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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빽언니 Jan 13. 2022

니 속에 있는 수많은 너

말은 믿지 않아요. 행동으로 보여주고 계시니까요

그녀가 한 이년 만에 카톡으로 전화를 걸어왔다.

엄마와 아들


“ 오~어쩐 일이세요? 저 한국에 와 있어요 “

“ 그러게요. 근데 왜 연락 안 했어요? 우리 딸도 한국에 왔어요”

“ 아이고 중국이 더 안전할 텐데  ㅎㅎ ”

“ 그러게요 ㅎㅎ  “

“ YP도 한국에 와 있어요. 우리랑 같이 있어요. 그래서 알리기 좀 껄끄러웠어요. YP가 원하지 않아서요 “


그녀는 갑자기 오늘 YP가 특히 보고 싶어서, 나에게 연락을 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YP가 한국에 있다는 걸 왜 말 안 했느냐며 섭섭하다고 했다.


“ YP가 알리지 말라고, 원하지 않아서 일단 말은 안 했어요. 다른 마음은 없었어요. 너무 섭섭해하지 마세요 “

“ 그래도 어떻게 말 안 할 수가 있어요. 너무 섭섭해요 “


그녀는 오늘 특히 YP가 보고 싶어서 페이스북을 여기저기 뒤지고, 예전에 내가 준 사진을 보고 울었다고 말하면서 또 울먹였다. 어쩜 말을 안 할 수가 있냐고, 자신은 하나도 속인 거 없다고 진심이었다고 말했다. 난 그녀가 뭘 속였다고 생각한 적도 그렇게 말한 적도 없는데…


순간 나는 좀 짜증이 났다.

“제가 미안하게 생각할 건 없는 것 같아요.  한국에 왔는데 새엄마 한번 만나는 게 어떻겠냐고 저도 얘기는 해 봤는데 YP본인이 만나고 싶지 않다고 여러 번 그랬기 때문에 말하지 못한 거고, 저랑 YP랑 지금 한국에 와 있다는 말씀 안 드리면 모르실 테니 그냥 가만히 있었던 거예요. 그리고 재혼을 하셔서 잘 지내시는 분에게 자꾸 YP네 얘기를 하면 안 좋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말 못 했어요”  그녀는 재혼을 했다.


그녀도 한 번은 내가 사는 중국에 왔다가 연락도 안 하고 그냥 한국으로 갔다.

우리 집에서 고작 200미터 정도 떨어진 거리에 있는 딸네 집에 왔다가 갔으면서도, 나한테 연락도 없이 한국으로 돌아갔다고 했다. 중국에 갔었지만 너무 바빴고 사정이 있었다고 나중에야 말하길래 , 나도 섭섭은 했지만 사람은 각자 사정이 있는 거니까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왜 나는 지한테 매번 한국에 왔다고 보고를 해야 한다고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

이기적인 아줌마 같으니라고…


그녀는 내가 YP가 한국에 왔다는 걸, 내가 한국에 왔다는 걸 말하지 않았다는 게 섭섭하다고만 하다가 전화를 끊었다. 그래서는 안 되는 거였다. 자기감정에만 흐느적거리고 타인의 사정은 생각도 안 하는 건 오히려 그녀가 아닐까?     


YP가 정말 보고 싶었다면 나에게 섭섭하다고 항의하다가, 그것만 꼬투리 잡고, 지 얘기만 하다가 전화를 먼저 끊을 게 아니라, YP가 한국에 와 있다니 보면서 살 수 있게 해 달라고 얘기를 꺼내야 했던 거 아닌가?


“ 제 말씀도 좀 들어보시죠 “

“ 내가 먼저 걸은 전화니까 내 말만 하고 전화 끊을 게요 “

" 제가 미안해할 일은 아니잖아요? 제가 막은 것도 아닌데... "

" 그렇죠.. 미안해하실 일은 아니죠. 그렇지만 너무 섭섭해요. "


그녀는 그렇게 말하더니 내 사정은 듣지도 않고, 안부도 묻지 않고 카톡 전화를 끊었다.  


YP는 그녀가 재혼해서 10년을 기른 재혼한 남편의 아들이었지만, 다시 이혼을 하는 바람에 YP가 중학교 2학 때에 두고 나온 아이다. 그런데 YP는 내 아들과는 유치원 때부터 친구라서 내 아이와는 가끔 연락을 해 왔고, 지난여름부터 한국에 와서는 우리에게 의지하며 가까이서 살고 있다. YP는 이미 스물셋이다. 더 이상 미성년자도 아니고, 중국에서 대학을 마치고 올해는 한국으로 와서 군입대를 준비하며 알바를 하고 있다.


그녀는 재혼한 남편이 데리고 온 YP와 YP의 여동생을 3-4살 때부터 키웠기 때문에 정이 많이 들었을 것이다. 재혼 부부로서 각자 두 명씩의 아이를 데리고 지낼 때, 우리 가족과 알게 된 거라 아이들의 성장을 함께 지켜봤다. 그런데 난 그들 부부가 이혼을 한 줄도 몰랐다가 1-2년 후에야 알았다.


그때도 그녀는 오늘처럼 나에게 아주 오랜만에 카톡 전화를 해서 이혼한 지 좀 됐다고 말했다. 우리 집이 직장일로 좀 멀리 떨어져 살게 되어서 자연스럽게 연락을 안 하다가 멀어지면서 그들이 다시 이혼을 한 것도 몰랐던 거다.


이젠 성인이 된 YP는 그녀를 증오했다. 아니 증오하는 듯 보였다.  

아니 진짜 속은 어떨지 모르지만 내 앞에서는 자기를 버린, 한 때 엄마였던 그녀를 만나고 싶지 않다고 완강하게 말했다. 너무 많이 좋아했기에 너무 보고 싶은 건지도.. 이제는 미워졌다고 착각하는 걸까?  


“ 자기 자식들 둘 다 대학 보내고 나니 , 우리 아빠가 점점 돈도 못 버니까 이용가치가 없다고 버린 거죠 뭐. 우리 아빠가 돈을 못 벌면 자기라도 돈을 벌어서 가정에 도움을 주면서 계속 살았어야죠. 교민 상대로 반찬가게 하던 BH엄마도 돈 잘 벌던데요? 그냥 자기 욕심만 다 챙기고 우리를 버린 거죠”


YP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알았을 때, 참 놀랍고 불편했다. YP는 진짜 엄마였다면 반찬을 만들어서 팔면서라도 자기들과 살았어야 한다고 생각했나 보다.


타인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도 한계가 있는 어쩔 수 없는 남이다 보니, 그들에게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도 정확히 몰라서 이러쿵저러쿵 할 수가 없었다. YP 말이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렇게 못한 여러 사정이 그녀에게는 있었을 테지....


“ YP야 , 그분이 비록 네 아빠 하고는 부부 인연이 끊어져서 헤어졌지만, 그래도 너희한테는 참 잘하던 엄마였어. 난 새엄마인 줄도 몰랐어. 너무 잘해주더라...”

“ 그럼 뭐 해요. 다 가식이었던 거죠. 울 아빠 돈 없다고 버렸는데요”


YP는 친엄마에 관한 추억은 없다.

나중에 연락을 해 와서 만났지만, 별 감흥도 없었다고 했다.

YP의 엄마는 오직 10년을 길러 준 새엄마. 그녀뿐이었다.


“ 네 기억 속의 진짜 엄마는 그 엄마뿐이었구나? “

“ 네 “


그렇다고 금방 넙죽 대답하는 녀석의 진심이 너무 슬프고 쓸쓸해 보였다.


나와 우리 가족은 함께 노선을 정했다. 우리는 YP의 마음을 당분간 그냥 두기로 했다. 과거에 많은 추억을 함께했던 우리 가족 가까이에 와서 지내는 YP가 자존감을 잃지 않게 해 주자고 합의를 봤다.


가끔 새엄마인 그녀와 YP아빠가 우리 가족에게 얼마나 도움을 주던 이웃이었는지, YP아빠가 무척 재미있는 아저씨여서 항상 즐거웠었다는 좋은 얘기만을 해 주기로 했다.

YP의 새엄마도 우리에게는 요리도 잘해주고 친절했던 좋은 아줌마였다고 자꾸 말해줬다.

너희 가족과 살던 그때 우리 가족은 너희 집 덕분에 많이 행복하고 즐거웠었다고 자꾸 말해 줬다


재혼하고 또 이혼하고 사는 당사자들은 그 마음이 보통 시끄러웠을까 싶어서 YP아빠도 안쓰러웠다.


YP는 자신의 아빠와도 연락을 안 하고 싶어 했다. 그렇게 사는 아빠가 너무 싫다고 했다. 아빠는 YP가 중학교 때 새엄마가 떠난 후에, 우연히 만나서 함께 살던 중국 여성과도 또 헤어지면서, 애 앞에서 또 별 꼴을 다 보인 모양이다. YP아빠의 팔자도 참 정신없다. 도대체 몇 번을 결혼하는 건가? 능력도 좋다.


중국 엄마에게는 자식이 없었다, 아이를 낳지 못해서 전 남편과 이혼을 한 여성이었다고 한다. 중국 엄마는 YP아빠하고 헤어진 후에도,YP만 남겨두고 무책임하게 한국으로 가버린 YP아빠를  대신해서 의붓아들  YP를 돌봤다. YP가 불쌍하다고...., 엄마 역할을 하면서 대학 학비와 생활비를 해결해 줘서 길러줬다고 한다.


고마운 중국 엄마다. 중국 엄마는 YP가 한국으로 갈 때도 한국돈 500만 원 정도를 쥐어주며, 어른이 되었으니 일하면서 생활비를 벌어서 살 수 있으면 그렇게 하라고 말했다고 한다. YP는 그 돈을 밑천 삼아 한국에 왔고, 우리 가족을 의지하며 가까이에서 무척 성실하게 열심히 산다.  


6시면 알바에서 돌아와서는 저녁을 해 먹고 매일 헬스에 가서 운동도 하고 아주 성실하게 산다.

울 아들처럼 내가 알려준 대로 토스 계좌를 만들고 한국 주식도 투자하고, 미국 주식도 조금씩 투자한다.


그녀가 먼저 툭 끊어버린 카톡에 황당했지만, 난 전화를 다시 걸기도 뭐해서 카톡으로 문자를 보냈다. 사실 그들이 헤어지고 만나고 살던 말던 내가 이러쿵저러쿵 관여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오래전 한 때 즐겁게 지냈던 그녀가 분노를 하고 있으니, 공감은 못하지만 그녀에 대한 예의는 차려야겠다고 생각했다.


" 다른 마음은 없었어요. 너무 서운해하지 마세요. 시간이 좀 더 지나면 YP가 알아서 만나러 가지 않겠나 싶어서 말씀 안 드렸고, 당장은 만날 생각은 없다고 완강해서 말 안 했던 거예요. 제가 중간에서 함부로 뭘 할 수 있는 건 아니었어요 "


난 오늘 그녀의 전화를 갑자기 받고, 갑자기 끊김을 당한 후에 이 글을 쓰면서 생각을 해 본다.


YP는 정말 그녀를 미워하고, 진짜 만나기 싫었던 걸까?

그렇다면 YP는 왜 그녀와 친했던 나와 우리 가족 가까이에서 와서 살며, 옛얘기를 들으며 좋아하는 걸까?


그럼 그녀는 진짜 YP가 보고 싶은 걸까?

그렇다면 왜 당장 만나게 해 달라고 하지 않고, 진작 알려주지 않았던 나에게만 지랄을 하고 전화를 급하게 끊은 걸까?


으그.... 진짜 내 속에도 내가 너무 많기도 하지만. 남의 마음속까지 헤아리는 건 너~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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