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제주 낚시의 즐거움

by 만년소녀 Mar 19. 2025
외할아버지로부터 낚시를 배우는 아이

제주도 하면 낚시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제주도를 '바다낚시의 천국'이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많고, 관광객들을 위한 배낚시투어도 활성화돼 있다. 낚시를 하며 고급 어종인 다금바리 또는 무늬오징어를 낚는다면 로또가 되는 기분이 아닐까!


낚시를 딱히 즐겨하지 않는 우리는 제주도 와서 낚시를 딱 두 번 해봤다. 2024년 3월에는 낚시를 좋아하시는 친정 부모님이 제주도에 놀러 오시면서 낚싯대와 통발을 가지고 오셔서 같이 했다. 함덕 정주항과 신흥해변 사이 바위 위에서 오전부터 오후까지 내내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었는데 우리 중 아무도 먹을 만한 물고기를 잡지 못했다. 우리가 손질하지 못하는 복어만 2~3마리 잡아서 그냥 다시 바다로 보내줬다. 횟감이나 구이용 생선은 잡지 못했지만, 그래도 함께 웃고 떠들며 끓여 먹은 라면은 참 맛있었던 기억이다. 


우리는 먹지 못하는 복어를 들고. 복어는 잡고 나서 다시 다 바다로 보내줬다.


이날 낚시를 하기 전에 아버지가 통발 안에 고기 비계덩어리를 넣어 바다에 빠트려놓았다. 문어가 잡히길 기대하면서. 그러나 통발을 묶어둔 바위 근처로 가니 묶어둔 끈이 풀려서 통발이 큰 바위 근처에서 파도를 타고 출렁이고 있었다. 우리는 긴 막대 같은 것을 바다 근처에서 찾아서 건져 올리려고 갖은 노력을 했으나 쉽지 않았다. 


결국 아버지가 아래위 옷을 벗고 물에 들어가셨다. 아버지 연세는 일흔다섯. 3월이라 조금 쌀쌀한 날씨였는데 들어가게 하시는 게 죄송해 내가 들어가겠다고 했으나 결국 아버지가 들어가셨다. 그러나 아버지가 건져온 통발에는 아무것도 없어서 조금 허탈하기도. 그저 통발을 다시 사지 않아도 된다는 것에 의미를 뒀고, 과감하게 트렁크팬티만 입고 들어간 아버지가 멋있어 보였다. 


두 번째 낚시는 2024년 4월에 했던 배낚시였다. 애월 하귀1리 항포포구에서 배를 타고 애월 앞바다에서 낚시를 했다. 우리 말고도 한 팀 더 있었다. 이른 시각 구명조끼를 입고 배가 출발하는데, 바다 위 구름이 너무 예뻤던 기억이 난다. 

배낚시의 설렘을 안고

물고기가 많이 잡힌다는 포인트에 도착하면 낚시 방법을 알려주신다. '타이라바'라고, 참돔을 잡는 낚시 방식이었다. 미끼가 바닥에 닿을 때까지 낚싯줄을 떨어뜨리고 바닥에 닿으면 천천히 다시 감으면 되는 방식이었다. 이 날따라 너울이 많아서 아무도 물고기를 쉽게 잡지 못했다. 나 역시 내내 줄을 풀었다가 다시 감았다가 하는 것을 반복하는 것이 지루했고, 팔 근력운동을 하는 듯했다. 


다른 팀 사람들은 다들 멀미가 심한지 배 내부와 외부에 드러누워 있었다. 아무도 낚지 못하자 선장님은 몇 번 낚시 포인트를 옮겨 다녔는데 그래도 아무도 낚아 올리지 못했다가, 나만 한 마리를 잡았다. 바로 붉은 쏨뱅이 었다. 선장님은 이걸 제주도 사람들은 우럭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한 마리만 잡았기 때문에 찜을 하기보다는 그냥 튀겨먹으라고 알려주셨다. 집에 와서 직접 손질해 먹었는데 살이 쫄깃쫄깃하니 맛있었다. 


엄마가 잡은 붉은쏨뱅이를 들고 한컷.


이전 25화 7세 아이와 한라산 등반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