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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빽언니 Jan 15. 2022

입양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파양 하지 않을 각오를 지켜야 한다

나도 입양을 해 볼까 한 적이 있었다.

내 아들이 세 살 정도 되었던 시기였다. 국제 부인회의 일원으로 모임에 자주 참여했었던 나는 주 1회 고아원에 봉사활동을 간다는 유럽 아줌마들과 어울린 적이 있었다.


그들 중의 한 프랑스 여성이 남편과 고아 여자아이를 한 명 입양하려고 준비하고 있었다. 신청을 하고 심사를 하는 중에도 매주 아이를 만나러 가서, 곧 자신들과 한 가족이 될 동양 아가를 인형같이 예쁘다며 좋아하고 예뻐했다. 나는 외국 아줌마들과 다니면서 봉사를 하기도 하면서 그들의 모습을 봤다.


지켜보면서 문뜩 그런 생각이 들기도 했다.

아들 하나 낳았으니 더 낳지 말고, 불쌍하게 버려진 아가를 한 명 더 입양해서 기를까? 내 아들도 혼자라 형제도 남매도 없는데, 동생한 명 데려오면 외롭게 지내지 않을 수 있겠지....

그런데 한참 후에 나의 이런 생각이 얼마나 주접 싸는 꼴값 떠는 위험한 사고방식인지 이해하게 되었다.


어떤 아이가 불쌍하다고 입양해서는 안된다. 내 새끼가 혼자라서 외로울까 봐 입양해서는 안된다

 

아이를 있는 그대로 사랑할 준비가 되어있어야 하는 건 기본이고, 내 가족처럼 평생 돌보고 그 아이 편에 서서 진짜 엄마처럼 대하는 걸 끊임없이 해야한다.중간에 하다 관두면 안 된다.  끝까지 관계를 잘 지켜야 한다.


입양을 하고, 쉽게 파양을 하는 이들이 꽤 많다는 걸 알고, 파양을 여러 차례 당한 어린이도 있어서, 마음의 상처가 이만저만한 게 아니라는 사연을 접하고 반성을 했다.


내 외아들이 외로울까 봐 , 살아있는 아이를 선물주듯이 동생으로 들여줘야지 하는 마음도 엄청 불손하고 오만한 생각이라는 걸 알았다. 입양되는 아이가 내 아이의 외로움을 달래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계산을 해서는 안된다.

입양한 아이를 가족으로 진심으로 받아들였을 때  비로소 외로움도 즐거움으로 바뀌는 것이다.


입양한 아이가 내 아이의 외로움을 덜어주지도 못하고, 매일 싸우고 먹을 것을 빼앗아 먹는다고 파양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인간은 참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한다.

고아들을 입양할 때도 자신들의 일상에 도움이 될 뭔가가 있으리라 기대하다가 아니면 파양을 한다.

강아지들도 파양을 당하면 위축된 행동을 하고 인간에 대한 경계심이 강해진다고 한다.

하물며 생각이 있고 마음이 뻔히 보이는 사람을 입양했다가

'어... 이게 아닌데? 생각보다 안 귀엽고 키우기 힘들다'  싶어서 파양 하거나, 파양 하면 눈치도 보이니 그냥 두며 학대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거다.


난 엄청 반성했다. 나도 고아원의 아이들을 보며 그 따위로 생각한 적이 있었으니까 말이다

입양한 후 정인이를 학대해서 죽음에 이르게 한 젊은 새엄마의 말이 기억난다

자기 큰 딸이 외로울 것 같아서 정인이를 입양했다는....

그 말 한마디에서 답이 나온다


넌 애초에 정인이를 입양할 자격도 없는 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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