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효 잘 된 사람
자~알 익은 사람이 아니어도 괜찮아~
빵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발효다.
오밤중에 잠이 안 와서 구운 호밀식빵
이스트와 소금만 들어가는 저렴하게 사 먹는 일반식빵도 제대로 만들려면 발효의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발효가 제대로 안 된 상태로 구우면 구워지기는 하지만, 빵이 되지 못한다
겉은 노화되고, 안은 떡처럼 익어버린다.
그런 빵은 버리기 아까우면 그냥 얇게 잘라서 더 빠삭하게 구워서 아메리카노를 마실 때 과자처럼 으걱으걱 씹어먹는다.
딱딱하지만 버리기는 아까우니 그런 식으로라도 재활용을 해서 나 혼자 먹어버린다
발효가 제대로 되지 않은 반죽을 구워내면, 떡도 아니고 과자도 아닌 이상한 빵이 되는 데,
만들다 실패한 빵을 보면 정말 사람 같다는 생각이 든다.
겉은 나이를 저절로 먹어서 어른인데, 속은 발효가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로 그냥 늙어있다.
충분히 부풀지 못해서 작고 무겁고 단단하다.
맛도 없고 벽돌 같고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어 보인다.
이런 빵처럼 생겨먹은 어른들이 참 많다.
성장을 멈춘듯한 생각과 꽉 막힌 가치관으로 똘똘 뭉친 고집 센 꼰대들은
제시간을 지키며 제대로 발효를 못한 실패한 빵 같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를 알아도 다시 구워서 고칠 수 없다는 점도 빵과 똑같다. 이미 그렇게 Fix 되어 버린 거다.
물론 내가 엄청 잘 발효되어 구워진 맛있는 빵이라는 뜻은 아니다.
나도 끝내주게 잘 구워진 빵이 아니겠지만, 쉰 중반을 넘어가려다 보니, 어렴풋하게나마 보이는 거다.
잘못 구워진 빵 같은 인간이랑 , 그 반대인 엄청 잘 구워진 멋진 이를 구별할 줄은 알게 됐다고나 할까.
빵을 구운 목적은 맛을 즐기는 것도 있지만, 또 하나는 <배불리 먹는다>는 것도 있다.
실패한 빵이 맛은 더럽게 없지만, 형태를 바꿔서 얇게 저며서 다시 구워서 딸기잼을 발라 먹으면 누룽지 같기도 하고 비스킷 같기도 하니까 , <배불리 먹는다>는 목적은 달성할 수 있는 셈이다.
그런 빵을 마구 버리기 아까워서 재활용해서 먹는 법을 고안해 냈듯이
사람은 어떻게 활용할까?
사람도 그렇다. 사람도 버릴 건 없다고 본다.
여러 가지 인간이 있듯이 그러려니 하고 눈높이에 맞추면 그런대로 어울릴 수 있는 거다.
삐딱하면 삐딱한 대로, 맹하면 맹한 대로 귀여운 구석은 있고. 가끔 나름대로 도움 되는 말도 해 주기도 하고,
나를 엄청 좋아해 주기도 한다. 같이 놀자고 다가오기도 하고,
발효도 제대로 안 된 상태로 구워진 주제에 나이 좀 더 먹었다고 성심성의껏 훈계를 해 주기도 한다.
그런 훈계조차도 100프로 버려야 할 건 없다. 듣고 새길만한 말씀도 가끔 있다.
실패한 빵이라고해도 몽땅 다 버릴 필요없듯이.. 100프로 쓸모없는 사람이란 없다. 내가 그 둘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그 둘의 의미가 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