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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멍요정 Aug 20. 2021

일상이 글감이라고 누군가 말했다

손에 쥔 책만 바뀌는 매일

1년에 100권 정도의 책을 읽는다.

어릴 때부터 책 읽는게 일상이자 습관이었고, 자주 아파서 가만히 있어야 했던 내가 유일하게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렇게 읽는 도서를 적다보니 매년 100권 가까이 되었다. 매일 손에 쥔 책만 바뀌는 일상. 이런 나의 하루도 글감으로 쓸 수 있을까?



20대 중반에 나는 학습지 교사로 일을 하다가 양쪽 무릎이 다 돌아가는 일이 있었다. 하루에 13시간씩 정장에 구두를 신고 걷고 뛰며 일한 결과였다. 걷지 못했고 화장실 한 번 가기가 어려웠다. 게다가 그무렵 혈관성 어지럼증인 것 같다는 소견을 듣고 치료를 병행했다. 두가지의 치료를 병행하다보니 방에서 나갈 수가 없었다. 하루종일 방에만 있는 나에게 유일하게 자유로웠던 것은 책을 고르는 일이었다.


일을 하고 급여를 받는 친구들의 모습을 보며 나는 무력감을 느끼고 비교하게 되었다. 나도 무언가가 되고 싶었고, 1인분의 삶을 살고 싶었다. 이때는 자기계발서를 참 많이 읽었다. 조금이라도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을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수많은 자기계발서적을 읽어나갔다. 그러다 지쳤다. 방을 둘러보는데 쌓여있는 책더미를 보며 '지금 나 뭐하는거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정보를 읽었음에도 훈련하거나 활용하지 못했기에 그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었다. 오히려 뒤로 밀려나고 있는 기분이었다.


책을 놓고 싶어도 내가 기억나지 않는 어린시절부터 손에 늘 쥐고 있던 물건이 쉽게 놓아질리가 없었다. 그래서 재미있는 책을 읽기 시작했다. 물론 나의 감정에 따라 책을 못 읽는 날도 이어졌고 만화에세이처럼 읽기 쉬운 책만 보는 날도 많았다.


그렇게 지금까지 손에서 책을 놓지 못하고 있다. 2주 마다 도서관에 가고, 책상 위에도 항상 책이 놓여있다.


변했다. 아주 조금.

조금 더 디테일하게 읽어내고 싶어졌다.

유튜브를 시작하고 30분 독서 챌린지를 45일째 하고 있다. 다른 북튜버들의 책리뷰를 보면서 '나는 대체 뭘 읽은거지?' 싶었다. 전문가까지는 아니어도 관련된 지식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나에게는 남은 게 없는 것 같았다. 그들처럼 되고 싶다. 완전히 같아질 수는 없지만 지금처럼 글자만 읽는 삶에서 나가고 싶어졌다.



매일 손에 쥔 책의 제목만 바뀌는 그런 날들이 아니라 떠오르는 질문을 해결하기 위해, 누군가를 이해하기 위해, 새로운 것을 알기 위해,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기 위해.. 그리고 앞으로 내가 글을 계속 쓸 수 있게.. 그렇게 살고 싶어졌다.



이런 나의 일상도 글감이 될 수 있을까?

누군가 공감해줄까?

궁금해하는 사람이 있을까?

모든 일상이 글감이라는 말을 계속 되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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