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한마디
곧 아빠의 생신이다. 숫자를 자꾸 까먹어서 내 나이에 30을 더한다.
시대를 생각했을 때 아빠에게는 조금 늦은 나이에 찾아온 나는 기쁨이자 행복이었다.
약하게 태어나서 병원을 전전하는 아픈 손가락이었지만.. (여전히 가장 걱정되는 아픈 손가락이라는 게 죄송스럽다)
백신접종 날짜를 정하다가 하필 아빠 생신에 1차 접종을 하게 되었다.
지금도 꾸준히 병원을 다니는 딸이 걱정되어서 미리 밥 한끼를 하기로 했다.
5명이 모였다. 그 중 백신 2차 완료자 2명, 1차 완료자 1명. 미접종자는 나랑 동생...
손목을 다쳤던 엄마가 바쁘게 만든 음식들.
상다리 부러지게 차린 생일상.
조금이라도 더 먹이고 싶은 부모님의 마음.
오랜만에 밥 한끼 겨우 먹는 반가움과 아쉬움.
그 모든 것이 합쳐진 밥상이었다.
30분 정도 걸리는 거리에 사는데도 얼굴 한 번 보기가 어렵다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러다 내가 요즘 바쁘다고 이야기를 했더니 가족 모두가 웃었다.
평소에는 집에만, 정기적으로는 병원과 도서관만 다니는 내가 바쁘다니 웃겼나보다.
아빠가 "니가 뭐 하는데 바빠?"라고 묻기에
"나 요즘 유튜브도 하고 오디오 클립도 하고 블로그도 하고..." 말을 이어가는데
갑자기 "말을 했어야지!" 라길래 "응??"이라고 물었다.
이때 아빠의 한마디에 나도 모르게 빵 터졌다.
"시작했으면 알려줘야 유튜브 좋아요랑 구독을 누르지!"
순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웃음이 터졌다.
"와~ 아빠 유튜브 잘 아네?" 라며 막 웃었다.
그러고 나서야 내가 어떤 영상을 올리는지 엄마가 물었다.
딸이 어떤 것을 하던 상관없이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컸을거다.
내가 올린 영상에 좋아요를 누르고 싶었다는 말.
내 채널에 구독을 눌러서 한 명의 구독자가 되고 싶다는 말.
집에 와서 생각하니 너무 따뜻한 말이었다.
엄마가 한가득 챙겨준 음식들을 정리하고, 잘 도착했다고 전화를 했다.
씻고 나와 침대에 누워 멍하니 쉬고 있었다.
(저녁을 먹어서 저녁9시에 집에 도착을 했다. 참고로 신랑이랑 나는 저녁 10시면 잘 준비를 한다..)
그때 '카톡!' 울렸다.
동생이었다.
막둥 : "엄마아빠가 구독했다ㅋㅋㅋ"
나 : "풉ㅋㅋㅋㅋ"
막둥 : "보고있어. 왜 말을 안하냐는데ㅋㅋㅋㅋㅋㅋㅋㅋ"
나 : "말 안하는 컨셉이라 해 ㅋㅋㅋㅋ"
막둥 : "잘 설명했어ㅋㅋㅋㅋ"
멍 때리고 있다가 한밤중에 미친듯이 웃었다.
신랑이 "왜 그래?" 묻기에 방금 오간 카톡대화를 전했다.
그리고 같이 웃었다.
30분 독서 챌린지를 하느라 처음 30초에서 1분 가량 책 소개를 간단히 하고 조용히 책만 읽는 컨셉이 메인이다. 60일이 넘도록 하고 있다.
최근에는 언박싱, 책하울, 책리뷰 등의 영상을 가~끔 올리고 있다.
말을 안하는 Read with me 컨셉의 영상이 97% 정도라서 엄마아빠가 그 영상을 보셨구나 싶었다. 상상을 할수록 너무 웃겼다. (지금도 웃으며 글을 쓰고 있다)
우리 딸이 뭐하는지 궁금해서 늦은 밤에 잠도 안자고 유튜브를 찾아보는 모습이.
말이 안들려서 소리가 작은가 고민하며 소리를 켜봤을 모습이.
동생을 불러서 왜 말소리가 안들리냐고 물어봤을 모습이.
구독자 늘려주려고 각자 폰으로 유튜브에 들어가서 구독 버튼을 눌렀을 모습이.
나는 너무 좋다.
좋아요와 구독을 누르고 싶었다는 의외의 대답을 들은 저녁.
머리속이 아니라 마음 속에 그 말이 자꾸 반복된다.
따뜻하다.
예전이라면 상상도 못할 답변에 뭉클하기도 하다.
VIP 구독자가 2명이나 생겼다.
작은 숫자가 주는 기쁨이 이렇게 큰지 처음 알았다.
숫자도 마음이 전해질 수 있구나.
오늘도 영상을 올렸는데 엄마아빠는 내 유튜브 알림을 받았을까?
문득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