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만 식빵. Pullman Bread

가능하다면 처음부터 다시 구워내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by 빽언니


풀만 식빵. Pullman Bread - Full로 꽉 찬 풀满이

19세기 후반 미국의 발명가 조지 풀먼(G. Pullman)이 고안한 기차와 모양이 비슷하다 하여
이름 지어졌다는 풀만 식빵은 기차 칸처럼 네모반듯하면서도 흐물거리지 않기 때문에
적당히 슬라이스 해서 샌드위치나 토스트용으로 자주 사용한다.

빈틈없이 풀로 꽉 찬 모습이다.
크고 네모 반듯해서 언뜻 보면 폼은 안 나지만 속이 꽉 찬 든든함이 있다
Full满 이란 이름이었어도 어울렸을 법하다.

다른 빵들과 달리 식빵들은 구울 때 틀이 필요하다. 보통 바닥과 옆 4면 , 다섯 면이 막혀 있고 한 면이 위로 뚫려있지만 풀만은 사방 막고 윗뚜껑까지 씌워서 6면을 다 막는 틀을 사용한다.



반죽을 끝내고 1차, 2차 발효를 거치고 나서 굽는 단계로 들어가면서
'뚜껑을 덮을 수 있는 네모난 틀'의 뚜껑을 덮고 구워낸다.
네모난 틀 모양 그대로 각진 모양으로 구워져 나온다.

어찌 보면 틀에 박힌 빵으로 보이겠지만, 꺼내보면 다 다르다.
굽는 사람에 따라 다르고 , 반죽에 따라 발효에 따라, 색깔도 굽는 시간과 온도에 따라 다르다.

갓 구워진 빵을 오븐에서 꺼낼 때는 특히 주의해야 한다.

만질 때 목장갑을 한 손에 두 개씩 끼어야 화상을 입지 않는다.

손에 화상을 입지 않게 조심해야 하는 것이 가장 우선이고,

쇳덩어리 틀에 식빵 틀이 눌리거나 부딪혀서 형태의 변형이 가지 않게 해야 한다.


다 구었다고 틀을 열고 꺼내다가 슬쩍 찌그러뜨렸다.

틀에서 빵을 꺼낼 때라고 해도 열이 식기도 전이라 빵이 숨이 죽지 않았다.

슬쩍 틀에 한 귀퉁이가 살짝 눌렸을 뿐인데 수정할 수도 돌이킬 수도 없는 상처가 남았다.

식기 전에는 조금만 건드려도 형태가 얼마든지 틀어질 수 있다는 걸 미처 몰랐다.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받은 빵은 일그러진 대로 식는 거다.
뜨거울 때는 표면을 건드리면 안 된다.


네모 반듯한 모범생 같고 엄친아들 같은 풀만이 가.
제복 입은 장교처럼 멋지게 눈부신 깎은 도령 같은 풀만이 가 성형이 불가능한 상처를 갖게 되었다.

빵이 다 구워졌다고 오븐에서 꺼내면 끝인 줄 알았다. 아니었다.

금방 만든 빵은 식히는 기구가 따로 있을 정도로 식히는 작업은 중요한 공정 중에 하나다.

통째로 잡아들고 작업용 탁자 위에 내동댕이 치듯 탕 소리 나게 세게 던져서 열을 제거해야 한다.

기다려야 한다. 식기도 전에 뜨거운 빵을 포장하거나 용기에 넣으면 습기에 다시 젖어 쭈글쭈글해진다


구울 때 기다리고 식히면서 기다린다.

풀만이에게서 기다림을 배운다.


빵이 살아있는 효모로 숨을 쉬며 발효하고 부풀어 오르는 것이나
구워져서 멋지게 완성된 빵이 된 모습은 성장하는 아이 같다.
잘 자라 성인이 된 허우대 멀쩡한 청년이 된 자식 같다고 여겼다.
그런데 별로 대단하지도 않은 힘에 미끄러져서 회복 못하는 빵 귀퉁이를 보니 그리 단순한 게 아니었다.
구워졌기에 더 이상 효모가 작용을 하지 못하고 스스로 원래의 모습으로 제자리를 찾지 못한다.


다 자란 줄 알았던 내 자식이 별 것도 아닌 외부의 힘에 상처받고 그게 트라우마가 되거나 습관이 되어
전투력을 다시 찾지 못하고 일어나지 못하는 걸 보는 부모의 안타까운 마음이 있다면 이런 심정일까?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말이 실감이 났다.

찌그러진 나의 풀만 이를 보면서,

어릴 때는 막 주물렀지만 이제는 부모라고 해도 손을 대고 고칠 수도 없는
완성품이 된 스무 살 넘은 성인이 되면
엄청 안타까워도 , 더럽게 마음에 안 들어도,

끼고 갈 수밖에 없는 부모 마음이란 이런 걸까 싶었다.

방학이라고 밤새 게임하고 점심때가 다 되도록 자빠져 자는 아들내미를 보고
화가 치밀어 올라서 욕바가지를 하면서 일어나라고 발로 뻥찼다.


"아들아 니 습관이 니 인생 만드는 거다"


으그... 방학이라고 마냥 게으른 아들 녀석.

더 찌그러지기 전에, 그 습관으로 굳어지기 전에

빨리 일으켜서 할 일 하게 해야지 싶어 나는 조급했나 보다.


가능하다면 처음부터 다시 구워내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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