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준이 데리고 물공장 가볼까?"
"맞아! 오리온 용암수 공장 아이들 데리고 가기 좋다고 들었어. 가자, 가자."
오리온 제주 용암수 공장을 견학하기 위해서는 미리 홈페이지에서 예약을 해야 한다. 미리 예
약을 한 후 그날이 왔다. 하준이를 유치원 하원할 때 맞춰 데리러 가서 공장으로 달렸다. 부
부 둘 다 하준이에게 미리 얘길 하지 않아서 하준이는 어디 가는지도 모르고 납치하 듯이.
"하준아. 우리 어디 가는지 알아?"
"몰라."
"제주도에 물공장이 삼다수 공장도 있고, 용암수 공장도 있는데 오늘 우리 용암수 공장에 가
는 거야."
"좋아. 그런데 우리 공장 안에 들어갈 수 있는 거야?"
"그럼. 미리 다 신청해 놨지."
7살 하준이에겐 이번 공장 견학이 생애 처음이었다. 가는 동안 잠이 들었지만, 공장 견학 기
대가 컸는지 도착하자마자 깨웠더니 눈을 번쩍 떴다. 용암수 공장은 2019년 8월에 준공된 아
직 5년밖에 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홍보관 내부도 잘 꾸며져 있었다.
직원의 인사와 함께 투어가 시작됐다. 용암수는 바닷물이 현무암을 지나 그 아래에 모여있는
물로, 현무암이 필터 작용을 해 걸러진 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네랄이 풍부하다고 한다.
이에 반해 또 다른 제주의 물인 삼다수의 경우 암반수로, 담수층에 존재하는 것이 다른 점이
다. 이곳에서는 물을 병에 담는 패키징과 또 물을 제조하는 과정을 잘 설명해 주고 보여주는
데, 특히 물을 블렌딩 하는 것이 특이했다. 원수에서 마그네슘과 칼슘을 추출했다가 다시 블렌
딩을 하는 방식이다.
하준이는 특히 로봇이 패키징 작업에 쓰이는 것을 재미있어했다.
투어를 마치고 나면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한다. 바로 경도 측정지를 용암수에 넣어서
색이 파랑에서 보라로 바뀌는 것을 보게끔 하고, 또 물이 알칼리인지 확인하기 위해 리트머스
종이를 넣어 섞은 후 물 색깔을 확인하게 하는 것이다. 간단한 실험으로 함께한 아이들 모두
신기해했고 어른들도 오랜만의 실험에 재미있어하는 분위기였다.
끝나면 1인당 생수 2병과 초코파이 1개씩을 나눠준다. 여기에 우리는 후기를 작성해서 에너지
바까지 받아왔다. 이 견학은 심지어 무료다. 미취학 및 초등 저학년 어린이가 있다면 상당히
좋아할 만한 투어라고 생각한다. 물론 어른도 마찬가지다. 오늘 실험에서 가장 많은 질문을 한
사람은 어르신이었다.
또 다른 생산현장은 맥주를 만드는 곳이다. 우리가 간 곳은 '맥파이 브루어리'라고, 집에서 아
주 가까운 곳에 있었다. 1년 살기를 하는 동안 이곳에 대한 얘길 많이 들었고, 가려고 벼르고
있었지만 선뜻 가지 못했던 이유는 네이버 예약사이트에 아이는 만 8세 이상만 가능하다고 돼
있어서였다. 하준이는 만 6세로 애매했다. 육지로 돌아가기 얼마 전, 용기를 내 전화했더니 선
뜻 오라고 하는 게 아닌가! 아이 비용은 내지 말고 성인 2명만 예약사이트를 통해 예약하고
오면 된다고도 알려줬다.
드디어 기다리던 예약일에 갔더니 넓은 정원과 함께 맥주공장이 눈에 들어왔다. 꼬마전구가
걸려있어 밤에 오면 좋을 듯했다. 이미 어떻게 알고 왔는지 외국인들이 맥주를 마시고 있었
다. 직원과 함께 수제맥주 생산 현장을 둘러봤다. 맥파이(macpie)는 영어로 까치라며, 까치맥
주라고도 불린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새 그림의 로고가 무척 귀여웠다. 국내 1세대 수제맥주
인 맥파이 브루어리는 2012년 서울 경리단길에서 시작했다. 당시에는 외주를 줘서 맥주를 생
산 했으나 투자를 받아서 2016년에 이곳에 생산시설을 갖출 수 있게 됐다고 한다.
맥주를 생산하는 재료부터 설명을 들었다. 물, 맥아(몰트), 홉, 효모. 이렇게 네 재료를 갖춰야
만이 맥주를 만들 수 있다. 맥아는 볶는 정도에 따라 색이 다른데 흑맥주는 오래 볶은 맥아와
기본 맥아를 섞어 쓴다고 했다. 홉이 꽃인 줄은 몰랐는데 꽃 사진을 보여주면서 알려주셨다. 홉
은 향도 내게 해주지만, 천연 방부제 역할을 한단다. 효모는 미생물인 만큼 영구적으로 쓸 수
있지만 이곳에서는 10번 정도만 재사용한다고 했다. 그 이상 하면 효모의 능력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였다.
다음에는 각각의 탱크를 구경시켜 줬다. 처음엔 몰트의 당을 끄집어내고, 이어선 홉을 넣어
끓이고, 이어 월풀탱크에서는 찌꺼기를 따로 빼도록 돌리면서 맥주 종류에 맞게 식혀준다. 다
음엔 효모를 넣고 발효를 하는데 에일의 경우 따듯한 온도에서 3~5주, 라거의 경우 낮은 온도
에서 두 달가량 발효를 한다고 한다. 발효가 끝나면 맥주의 온도를 낮춰서 가라앉은 효모를
빼낸다. 그 이후에는 탄산을 넣는다고 한다.
패키징 장비도 확인했다. 맥주의 경우 거품이 나기 때문에 병 아래까지 긴 막대 같은 주입구
가 들어가서 맥주가 채워졌다. 캔뚜껑이 덮어지는 모습도 신기했다.
투어를 마치면 1인당 2잔씩 시음을 할 수 있는데 우리는 부부라서 총 4잔을 마셔볼 수 있었
다. 여러 맥주가 있었지만 우리는 땅고(와인 같은 핑크빛 맥주), 땡비(과일향 사워맥주), 포터
(커피향 흑맥주), 쌍심지(다양한 홉을 느낄 수 있는 더블IPA)를 골랐다. 다 맛있었지만 개인적
으로는 땡비와 쌍심지가 맛있었는데, 샘플 말고 땡비를 한잔 더 시켜 먹었다.
브루어리에서는 집으로 캔맥주 박스를 주문배달 시킬 수도 있었는데 땡비와 쌍심지는 모두 매
진이라서 흑맥주인 포터 한 박스를 집으로 주문시켰다. 예전 터키 여행에서 '에페스 다크 브라
운'이라는 커피맛 맥주가 너무 맛있어서 국내에도 수입돼 들어왔는지 찾아봤는데 '에페스 다
크'만 팔 뿐이었다. 포터는 이 아쉬움을 달래줄 만큼 커피 향이 짙었다.
우리 부부는 맥주와 함께 페퍼로니 피자와 치킨을 먹었다. 치킨도 맛있었지만, 피자는 지금껏
먹어본 피자 중 가장 맛있었다. 도우에 기포가 있었는데 특이했다. 다음에 여행 와서 기회가
된다면 또 가서 먹고 싶은 맛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