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인데 벚꽃사진 찍으러 갈까?"
제주도 꽃으로 동백꽃, 유채꽃만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제주에서도 봄에 벚꽃이 너무나 예쁘게 피어난다. 제주 도민들이 가는 벚꽃명소들도 많다. 중간산 지역 외진 곳에 살았던 우리는 제주 도민들의 벚꽃명소 중에서도 제주대 앞과 삼성혈에 가보기로 했다. 가족 모두 핑크빛 상의를 입었고, 반려견인 보리까지 데리고 집을 나섰다.
먼저, 제주대 앞 길부터 갔다. 도로를 중심으로 키 큰 벚꽃이 마주 보고 줄지어 있어서 마치 벚꽃터널을 지나는 것 같은 기분 좋음이 있었다. 다만, 일찍 갔음에도 주말이라 그런지 이미 인산인해였다. 많은 사람들이 이미 사진을 찍고 있어 배경에 사람이 나오지 않게 하기가 힘들 정도였다. 도로변에 차를 대려는 차들과 빠져나가려는 차들 사이에서 혼잡도 이뤄졌다.
그래서 제주대 앞 벚꽃터널은 차로 지나가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생각보다 길도 길어서 차를 타고도 한참을 지나간 것 같다. 내 경우는 차 안에서 창문을 열고 하늘을 배경으로 벚꽃터널 동영상을 찍었는데 꽤 근사하게 찍혔다.
이어서 삼성혈로 갔다. 삼성혈은 탐라의 건국신화와 관계된 유적지로, 국가지정문화재 사적 제134호로 지정돼 있다. 제주도(탐라) 성씨인 고씨·양씨·부씨 '삼성(三姓)'이 시작된 곳으로, 과거 모흥혈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고을나, 영을나, 부을나 세 신인이 출현한 '품(品)'자 모양의 세 구멍을 지칭한다고 한다.
삼성혈 역시 인기가 많은 벚꽃명소라서 기존 주차장에 차를 못 세우고 인근 호텔과 함께 쓰는 임시 주차장에 차를 대고 들어갔다. 역시나 내부에는 흐드러지게 핀 벚꽃이 가득했다. 삼성혈 내 고풍스러운 한옥 건물이 배경이 되니 더욱 아름다웠다. 두 군데 정도 큰 벚꽃 앞에선 사람들이 줄을 서 있어서 우리도 줄을 서서 예쁘게 가족사진도 찍었다. 반려견 동반도 돼 당연히 보리와 함께 가족사진을 찍었다.
뿐만 아니라 이곳에는 얼굴을 집어넣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도 있고, 어느 한 곳에서는 내부에 선비 옷과 갓을 무료로 대여해 주는 공간도 있어서 하준이와 남편이 설정샷도 찍고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또 마당 한편에 굴렁쇠와 투호놀이를 할 수 있는 곳도 있었다.
이날은 이렇게 마무리했지만 조천읍 우리 집 근처에도 잘 알려지지 않은 벚꽃명소가 있었다. 대흘 1리 사무소 근처에 연못과 정자가 있는데 이곳 벚꽃이 특히 예쁘다. 하준이가 다녔던 영어학원이 근처에 있어서 가는 길에 가족 벚꽃사진을 찍기도 했는데, 우리가 갔을 땐 그곳 벚꽃을 배경으로 웨딩사진을 찍는 커플들도 있었다.
이밖에도 전농로 왕벚꽃거리(제주시 삼도일동), 녹산로 벚꽃길 등도 잘 알려진 벚꽃명소이다. 제주에서 벚꽃철을 맞는다면 벚꽃과 사진을 찍는 것도 색다른 추억이 될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제목에 있는 곱닥허다는 제주 방언으로 곱다라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