: 당뇨병 환자들의 혈당을 데이터 화하고 실제 의료진/주치의와의 실시간 연락 유지 서비스 로 Round 1 서류를 제출-통과했다.


Round 2 를 준비하는 기간은 갈등의 골이 가장 깊어졌던 때이다. 홍보 동영상, 서비스 가이드 등의 서류 제출을 하루 앞두고 갑자기 한 명의 팀원과 연락이 닿지 않아 너무 힘든 하루를 보냈다. 우여곡절 끝에 2라운드도 통과하며 오프라인 15분 프레젠테이션 및 기능 시연의 Semi-Final 에까지 왔다. (이 과정에서 팀원 교체가 이뤄졌다.)

현장 발표에서 프로젝트 기능 시연 중 작동을 멈추는 뜻밖의 이슈도 발생해 큰 난관에 봉착하면서 발표를 좀 아쉽게 마무리했다. 그렇게 Final Round(국가대표 선발전)에는 참여하지 못했지만, 다음날 서울시립대에서 열린 이매진컵 국가대표 결승전에서 현장 부스를 차려 홍보, 시연을 열심히 하며 마지막까지 열정을 쏟았다.

그렇게 다시 나는 운이 좋게도, Innovative Power Awards(최고혁신상)를 수상했다. 프로젝트 결과가 내 마음에 들지 않았던 탓인지 노력상을 받은 느낌이었지만.




Microsoft Imagine Cup

마이크로소프트 사훈은 요약하자면 "회사의 서비스로 사람들의 잠재력을 최고로 이끌어내는 것" 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주관하는 소프트웨어 경진대회, 이매진컵의 목표는 "소프트웨어로 세상을 바꾸는 것" 이고.


하지만, 나의 당시 참여 목표는 그에 적절하지 않았다. 그냥 남들과는 다른, 색다른 목표를 두고 서비스를 개발하며 상을 받는 것이었기 때문에.


이매진컵에 참여하면서 수상자들의 일부 프로젝트를 보며 내 부족한 진심, 마음가짐을 채웠다. 빔 프로젝터 하나와 자체 개발한 Windows 용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한 프로젝션 매핑 서비스로 꽤 컸던 서울시립대 강당을 꽉 채워 파티 분위기를 냈던 팀도 있었고, 루게릭병 환자들의 소통 단절을 뇌파 인식 서비스로 해결하려는 팀도 있었다. 이 팀들의 대회 참여 목표가 어찌 됐었든 간에 내 마음가짐이 부족했었음은 틀리지 않았다.




LG-F240 옵티머스G Pro

2012년 말, 넥슨에서 일할 기회는 포기했지만, 이매진컵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새로 받았던 기회, LG전자 MC사업부에서의 리모트 근무(필요할 때만 회사에 참석하는 방식)는 매우 매력적으로 생각됐다. 면접이 있은 후, 합격 후 교육을 받았다.

넥슨은 면접에서부터 부서 특성상 주말 근무가 불가피하다는 말을 해줘 프로젝트에 지장이 있을 것이 보였지만, LG전자에서 맡은 업무는 출시를 앞둔 플래그쉽 스마트폰의 기능 테스트 역할이었다. 버그, 오류, 호환성 검사, 리포트 등이랄까.

2013년 4월 초, 업무 종료 후 부서 상무님과 저녁을 같이 하면서 짧게 여러 마디 주고받았던 말들, 부장님에게 LG전자에 바라는 점을 전했던 일은 더 없는 좋은 경험이었다.


그렇게 대학 1학년 종료, LG전자 업무 종료, 이매진컵 종료와 함께 학교를 휴학했다.

이번엔 Microsoft 인턴의 기회였다. MSN(온라인사업부) 부서와 XBOX(게임마케팅)부서 두 개 부서에서의 기회 중 이유는 모르겠지만, MSN 을 선택 후 날짜를 잡고 면접을 보았다.

두세 시간의 면접은 先 서류 접수 후, 이사님(해당 부서의 로컬 Lead 포지션)과의 1:1 면접으로 이뤄졌다. 업무 소개를 받고 분위기가 좋아 합격 통보, 심지어 즉시 출근까지 기대했으나 3주 이상 연락이 없었다. 그 기간  마음고생이 정말 심했다. 다행히도 약 한 달의 기다림 끝에 합격통보와 함께 며칠 후 첫 출근을 했다.


다른 사람들에게 마이크로소프트가 어떤 회사일지 모르겠지만. 내 인생의 길에, 그것도 가장 중요한 시기에 정말 큰 영향을 준 회사이기 때문에 그 회사의 소속이 한 번쯤은 꼭 되어보고 싶었다.


그래서, 꿈을 이룬 것만 같았다.




Microsoft Bing AppEx: Sports

인턴 시절 내가 했던 업무는 딱히 골치 아프지는 않았다. 내가 실수를 한다면 사용자가 에러 메시지를 본다는 큰 문제가 생겼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매우 적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지금의 매우 정교하게 automation 포털 뉴스 에디팅 기술이 에디터들의 손에 달려있었고, 난 아티클(뉴스 기사)들과 이미지 셀렉팅/편집을 주로 했다.

포토샵을 전문적으로 배우지는 않았지만 이미지 편집 위주로 수년간 만져왔기 때문에, 당연히 다른 직원분들보다는 편집 기술이 나을 수밖에 없었고 사진도 취미로 수년간 찍어왔기 때문에 기사들에 어울리는 High-Quality 이미지를 잘 고르는 센스도 더 나을 수밖에 없었다.

취미생활이 행운으로 내가 초이스/편집했던 메인 기사와 이미지가 Microsoft MSN/Bing 팀의 글로벌 챌린지에서 상을 받았다.


그렇게 2개월짜리 인턴은 6개월 혹은 Maximum 한도 내 연장 근무 제의를 받았다. 열정에 가득 찬 나는 그렇게 흔쾌히 기간 연장을 했다. 곧 정신을 차려 (정말 좋은 자리였음에도) 욕심을 버리고 기간을 채우지 않은 상태로 양해를 구하고 퇴사 후, 학교로 복귀했지만.

하지만 그 학기가 채 끝나기 전에 콜을 받아 다시 종강과 함께 인턴이 아닌 신분으로 마이크로소프트로 돌아갔다. (2년, 그 이상 함께한 마이크로소프트)



- 제 라이프 스토리는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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