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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수의힘 Oct 12. 2023

일상의 편안함

새로움보다 편안함이 더 좋다.

금주는 벌써 40일을 눈앞에 두고 있다.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100일은 언제 채울 수 있을지 걱정이었지만 생각보다 잘 적응하고 있다. 100일 금주를 결심한 이유는 우연히 본 유튜브 영상에서 온몸의 피가 완전히 새롭게 생성되는 데 걸리는 시간이 100일이라는 이야기를 들어서이다. 100일 지나고 혈액검사를 다시 받을 예정이다. 그래도 콜레스테롤이 높다면 약을 먹든지 해야 할 것 같다.


몸무게가 제일 많이 나갈 때가 85kg였는데 지금은 78kg 정도 된다. 7kg 정도 빠진 건데, 조금만 더 빼면 이전 학교에서 찐 살을 모두 다 뺄 수 있을 것 같다. 기왕 금주하는 김에 식단도 병행 중이다. 하루 세 끼를 네 끼로 나누어 아침에는 달걀 세 개와 사과 한 개, 점심에는 다이어트 도시락이나 생선구이를 곁들인 간단한 한식을 먹는다. 4시쯤에는 삶은 닭가슴살과 블루베리 두 줌, 바나나 두 개 정도를 넣고 갈아서 셰이크로 마신다. 7시쯤 운동을 나가서 8시 반 정도에 다이어트 도시락을 먹고 12시쯤 잠을 잔다.


이제 어느 정도 삶에 여유와 안정이 생겼다. 점심이나 저녁을 도시락을 데워 먹기 때문에 준비 시간이 많이 단축되었다. 특히 뭘 먹을지 고민하지 않아도 되니 마음이 한결 여유롭다. 처음 이 식단을 시작할 때는 야식의 영향인지 자기 전이 매우 고통스러웠지만 12시에 자는 버릇을 들이니 이젠 쉽게 잠이 든다.


아내는 내가 도시락을 매일 덥혀 먹는 것이 불만이다. 아내는 점심이나 저녁은 정성스레 준비해서 다양한 식사를, 기왕이면 날마다 다른 메뉴로 먹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것도 좋은 생각이긴 하지만 난 내가 그다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일에 많은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아무래도 불편하다.


옷도 거의 대부분 헬스장에서 입는 옷을 입는다. 헬스장에서 입을 옷을 집에서 입고 있다가 운동 다녀오면 그 옷 벗고 씻은 다음, 다음 날 운동할 때 입을 옷을 꺼내 입고 있는 식이다. 양말은 하나로 통일했다. 굳이 짝을 찾아서 신을 필요 없이.


큰 변화 없이 이렇게 계속 반복적으로 돌아가는 삶이 누군가에게는 지루한 일상이겠지만 나에겐 편안한 일상이다. 귀찮았던 집안일도 이젠 시간을 정해 놓고 정해진 시간에만 하니까 또 금방금방 처리가 된다. 그리고 남은 여력을 생산성을 높이는 데 쓰면 되는 것이다.


스티브 잡스가 왜 매일 똑같은 옷을 입었는지, 워랜 버핏이 왜 아침마다 맥도널드를 먹는지 그 이유를 알 것 같은 하루였다. 아마 그들도 반복되는 것에서 편안함을 찾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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