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바다에서나 하던 것을 이곳에서도 할 줄 몰랐다. 조개잡이 얘기다. 특히나 바닷가 곳곳
마다 해당 지역 해녀들의 구역이라며 채집 등을 금한다는 표지판이 있어서 제주에서도 조개잡
이가 가능한지 잘 몰랐다.
실제로 제주에선 채취가 허용되는 개방구간과 제외구역이 나뉘어 있다. 아무 데서나 보말이
나 게, 소라 등을 잡으면 안 된다는 얘기다.
다만, 서귀포시 성산읍 오조리는 무료 조개잡이 체험이 가능한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자동
차 네비로 '오조해녀의 집'을 찍고 오면 된다. 바로 조개 캐는 곳 앞에 주차장과 화장실도 있
고, 화장실 앞에는 손과 발을 씻는 수도도 마련돼 있다.
가기 전에는 간조(해수면이 가장 낮아졌을 때)와 만조(해수면이 가장 높아진 상태)를 잘 보고
가야 한다. 검색창에 '제주도 물때'를 치면 도농탄, 모슬포, 서귀포, 성산포, 제주가 뜨는데 성
산포를 보면 된다. 간조인인 '저'는 시간이 2개가 뜬다. 예를 들어 하나는 새벽 6시 6분이고,
하나는 18시 25분이라면 그 해당시간 앞뒤로 2시간 정도는 충분히 조개를 캘 수 있다는 뜻이
다.
우리는 이곳에서 조개를 잡을 수 있다는 블로그 글을 많이 보고, 벼르다가 2024년 9월 7일 오후
에 처음 가봤다. 조천읍 집에서 출발할 때는 햇볕이 쨍쨍했는데 차를 타고 남쪽으로 가다 보니
급격히 흐려지다가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어떡하지?"
"막상 도착하면 그칠 수도 있고, 거기는 비가 안 올 수도 있어."
분명 5시 반쯤 간조라고 돼 있어서 2시간 전인 3시 반쯤 갔었는데 물이 차 있었다. 어쩔 수
없이 근처 유명 카페인 프릳츠에서 커피와 빵을 먹으며 시간을 때우다가 4시 반경에 갔더니
이미 꽤 많은 사람들이 조개잡이를 하고 있었다. 우리도 조개를 잡으려고 했는데 갑자기 또
비가 내렸다. 마침 하준이가 폐렴 때문에 입원했다가 퇴원한 다음날이어서 아이가 비를 맞으며
조개를 캐도록 둘 수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조개를 하나만 잡고 다음날 일찍 가기로 했다.
집에 가는 길에 다이소에 들려서 조개 잡기 해루질에 좋은 갈퀴도 하나 더 샀다.
다음날인 8일 새벽 우리는 5시 반에 집을 나섰다. 6시 반이 간조라서 그 시간에 맞춰서 가기로
한 것이다. 아침도 먹지 않고 우리는 어스름한 새벽에 출발해 드디어 오조리에 도착했다. 성
산일출봉 옆으로 빠알간 해가 솟아오르는 모습이 멋있었다.
"엄마, 생각보다 해가 커!"
가까이에서 봐서 그런가, 정말 뜨고 있는 해를 보고 있자니, 평소 하늘에 떠 있는 것보다 커
보였다.
우리는 전날 산 갈퀴와 집에 있던 갈퀴, 모종삽으로 열심히 해루질을 했다. 그러나 아무리 땅
을 뒤져봐도 조개가 보이지 않았다. 우리 말고도 젊은 여성그룹이 더 있었는데 거기도 조개를
못 잡고 사진만 찍고 노는 분위기였다.
우리는 한 시간 조금 넘는 시간 동안 결국 조개 5개만 찾을 수 있었다. 전날 1개 잡은 것을 포
함하면 6개였다. 블로그에서 사람들이 이곳에서 캤다며 수북이 쌓인 조개 사진도 봤었는데,
조금 허탈했다. 우리가 잘 못 찾는 것인지, 아니면 그간 조개가 씨가 마른 것인지 의아했다. 하
준이도 '기대 많이 하고 왔는데' 하면서 아쉬워했다. 하준이는 조개를 하나도 잡지 못했다. 그
래도 무엇인가 잡았다는 것에 위안을 삼으며 귀가했다. 조개를 많이 잡게 되면 봉골레 파스타
를 하려고 했는데 양이 적어서 결국 우리 집 된장국 재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