붙잡고 싶은 마음
기억이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아직 30대 중반의 나이인데 사라지는 기억을 잡고싶어서 글을 쓴다.
내가 가지고 있는 증상과 약물의 장기복용으로 생기는 현상이다.
언제 나을지 모르고, 계속 약을 조절하며 복용해야 하고, 이미 지워지는 과거와 현재는 컴퓨터처럼 다시 입력할 수 없다. 받아들이고 인정해야 하는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나는 6년째 정신과에 다니고 있다.
이유는 총 4가지.
우울증, 공황장애, 불안증, 불면증이다.
전에는 강박증도 심했는데 그나마 나아져서 한가지가 줄었다.
처음에는 무기력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점점 감정이 무뎌졌다. 그러다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멍하니 감정없는 인형처럼 시간을 보냈다.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내가 심리적으로 무슨 문제가 있는지 확인해보고자 했다. 사설 심리센터는 비싸다는 인식이 있어서 나라에서 운영하는 곳은 없는지 검색을 했다.
모든 지역의 각 구 마다 정신건강센터가 있는 걸 알게되었다. 물론 지역마다 이름은 조금씩 다르다. 다른 지역으로 이사 온 후에 검색을 하다가 찾아낸 점이다.
국가에서 운영하는 심리상담센터 혹은 정신건강센터 등 다양한 이름의 기관은 일반인의 경우에는 최대 5회, 약물복용 경험이 있거나 현재 정신과를 다니며 치료 중인 사람에게는 꾸준히 무료로 상담이 가능한 곳이다. (처음 방문했을 때 들은 이야기라서 지금도 똑같은 방침인지는 모르겠다.) 참고로 예약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미리 전화를 하고 약속을 한 뒤에 가야한다.
예약한 날에 가서 처음 보는 분과 이야기를 나누고, 검사를 몇 가지 했다. 기다리니까 검사결과가 나왔는데 병원에 가보는 게 좋겠다는 이야기를 하셨다. 우울증이 심한 걸로 결과가 나왔다고 들었다. 예상하기는 했는데 병원에 가야 할 정도로 심한지는 몰랐다. 조금의 충격을 받고 집으로 돌아왔다.
며칠을 고민했다. 아무래도 정신과, 정신병원에 대한 사람들의 부정적인 이미지도 있고 보험이 어렵다는 얘기도 들어서 더 고민이 되었다.
집 근처의 커다란 정신과 전문 병원으로 발길을 옮겼다. 일단 내가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나는 더 살고 싶으니까. 남들의 눈이든 말이든 내가 낫는게 더 중요했다. 일상생활이 안되는 상황이 너무 견디기 힘들었다. 잠을 못자고 밤을 새는 날이 늘어나고 체력도 점점 바닥났다. 다른 선택지는 눈에 보이지 않았다. 당사자가 아니면 얼마나 불편하고 힘든지 아무도 모른다.
병원에 들어서니 로비에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낯선 풍경과 예상 외의 모습은 나를 긴장하게 만들었고 한편으로 신기하기도 했다. 정확한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검사가 필요했고 당일에는 약 처방 없이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며칠 후 검사결과를 확인하고 담당 선생님과 상담이 시작되었다. 상담센터의 결과대로 우울증이 심한 상태로 나타났다. 그리고 합병증처럼 불면증, 공황장애, 불안증, 강박증이 따라 붙었다.
몸도 마음도 건강하지 못한 상태라는 건 생각보다 힘들었다. 여전히 어렵고 힘들다고 느끼고 있다.
이때부터 시작된 정신과 치료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나는 6년째 정신과를 다니고 있다.