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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세 아이와 한라산 등반

by 만년소녀 Mar 14. 2025
2024년 6월에 봤던 한라산 백록담2024년 6월에 봤던 한라산 백록담

우리가 제주도 일 년 살기를 하면서 4계절을 보내는 만큼 한라산도 네 번을 가는 것을 목표로 했었다. 현실적으로 네 번은 무리였고 2023년 11월에 한번, 2024년 6월에 한번 다녀왔는데 6월에는 하준이와 함께 다녀왔다. 2023년 11월에 한라산에 우리 부부만 갔을 때 다른 어린 여자아이가 부모와 오르는 것을 봤는데 당시 그 아이 나이가 하준이와 동갑인 6세여셔 '다음엔 아이와 같이 와야겠구나'라고 생각을 했었다. 


부부만 가는 것이 편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실제로는 더 빨리 움직여야 해서 그렇지만도 않았다. 하준이 병설유치원 등원 시간이 8시 반인데 그때 아이를 보내고 성판악 주차장에 가면 이미 주차장은 만차인 상태(한라산 등반 예약자들에게 거의 오전 7시쯤 만차 됐다는 알림 문자가 온다). 그래서 10분 거리인 제주국제대학교에 차를 대놓고 택시를 타고 성판악 주차장에 가면 이미 9시 반. 그때부터 오르기 시작해 오후 1시까지는 정상에 올라야 하기 때문에 거의 뛰어올라가다시피 가야 한다. 또 급히 김밥을 먹고 내려올 때도 5시 하원에 맞춰 가려면 뛰어내려와야 한다. 마음이 급했던 나는 천천히 내려오고, 발톱이 아팠던 신랑은 조금 늦게 내려와 결국 하준이 하원이 한 5분가량 늦어지기도 했었다.      


이에 반해 올해 하준이와 함께 한 한라산 등반은 새벽 일찍 갈 수 있어서 좋았다. 우리는 새벽에 김밥을 사서 6시경부터 올랐던 것 같다. 아이 등하원을 고려하지 않아도 되니 마음이 편했다. 


단점은 (미취학 자녀를 키우는 부모라면 알만한) 그 외의 모든 것이다. '언제 다 올라가, 얼마나 더 가야 해'부터 시작해서 조금 걷다가 계속 쉬어줘야 하고, 궁금한 것을 확인하기 위해 샛길로도 새야 하는, 쉽지 않은 여정.


심지어 하산길에서는 발이 아프다며 내내 안아달라고 졸랐는데 안아주지 않았다. 아니 안아줄 수 없었다. 아이 아빠의 경우 서핑으로 다친 무릎이 완전히 낫지 않은 탓에 아팠고, 나 역시 내려오는 계단에서 오른쪽 무릎이 아파서 옆으로 걷는 게걸음으로 걸어왔기 때문이었다. 


미취학 아동과 함께하는 산행은 정말 쉽지 않았다. 결국 우리는 새벽에 갔다가 저녁이 다돼서 내려왔다. 그래도 한 번도 부모 도움 없이 끝까지 제 발로 올라갔다가 내려온 7세 안하준 군에게 다시 한번 더 칭찬을 해주고 싶다.                 

한라산 백록담 표지석에서 7시 안하준한라산 백록담 표지석에서 7시 안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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