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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고, 놀고… 제주 아이랑 꼭 가야 할 도서관

by 만년소녀

제주도는 의외로 도서관이 참 많은 편이다. 특히 어린이 도서관의 질이 뛰어나다. 비가 오거나, 뾰족히 갈 데 없는 날이면 도서관만큼 고마운 공간도 없다. 책도 읽고, 조용히 쉬기도 좋고, 무엇보다 행사가 열리는 날이면 부모들에겐 ‘계를 탄 날’이다. 온갖 이벤트로 아이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노는 동안, 부모는 그저 따라다니며 미소만 지으면 되니까.


우리 아이도 도서관을 참 좋아한다. 부모와 함께 도서관에 가면 책을 자연스럽게 가까이 하게 되고, 함께 읽는 시간이 좋아서인지 도서관에 가자고 하면 늘 환영이다.


제주시 연삼로에 있는 제주도서관 바로 옆에는 이름부터 동화 같은 '별이 내리는 숲 어린이 도서관'이 있다. 이름만 예쁜 게 아니다. 외관도 참 예쁘게 잘 지어졌다. 지난 2021년 12월, 무려 100억 원의 사업비를 들여 개관한 비교적 새로운 공간이다.


도서관 한켠에는 어린이용 텐트와 푹신한 빈백이 놓여 있어 아이들이 편한 자세로 책을 읽을 수 있다. 하준이는 그중에서도 개구리 모양 식수대를 제일 좋아했다. 괜히 목도 마르다며 물을 여러 번 마시러 다니기도 했다. 도서관 2층에는 장애인 분들이 운영하는 카페도 있다.


제주시와 서귀포에 각각 있는 '기적의 도서관'도 꼭 들러볼 만한 곳이다. 특히 지난해 8월 20일, 서귀포 기적의 도서관에서 열린 20주년 기념 행사는 아이에게도, 부모인 나에게도 잊지 못할 하루였다. 오전부터 오후까지 거의 반나절을 도서관에서 보냈는데, 그냥 책만 읽은 게 아니다. 스탬프를 여러 개 모으면 선물을 주는 이벤트가 있었고, 아이는 그것에 신이 나서 이곳저곳을 누비며 다양한 체험 활동에 참여했다.


비록 마술 공연은 사전 예약을 못 해 보지 못했지만, 다양한 체험만으로도 하루가 순식간에 지나갔다. 아이는 물론이고, 나도 도서관이 ‘놀이터’가 될 수 있다는 걸 새삼 느낀 날이었다.


서귀포 기적의 도서관은 외관부터 예사롭지 않다. 붉은 원형 지붕 중앙에 다시 작은 원이 있고, 그 중심에서 나무 한 그루가 자라고 있다. 들여다보면 조경을 위해 일부러 옮겨 심은 나무가 아니다. 원래 그 자리에 있던 나무를 베지 않고 건물을 둘러 지은 것이다.


이 건물은 2003년 고(故) 정기용 건축가가 설계한 작품이다. 그는 다큐멘터리 영화 <말하는 건축가>의 주인공이자, 고 노무현 대통령의 봉하마을 사저를 설계한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건축이 사람과 자연을 존중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서귀포기적의도서관.jpg 서귀포 기적의도서관 20주년 행사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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